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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펑크’ 30조, 이 정도면 일부러 그런 것 아닌가?

SUNDISK 2024. 10. 1. 15:24

 

 

‘세수 펑크’ 30조, 이 정도면 일부러 그런 것 아닌가?

한겨레    기자  권태호    /    수정 2024-09-27 17:14   등록 2024-09-27 09:25

 

 

# 2년 연속 ‘세수 펑크’

 

- 올해 국세 수입이 예산에 견줘 29조6천억원 덜 걷힐 것이라고 합니다. 2년 연속 대규모 세수펑크입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목) 국회에 출석해 사과했습니다.

 

 

1. 세수 펑크 어느 정도인가?

 

- 기획재정부가 어제 ‘2024년 세수 재추계 결과 및 대응 방향’을 발표했습니다. 올해 국세수입이 337조7천억원 걷힐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지난해 연말 국회를 통과한 올해 국세수입 예산은 367조3천억원입니다. 애초 예상보다 국세수입이 29조6천억원 부족해 진다는 겁니다. 애초 예산안에 비해 -8.1%입니다. 역대 최대 오차를 기록한 지난해(-14.1%)에 비해선 완화(?)됐다고는 하나, 이전에 이런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한겨레신문 4면 그래픽
 

- 세목별로 보면, 법인세가 예상보다 -14조5천억원(예산안 대비 -18.6%), 종합소득세 -8조4천억원(-6.6%), 양도소득세 - 5조8천억원 등입니다. 반대로 부가가치세는 예상보다 2조원 더 걷혔는데, 이는 물가가 올랐기 때문입니다.

동아일보 5면 그래픽

 

 

2. 세수 펑크 이유

 

- 크게는 경기둔화와 감세입니다. 그런데 기재부는 ‘세수 펑크’가 날 것을 알고도, 처음부터 그냥 내버려둔 게 아닌가 싶습니다.

 

 1) 경기둔화

- 기재부는 “지난해 경기둔화 여파가 예상을 상회했다”고 말했습니다. 세입 예산을 짤 때 예상한 경기보다 기업 실적이 부진했고 내수도 나빠지면서 세수가 줄었다는 겁니다.

- 전체 세수 부족분(29조6000억원)의 49%가 법인세수에서 발생했습니다. 법인세는 기업들이 지난해 실적을 바탕으로 매년 3월 납세합니다. 그런데 지난해 정부가 ‘상저하고(하반기 경기반등)’ 전망을 끝까지 유지했으나 경기는 연말까지 반등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법인세 상당부분을 감당하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손실을 봐 많은 기업들이 올해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습니다.

- 그런데 예산안은 7월 말을 기준으로 짜서 12월에 국회를 통과합니다. 이미 예산안 통과 시점에는 ‘내년도 법인세수가 큰 차질이 날 것’이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알았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기업실적 악화 등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향후 경기전망’이야 틀릴 수도 있다 하겠지만, 이미 지나간 상황도 못 읽는건가요, 안 읽은건가요. 

 

 2) 감세

- 고물가로 인해 유류세율 인하 조처를 연장했습니다. 이때문에 올해 교통·에너지·환경세수가 당초 예상(15조3000억원)보다 4조1000억원 줄어들었습니다. 사과값이 올라 이를 보조하느라 긴급 할당관세 조치를 실시해 관세도 예상보다 1조9000억원 덜 걷힙니다.

- 기재부는 ‘감세가 세수부족 원인이 아니다’라고 강변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지속적으로 이어진 ‘감세 정책’이 비판받는 것을 방어하는 것입니다. “세제개편 효과는 세입예산에 이미 반영돼 있어 세수 부족 원인이 아니다”라는 겁니다. 즉, ‘감세’로 인해 ‘전체 세수’가 줄어들 순 있겠지만, 그 줄어드는 감세 폭은 애초 예상치에 반영했기 때문에 이번 ‘오차’와는 상관없다는 주장입니다. 잘못 들으면, ‘감세해도 세수 영향 없다’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법인세 등 대규모 감세를 추진한 2022년 이후 5년간 감세 정책으로 60조2000억원 세수 감소를 예상했지만, 국회 예산정책처는 같은 기간 73조7000억원 줄어들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아직 확인할 순 없지만, 감세분이 애초 예산안에 충분히 반영됐을지 의문입니다. 감세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식으로 작동하기 마련이라, 이 역시 감세로 인한 세수감소분이 적게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3) 정부, “다른 나라도 요즘 이렇다”

- 기재부는 “2020년 이후 코로나19 영향으로 주요국 세수오차율도 커졌다. 우리나라는 높은 무역의존도 등으로 외부 불확실성이 높아진 환경에서 법인세 등을 추계하기가 특히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 갑작스런 코로나로 인해 2020~2022년 모든 나라가 세수추계를 하기 힘들었던 건 맞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세수추계 오차는 코로나가 사실상 끝난 지난해와 올해 일어난 것입니다. 그러니 그 원인이 ‘갑작스런 코로나로 인한 경제상황 예측 실패’가 아니라, 모두 경기전망이 좋지 않다고 하는데도, 정부만 ‘하반기엔 경기 살아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실제 세수추계도 그대로 고집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와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기재부에서 받은 ‘주요국 세수오차율(실적 대비)’ 자료를 보면, 미국·일본·독일·캐나다·영국 등 주요 5개국은 2020년을 제외하고 최근 3년간 5% 이상 세수 오차를 낸 적이 없습니다. 지난해엔 미국(-4.4%), 일본(+3.7%), 독일(-0.6%) 모두 세수 오차가 전년보다 대폭 줄었습니다. 한국은 세수 오차가 -17.7%로 월등히 큽니다.

경향신문 3면 그래픽

 

4) 최상목 부총리, “4년간 틀려 미안하다”

- 최 부총리는 어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코로나19 이후 4년간 세수 추계 오차가 반복된 상황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 2021년과 2022년에는 당초 예산안 보다 세수가 더 많이 들어왔습니다. 코로나 상황이 예상보다 빨리 회복된데다, 또 코로나로 인해 반도체 경기 등이 오히려 활황을 띄기도 했고, 집값 상승으로 인한 부동산 관련 세금 등이 크게 늘어난 탓도 큽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예산을 짠 2023~2024년 상황은 다릅니다. 21~22년이 예상못한 상황 변수가 더 컸다면, 23~24년 상황은 이미 지적이 있었고, 뻔히 예상되는 상황을 사실상 방치했기 때문입니다.

- 그래서 최 부총리가 ‘4년 오차’를 언급한 것은 마치 이런 일이 늘상 있는 것처럼 ‘물타기’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현재의 `세수 펑크'는 윤석열 정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며, 우연이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 “감세와 건전재정이라는 엇박자 정책 기조를 견지하다 보니 정부 전망이 예측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것”(참여연대)

- “세수 결손이 예상됨에도 감세하겠다고 떳떳하게 얘기할 수 없으니 기재부가 상황을 낙관적으로 추계하는 것”(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 경향신문)

 

3. 세수 펑크 영향

 

 1) 정부는 돈 더 안 쓰고, 경기는 더 나빠진다 

 - 경제의 3대 주체는 기업, 가계, 정부입니다. 기업은 생산하고, 가계는 소비합니다. 정부는 경기가 위축되면, 재정을 동원해 경제를 살리고, 과열되면 통화정책 등을 통해 경제를 안정시킵니다. 지금은 경기침체 국면입니다. 가계는 소비여력이 없고, 기업은 돈을 못 법니다. 그런데 정부도 ‘세수 펑크’라며 돈을 못 씁니다. ‘알아서 하라’며, 정부가 뒷전으로 물러나는 격입니다.

 - 오히려 30조원의 ‘펑크’를 채우기 위해 쓰기로 한 돈도 안 쓰게 됩니다. 

 - “세수결손이 예상되는 30조원은 연간 국내총생산(명목 기준·지난해 2401조2천억원)의 1%를 넘어서는 매우 큰 규모다. 결손 규모에 맞춰 지출을 줄일 경우, 정부의 성장 기여도는 마이너스가 될 것”(우석진 명지대 교수, 경제학)

 

2) 지방은 더 어려워진다

- 지난해 56조원 세수 펑크가 나자, 정부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18조6000억원을 불용처리했습니다. 지방교부세가 지자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 교육교부금이 지방교육청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입니다.

- 올해도 세수 펑크를 메꾸느라 지방교부세와 교육교부금을 안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수 결손을 지방에 떠넘기는 겁니다.

- 이렇게되면, 농어업 지원, 방과후 돌봄 서비스, 학교 급식 등에 다 차질을 빚게 됩니다. 농가 지원은 줄 것이고, 지방에서 새로운 복지예산은 없을 것이고, 기존 복지예산도 다시 살펴볼 것이며, 물가고까지 겹쳐 아이들의 급식 반찬도 더 부실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4. 정부는 어떻게 하겠다는건가?

 

- ‘세수 펑크’ 때 제일 먼저 하는 말은 ‘재정운용 효율화’입니다. 쓸 돈 안 쓰겠다는 것입니다.

- 최 부총리는 “정부 내 기금 등 가용 재원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했고, 기재부는 “민생·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다. 지자체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지속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공허합니다. 딱히 뾰족한 대응책이 없기 때문입니다.

 

1) 기금 돌려막기

- 지난해 외국환평형기금 19조9천억원을 가져다 썼습니다. 외평기금은 외환시장 변동성에 대응할 목적으로 마련한 것입니다. 통장에 있는 돈을 잠시 빼내 쓰는 것이지만, 매우 위험한 행동입니다. 환율은 전쟁 등 외부변수에 의해 갑작스럽게 발생할 수 있는데, 그때 속수무책이 될 수 있는 리스크를 안은 것입니다.

- 최 부총리는 이번에는 “외평기금 동원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2) 불용

- 그냥 예정된 예산도 안 쓰는 것입니다.

- “결국 모자라는 세입분은 예산을 불용 처리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내수 부진이 전체 경기 회복을 제약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가뜩이나 긴축 편성한 예산마저 마중물로 활용하지 못하는 모양새”(류덕현 중앙대 교수(경제학), 한겨레)

 

3) 국유재산 매각

- 정부는 올들어 7월까지 국유지 등 국유재산을 팔아 900억원을 조달했습니다. 30조 세수펑크를 막기에는 역부족입니다.

 

4) 추경은 거부

- 정부는 ‘추경’은 극구 부인합니다. 경기침체·대량실업 등으로 규정된 국가재정법상 추경 사유에 부합하지 않는데다, 세입추경을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리면 미래세대 부담을 가중하고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린다는 이유입니다.

- 세입추경을 하는 것은 곧 나라빚을 늘리는 것이니, 결국 국민부담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

- 그러나 현상황이 지금 허리띠를 졸라매 버티면 ‘곧 나아질 것’인지, 아니면 지금 산소마스크를 씌워 일단 기력을 회복하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판단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경제가 확실히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으니, 현상황을 전자로 판단하고 있는 듯합니다. -

- 기재부는 “정부의 가용재원을 총동원”하겠다는 것인데, ‘가용재원’이 있나요. 결국 정부는 돈을 못 쓰고 안 쓸테니, 국민들이 알아서 살라는 얘기가 되는 건가요.

 

5. 사설

 

동아 = 4년째 세수 오차에 2년 연속 펑크…가계부도 이렇게 안 쓸 것

경향 = 2년 새 86조 세수 결손, 부총리 유감 표명으로 끝낼 일인가

한겨레 = 또 대규모 세수 펑크, 편법 말고 국회와 협의해야

중앙 = 2년간 80조원 세수 펑크, 재정 역할 제대로 할 수 있겠나

 

- 대부분 언론이 정부의 ‘세수 펑크’ 상황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으나, 조선일보 사설은 오히려 ‘재정적자가 커졌으니, 정부 지출을 더 줄이라’는 주장을 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