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복귀시한 지나자마자…정부, 의협 전·현직 간부 압수수색
한국경제 허란, 오미란 기자 / 입력2024.03.01 18:32 수정2024.03.01 18:32
4일부터 미복귀자 처벌 단행
전공의단체 대표자 등 13명에
정부, 업무개시명령 홈피 고시
우편·전화·문자 이어 최후통첩
의협 "3일 의사총궐기대회"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사태가 2주 넘게 이어지자 정부가 1일 행정·사법적 처벌 절차에 착수했다. 정부가 제시한 전공의 복귀 시한이 지난 지 하루 만이다. 경찰은 대한의사협회 관계자 5명에 대해 첫 강제수사에 나섰으며 보건복지부는 홈페이지에 전공의 13명의 업무개시명령을 공고(공시송달)하며 행정 처분 준비를 마쳤다. 의료 대란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전공의 복귀를 압박하기 위해 정부가 ‘초강수 대응’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부터 의협 전·현직 간부 5명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진행했다.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로 불거진 의료대란 이후 첫 강제수사다. 해당 간부는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장(강원도의사회장),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 박명하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이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달 27일 이들 5명을 의료법 위반과 업무방해, 교사·방조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들이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을 지지하고 법률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집단행동을 교사하고 방조했으며, 이로써 전공의들이 소속된 수련병원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형법 314조에 따라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번 압수수색은 전공의 복귀 시한이 지난 지 하루 만에 단행됐다. 복귀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오전까지 복귀자가 294명에 그치자 전공의를 압박하기 위해 사법당국이 움직인 것으로 해석된다.
복지부도 이날 전공의 13명을 대상으로 부처 홈페이지에 장관 명의의 ‘업무개시명령’을 공시송달(공고)했다. 의료법 제59조에 따라 의료인과 의료기관 개설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제88조). 또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사면허 취소도 가능하다(제65조).
통상 공시송달 효력은 공고일로부터 14일 이후에 발생하지만, 복지부는 이날부터 효력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앞서 우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자택 방문 등을 통해 명령서를 전달한 데 이어 다시 한번 공시송달을 진행한 만큼 처벌을 위한 준비가 끝난 셈이다.
정부는 3·1절 연휴가 끝난 뒤인 4일부터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해 3개월 의사면허 정지 등 행정 처분 및 고발·수사 등 본격적인 사법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한 번도 의사들을 이긴 적이 없다지만 이번엔 그 어느 때보다 강경하게 대응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정부의 초강수에 의사단체는 크게 반발했다. 의협 비대위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정부가 전공의들의 자발적인 의사로 이루어진 사직서 제출에 대해 의협 비대위가 교사했다고 누명을 씌웠다”며 “전공의들의 어려움을 돕고자 한 행동을 집단행동 교사 및 방조로 몰아가는 정부의 황당한 행태에 의사들은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3일 서울 여의도에서 2만 명 규모의 ‘전국의사 총궐기대회’ 집회를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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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취소 된 의사들, 신분 회복 어려워진다…정부, 퇴로 차단
한국경제 안대규, 오현아 기자 / 입력2024.03.01 18:27 수정2024.03.01 19:03
정부 "면허 재교부 기준 마련"
집단행동 의사 퇴로 차단 포석
부가 병원을 떠나 집단행동에 가담한 전공의들에 대해 면허 취소 후에 재취득이 어렵게 관련 규정을 손보고 있다. 의사 신분 회복을 돕는 현 규정을 고쳐 집단행동을 주도한 전공의들의 ‘퇴로’를 차단하겠다는 포석이다. 경찰은 1일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당한 대한의사협회 전·현직 간부 다섯 명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첫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의료인 면허 취소 후 재교부에 관한 운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연구 용역을 마무리했다. 정부 관계자는 “재교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만들고 있는 단계”라며 “이번 집단행동으로 국가 보건시스템과 환자에게 피해를 준 전공의는 향후 면허 취소 시 재취득이 어렵게 심사를 엄격히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관련 위원회 의결을 거쳐 40시간 교육을 받으면 재교부가 가능하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약 10년간 면허 취소 의료인 300명 가운데 42%인 126명이 면허를 재취득했다. 2000년 의약분업 파동 당시 집단휴업을 주도한 김재정 전 의협 회장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확정 판결을 받고 2006년 면허가 취소됐지만 2009년 재취득했다. 당시 김 전 회장을 재판에 넘긴 검사가 윤석열 대통령이다.
복지부는 면허 재교부 기준 마련과 함께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따른 국민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의료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철밥통 의사면허'에 메스…"다시 따면 그만? 앞으론 힘들 것"
정부 "재취득 엄격히 심사"
정부의 수차례 사법처리 압박에도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대다수는 끝내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의사는 대체불가능한 직역이라는 점 때문에 제도적으로 신분이 보장되고 정부와의 수차례 대결에도 패한 전례가 없던 것이 이번 사태를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집단행동을 주도한 전공의에 대해 ‘면허정지 3개월’ 처분과 함께 면허 취소 시 재취득이 어렵도록 면허 재교부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그동안 면허 정지와 취소는 의사에게 큰 압박 수단이 되지 못했다. 2000년(의약분업), 2014년(원격의료), 2020년(공공의대) 등 세 차례의 ‘의사 집단행동’이 발생했지만 정부가 꼬리를 내리면서 대부분 의사에 대한 고발과 행정처분은 취하되거나 선처로 마무리됐다.
정부는 미복귀한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뒤 불이행확인서를 받아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을 내리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한 경우 최소 3개월에서 1년 이하의 면허정지 처분과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며 기소돼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문제는 면허가 취소되더라도 ‘다시 따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팽배할 정도로 재취득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면허 재취득의 경우 현재까지는 별도의 운영 기준 없이 위원회가 심의를 통해 결정되는 구조였다. 위원의 성향이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좌우될 수 있는 부분도 문제다. 위원회의 결정이 난 뒤 40시간 교육을 받으면 재취득이 가능하다. 의료법 제65조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면허 취소의 원인이 된 사유가 없어지거나 △개전의 정(반성의 태도)이 뚜렷하다고 인정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한 경우 면허를 재교부할 수 있도록 했다.
복지부는 이번에 면허 재교부 기준을 마련하고 집단행동을 주도한 전공의 등 국민 피해가 컸던 의료진에 이를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면허가 취소됐다는 것은 의료인으로 활동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재취득은 매우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하고 이는 복지부 장관의 재량”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단행동으로 인해 환자가 피해를 받았다면 이는 아주 엄격하게 봐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면허 재교부율은 5~6%에 불과하다. 아직 재교부 기준을 세우기 전 단계지만 면허 재취득을 최대한 엄격하게 허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복지부는 면허 재교부 기준 마련과 함께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따른 국민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의료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의료대란’ 사태 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지만 상당한 인력과 비용, 시간이 소요됐고 현장 혼란도 많아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자 한다”며 “의료법 개정안을 조속히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지방대학병원 교수는 “이전 정부와 달리 치밀한 법적 조치가 없다면 전공의 움직임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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