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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인정 못 받은 이승만 다큐, KBS ‘독립영화관’ 편성

SUNDISK 2024. 8. 1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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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들이 본 '기적의 시작'…"이승만 독재 면죄부"

 

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    2024-08-12 20:04

 

 

퓨어웨이 픽쳐스 제공

 

 

KBS 구성원들 및 시민사회단체들이 이승만 전 대통령 다큐멘터리 영화 '기적의 시작' 광복절 방영을 저지하고 나섰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본부)는 12일 서울 여의도 KBS 사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적의 시작'에 대해 "8·15 광복절을 맞아 사측이 특별히 준비하고 있는 영화"라며 "최근 10여년 간 (KBS) 영화 구매 데이터를 살펴보니 2만여명의 최저 관객수 영화"라고 소개했다.

일단 작품의 완성도 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그 동안 양질의 독립영화들을 소개해 온 KBS 1TV '독립영화관' 프로그램 취지 및 수준과 맞지 않는다는 것.

KBS본부는 "저예산 다큐 영화임을 감안하더라도 과연 영화라고 부를 정도의 수준이 되는지 의문이 드는 영상물"이라며 "90년대 재연 방송에서나 나올법한 조악한 내레이션과 자막 폰트, 노래방 화면을 연상시키는 재연 장면까지. 독립영화 인증을 신청했지만 이조차 받지 못했다. 왜 이런 영화를 웃돈을 줘가며 비싸게 구입해 광복절에 방영하려고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실 제공

 

 

실제 영화진흥위원회가 '기적의 시작' 제작사에 보낸 독립영화 불인정 통지서를 보면 '객관성이 결여된 인물 다큐멘터리로 독립영화 인정 기준에 부합하지 않기에 불인정함'이란 사유가 적혀 있다. 이처럼 가장 중요한 내용 역시 극우 성향 인사들의 주장과 관점으로 이뤄져 있다는 전언이다.

KBS본부는 "이승만을 친일파나 독재자로 평가 받아서는 안 되는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건국은 '이승만 대통령 한 분의 지대한 업적'으로 표현되며, 3·15 부정선거나 4·19 혁명은 밑에 사람들이 잘못해서 벌어진 '누명'이며 하야는 '위대한 결단'으로 포장된다. 제주 4·3과 여순사건을 남한 내 좌익세력이 주도해,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건설을 방해한 사건으로 규정한다"라며 "한국 현대사의 논쟁적 인물을 다루면서도 최소한의 균형 감각과 성찰 없이 칭송과 미화 뿐인 정치적 선전물"이라고 지적했다.

편성부서 제작진들은 이 같은 문제점을 수차례 보고·반발했지만 편성본부의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역사 다큐가 아니라 영화"이기 때문에 인물의 공과에 균형을 꼭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답변과 함께 "문제가 되는 부분은 편집을 할 계획이고, 감독에게도 승낙을 받았다"라는 이야기만 돌아왔다. 편성본부 측은 "작품이 투박하고 단순한 느낌이지만 의미로 가는 영화"라며 메시지에 주목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KBS본부는 "'기적의 시작'은 다큐가 아닌 영화이기 때문에 공정성 시비나 각종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라며 "처참하다. '다큐멘터리 영화'와 '극 영화'를 분간하지 못하는 무지함에 말문이 막힌다. 덕지덕지 편집을 해야 하는 콘텐츠를 왜 기를 쓰고 방영하려 하는지 이해 불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내용, 작품의 완성도 면에서 도저히 방송을 용납하기 힘든 수준의 영화를 구매 지시하고 방송을 강행하도록 결정한 이가 누구인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누구를 위해 '기적의 시작'은 방영되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하며 "KBS를 편향적 역사관을 선전하는 도구로 전락시키는 시도를 이어간다면, 국민과 연대해 이번 방영을 주도한 박민 사장과 수뇌부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또한 "KBS의 이승만 찬양 영화 상영은 소위 '뉴라이트' 세력이 대한민국 일부 역사학계가 아니라 주요 역사 관련 기관 단체의 요직을 잠식해 가는 윤석열 정부의 상황의 연장선일 뿐"이라며 "이제라도 KBS 박민 사장과 KBS 관련자들은 '이승만 찬양 방송'이라는 전파낭비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방영 중단을 촉구했다.

 

역사학자들 "이승만은 독재자…日 우익 논리가 영화에"

 

퓨어웨이 픽쳐스 제공

 

역사학자들은 '기적의 시작'이 어떻게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과오를 왜곡·미화하고 있는지 본격적으로 짚었다.

'대한민국 현대사' 저자인 주철희 역사연구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독재자로 규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전했다.

그는 "이승만은 발췌개헌(1차)으로 국회를 무력화했고, 사사오입 개헌(2차)으로 권력자 힘으로 헌법을 제멋대로 해석, 스스로 3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헌법 질서를 처음 파괴한 사람이 이승만"이라며 "9차례 헌법 개정에서 권력자가 자신의 권력을 위해 헌법 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파괴하면서 개정한 권력자를 독재자라고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국체를 훼손한 행위자는 독재자라고 칭하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밝혔다.
 
3·15 부정선거에 대해서는 "이승만 정부와 자유당이 저지른 부정선거"라며 "이는 관권(경찰·공무원)이 동원된 선거이다. 경찰과 공무원 관권이란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의 몫이지 자유당의 몫이 아니다.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으로 선거를 책임질 의무가 있다"라고 책임 소지를 분명히 했다.
 
한상권 덕성여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이승만은 독립운동을 한 위대한 애국자인데, 다만 주위의 간신배들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렸기에 독재자가 됐다'는 주장은 이승만 집권 당시부터 지속된 우상화 작업의 결과물"이라며 "이승만은 부정선거 직후 경찰의 폭압과 선거 부정에 저항해 마산 의거에 참여한 학생들의 행동을 공산주의자의 선동 탓이라고 주장하면서 색깔론을 동원해 탄압했다"라고 설명했다.

'기적의 시작'에서 이승만의 하야를 '구국의 위대한 결단'으로 치켜세운 것 역시 "4월 혁명의 성과를 이승만에게 돌리고, 민주시민과 학생 학살 책임, 헌정질서 파괴 책임을 면책시키려 하는 시도"라며 "이는 천황의 전쟁책임을 면책하는 일본 우익들의 논리, '성단론'(聖斷論)과 같은 맥락"이라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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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독립영화 인정 못 받은 이승만 다큐, KBS ‘독립영화관’ 편성

KBS 광복절 특선 추진하던 이승만 다큐, ‘독립영화관’ 추가 편성해 방영
영화진흥위, 독립영화 ‘불인정’ 결정 과정에서 “객관성 결여” 등 지적 확인
KBS “편성본부, 독립적인 편성권 의해 방송 결정…다양성 차원에서 선정”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   입력   2024.08.09 19:23   수정   2024.08.09 20:41

 

▲영화 '기적의 시작' 메인 타이틀

 

 

KBS가 8·15 광복절 당일 1TV 프로그램 ‘독립영화관’을 추가 편성해 이승만 전 대통령 미화 논란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방영한다. 해당 영화는 영화진흥위원회에 독립영화 인정을 신청했으나 “객관성이 결여된 인물 다큐멘터리” 등 이유로 불인정됐던 사실이 확인됐다. KBS 안팎에선 영화 방영 결정을 철회하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미디어오늘 취재를 종합하면 KBS는 광복절 79주년인 15일 광복절 기획 ‘독립영화관’에서 영화 <기적의 시작>(감독 권순도)을 방영한다. ‘독립영화관’은 매주 금요일 정규 프로그램으로 해당 주간 금요일(16일)에도 편성돼있는데, 전날 같은 프로그램을 추가 편성해 이 영화를 방영한다는 것이다.

KBS 공영성을 실현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로 꼽혀온 ‘독립영화관’은 작품성이 인정되지만 관객과 만나기 어려운 영화들을 매주 소개해왔다. 이에 2006년 개편으로 폐지될 때 독립영화·문화예술단체들이 반대 성명을 냈고, 2011년 되살아나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KBS가 ‘독립영화관’의 광복절 기획으로 결정한 <기적의 시작>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독립영화 인정 심사 결과 거듭 ‘불인정’하는 과정에서 객관성이나 근거가 부족하다는 취지의 판단을 받았던 작품으로 나타났다. 모두 유인촌 현 문체부 장관 취임 이후의 결정들이다.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실을 통해 입수한 영진위의 <기적의 시작> 독립영화 불인정 통지서 및 독립영화 인정소위·재심위 회의록을 보면 강도 높은 비판이 담겨 있다. 영진위는 <기적의 시작> 독립인정 신청에 대해 “객관성이 결여된 인물 다큐멘터리로 독립영화 인정기준에 부합하지 않기에 불인정”(9명 중 5명 불인정)한다고 올해 1월 통지했다.

이후 2월 재심 결과 “차별화된 시도를 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인물을 좀 더 깊이 있게 다룸에 있어서 아쉬움이 있고 표현에 있어서 해설, 재연, 인터뷰 등의 형식이 관습에 얽매어 있다”며 “쟁점에 대한 새로운 주장 혹은 대안적 의제를 제기 하는 것에 대한 설득력 있는 논증을 제시하는 것에 있어서 부족하다고 판단되어 독립영화 인정 기준 각 호에 부합하지 않는 다고 판단되어 불인정”(5명 중 3명 불인정)한다고 통지했다.

특히 지난해 12월4일 초심 당시 회의록을 보면 ‘인정’ 의견을 밝힌 위원들조차 “널리 알려진 역사왜곡” “역사적 인물을 보여주고 싶은 면만 연출을 한 영화” 등 평가를 했다. 불인정 의견 중에선 “독립영화 뿐만 아니라 영화로 볼 수 있을까” “한국사회에서 이미 판결이 난 주제와 인물”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것도 갖추지 않았다” 등 의견이 나왔다.

2월19일 재심위 회의에서도 “(독립영화) 인정기준에 모두 미치지 못한다” “작가가 주장하고자 하는 논리적 뒷받침이 아주 미약하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감상할수록 독립영화로서 인정기준 요소를 갖추진 못했다고 생각했다” 등의 지적이 이어진 가운데 불인정이 유지됐다.

 

▲2024년 7월31일 '기적의 시작' 편집실에 들어간 KBS 김동윤 편성본부장.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KBS 내부에선 앞서 사측이 <기적의 시작> 구매를 결정하고 방영을 추진하는 과정부터 비판이 잇따랐다. 지난달 2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해당 부서 실무진이 △인터뷰이들이 극우 인사로 편중 △인간 이승만과 기독교가 지나치게 미화 △제주 4·3사건, 3·15 부정선거, 4·19 혁명 등에 대한 시각이 일방적 등 이유로 <기적의 시작> 방영에 대한 우려를 수차례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예컨대 해당 영화가 대한민국 건국은 “이승만 대통령 한 분의 지대한 업적”으로 표현되고, 3·15 부정선거나 4·19 혁명이 밑에 사람들이 잘못해 벌어진 ‘누명’이며, 이 대통령 하야가 ‘위대한 결단’ 등으로 포장했다는 지적이다. KBS 편성본부장은 ‘독립영화관’을 통한 방영을 앞두고 <기적의 시작> 중 여수·순천 사건, 제주 4·3, 기독교적 부분 등 일부를 편집한 것으로 전해진다.

관객 수와 단가 등을 고려하면 영화 구매 가격이 과도하게 책정됐다는 지적도 있다. KBS가 지난해 6·25 73주년 특선으로 구매한 관객 수 107만 명의 A영화는 700만 원이었는데, 관객 수 2만 명대인 <기적의 시작> 구매 가격은 이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현 KBS본부장은 9일 미디어오늘에 “애초 ‘광복절 특선 영화’로 준비하다가 ‘독립 영화관’에서 소화하기로 한 것을 보면 사측도 영화 수준이 ‘특선영화’로 나가기엔 부족하다는 걸 인정한 것”이라며 “역사 왜곡 우려에 실무자가 수차례 재고를 요청했음에도 이를 묵살하고 편성본부장이 직접 종편 작업을 진두지휘 한 것, ‘독립 영화관’이 16일 편성돼 있음에도 15일 추가로 ‘독립 영화관’을 편성한 점을 보면 사측이 <기적의 시작>을 방영하려는 의지가 매우 강한 것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정부가 극우 역사관을 가진 인물들을 3개 역사기관장에 앉힌 것을 고려할 때 KBS가 윤석열 정부 체제 아래에서 벌어지는 역사왜곡에 동원되는 것 아닌가 강하게 의심이 든다”고 우려했다.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은 “영화 ‘기적의 시간’은 ‘객관성이 결여된 인물 다큐멘터리’라는 이유로 재심까지 받고서도 독립영화로 인정받지 못했다. KBS가 ‘독립영화관’으로 편성조차 할 수 없는 이유”라며 “그런데도 무리하게 광복절에 맞춰 정규편성시간을 어겨가며 진행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윤석열 정권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역사를 감추고 부정하는 행위가 얼마나 졸속으로 결정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어 “박민 KBS사장은 지금이라도 <기적의 시간> 편성을 취소하고 국민들께 사죄해야한다”며 “조국혁신당과 저는 앞으로도 윤석열 정부가 역사를 왜곡하려는 반역사적 결정을 빈틈없이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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