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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우리를 잇는 실” 1면 톱 장식한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SUNDISK 2024. 10. 11. 11:11

 

 

“언어는 우리를 잇는 실” 1면 톱 장식한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아침신문 솎아보기] 경향신문 “박근혜 정부 땐 ‘편향성’ 이유로 블랙리스트 오르기도”
매일경제, 한강 인터뷰 “고단한 날에도 한 문단이라도 읽고 잠들어야 마음이 편안해져”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   입력   2024.10.11 07:36   수정   2024.10.11 10:10

 

▲ 한국 첫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작가 한강. ⓒ연합뉴스

 

11일자 주요 일간지 1면 톱기사는 모두 소설가 한강이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소식이다. 그가 지난 2016년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지 8년 만이고, 한국인 노벨상 수상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에 이어 두 번째 수상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역사적 트라우마와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하면서도 시적인 소설”을 쓴 작가로 소개했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소설 ‘소년이 온다’를 가리킨 것이다. 이러한 작품이 박근혜 정부 당시 ‘사상 편향성’을 이유로 세종도서 선정·보급 심사에서 배제됐고 한강 작가는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랐다. 

11일자 주요 일간지 1면 모음 출처 : 미디어오늘(https://www.mediatoday.co.kr)

 

 

스웨덴 한림원 “삶의 연약한 면을 강력하고 명료한 문체로”

조선일보 1·3면 기사를 보면 이날 안데르스 올손 스웨덴 한림원 노벨위원장은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를 비중있게 소개했다. ‘소년이 온다’에 대해 “역사 속 피해자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해 증인 문학(witness literature)이라는 장르에 접근해 간다”며 “한강의 스타일은 간결하지만 우리의 기대에서는 벗어난다. 죽은 자의 영혼을 몸에서 분리해 자신의 소멸을 목격할 수 있도록 한다. 묻히지 못하는 신원미상의 시체를 보는 것은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 모티브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평가했다. ‘작별하지 않는다’에 대해선 “주목할 만한 최근작”이라며 “1940년대 한국 제주에서 벌어진 학살의 그림자를 들추는 소설”이라고 했다. 

외신에서도 노벨문학상 수상 수식을 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발표전까지만 해도 중국 아방가르드 문학의 대가인 여성 작가 찬쉐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지만 수상의 영광은 예상을 뒤엎고 한강에게 돌아갔다”며 “‘채식주의자’(2007)로 2016년 맨부커상을 받으며 명성을 알린 한강이 노벨 문학상을 받아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고 보도했다. 

미국 ABC방송은 “한강의 수상은 최근 몇 년간 봉준호 감독의 오스카상 수상작 ‘기생충’, 넷플릭스 서바이벌 드라마 ‘오징어게임’, 방탄소년단·블랙핑크 등 K팝 그룹의 세계적 인기 등 한국 문화의 글로벌 영향력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영국 가디언은 “한강은 그동안 여러 소설, 에세이 등을 통해 가부장제, 폭력, 슬픔, 인간애라는 주제를 다양하게 탐구해왔다”며 “취약한 존재, 특히 여성의 삶에 대해 뚜렷하게 느껴지는 공감은 한강의 은유가 가득한 산문을 통해 강화된다”고 했다. 

매일경제 1면 한강 인터뷰 기사

 

 

매경 한강 인터뷰 “언어는 우리를 잇는 실”

매일경제는 프랑스 메디치상, 에밀 기메 문학상, 한국의 포니정혁신상 등을 연이어 수상한 한강 작가와 서면 인터뷰를 지난 9월말부터 진행하고 있었다. 이에 매경은 1면 톱기사 <심장 속, 불꽃이 타는 곳 그게 내 소설이다>, 3면 <창밖은 고요합니다 고단한 날에도 한 문단이라도 읽고 잠들어야 마음이 편안해집니다>에서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한강 작가는 매경 인터뷰에서 “언어는 우리를 잇는 실이다. 문학이라는 것이 원래 연결의 힘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는 일상 속에서 정말 깊은 진실을 보여주기 쉽지가 않다. 표면 아래에서 우리를 흔드는 중요한 감정들, 깊은 의문들, 감각들을 문학이 아루면 그걸 읽는 사람들은 문득 자신 안에 있던 그것들을 다시 발견하게 된다”고 했다. 또 “저에게 소설은 계속해서 이어지는 어떤 것”이라며 “이야기가 이어진다기보다는 질문들이 이어진다. 어느 시기에든 골몰하는 질문이 있고, 그 질문을 진척시켜보는 방식으로 소설을 쓰게 된다”고 했다. 

11일자 매일경제 3면 한강 인터뷰 기사

 

 

‘본인 소설에서 자꾸 돌아보게 되는, 애착이 가는 인물’에 대해 한 작가는 “언제나 가장 최근에 썼던 소설에 마음이 머무르기에 ‘작별하지 않는다’의 세 주인공에게 지금은 마음이 간다. 정심과 인선과 경하에게. 특히 정심은 소설을 쓰는 동안 아침에 눈뜰 때마다 생각했던 사람이라서 아직도 마음이 간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3면에서 이광호 문학평론가의 기고 <상실의 고통 앞에 인간을 묻다…변방인 한국어 문학, 세계 중심으로 진입>을 실었다. 이 평론가는 “한국어 문학을 세계문학의 보편 언어로 번역해낼 수 있는 유능한 번역자의 출현은 이번 수상에 크게 기여한 부분이겠지만 그런 번역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매력을 한국문학이 가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며 “아시아 여성은 지역적으로, 젠더적으로 이중으로 주변화돼 있어서 세계문학에서 아직 평가받지 못했던 인간과 역사에 대한 새로운 언어와 상상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썼다. 

한국일보는 문학평론가인 우찬제 서강대 국문과 교수의 평가를 기사에 담았다. 우 교수는 “과거 역사를 소재로 한 한국 문학은 고통스러웠던 상처를 이야기하는데 집중했다면 한강은 역사적 트라우마를 다루되 그 속에서 개인이란 얼마나 부서지고 상처받기 쉬운 작은 존재인가에 렌즈를 갖다 대다보니 독자들의 공감 폭이 넓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우 교수는 “황석영 등 작가들을 통해 한국에 6·25전쟁, 남북 분단, 군부의 민주화운동 탄압 등 역사적 상처가 있다는 것은 외국 독자들도 많이 알게 됐다”며 “한강은 21세기의 젊은 독자들이 이를 수용할 수 있도록 시적인 문체와 감각적인 솜씨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2면에서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기고를 실었다. 장 대표는 “한강의 주요 작품들은 한국 문학이 활력과 위엄을 잃어가는 2010년 이후에 주로 쓰였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큰 의미가 있다”며 “작가는 자기 주변의 이야기에 대한 세밀화적 묘사에 머무르지 않고 역사와 사회의 고통에 참여하고, 그 고통의 치유에 이바지하는 언어를 발명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우리에게 확인시켜 준 셈”이라고 했다. 

문화계 탄압 ‘블랙리스트’ 올랐던 한강

경향신문은 <박근혜 정부 땐 ‘편향성’ 이유로 블랙리스트 오르기도>란 기사에서 과거 한강 작가가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사건을 전했다.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특별검사팀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작성한 블랙리스트에 한강 작가가 포함된 사실을 확인했는데 당시 블랙리스트는 청와대 주도로 작성됐다. 해당 기사를 보면 한 작가는 당시 한 인문학 강좌에서 “‘소년이 온다’를 낸 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소리를 들었다. 5·18이 아직 청산되지 않았다는 게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사설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한국 문학의 경이로운 쾌거>에서 “한 작가는 한국의 현대사가 펼쳐놓은 폭력이 개인에게 남긴 상처를 미려하고 서정적인 문체로 승화했다는 평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역사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다룰 수밖에 없었고, 박근혜 정부 문화계 탄압의 상징인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도중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져 여야 가릴 것 없이 박수치며 기뻐했지만 꼭 해야 할 말이 있다”며 “한강 작가는 2016년도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분류되었던 작가로 ‘소년이 온다’를 쓴 이후 온갖 지원에서 노골적으로 배제되며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문화는 함부로 행정과 정치가 손을 대서는 안 되는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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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힘.

** 한강의 소설은 28개국 언어로 번역돼 76종으로 출간됐다.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을 받았다.

**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 등은 영국인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가 번역했다. 독학으로 한글을 배웠고 직접 번역 원고를 출판사에 보내 출간을 제안했다고 한다.

 

연결의 힘.

** 한강이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 “언어는 우리를 잇는 실이다. 문학이라는 것이 원래 연결의 힘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정말 깊은 진실을 보여주기 쉽지가 않다. 표면 아래에서 우리를 흔드는 중요한 감정들, 깊은 의문들, 감각들을 문학이 다루면 그걸 읽는 사람들은 문득 자신 안에 있던 그것들을 다시 발견하게 된다.”

** “이야기가 이어진다기보다는 질문들이 이어진다. 어느 시기에든 골몰하는 질문이 있고, 그 질문을 진척시켜 보는 방식으로 소설을 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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