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스스로 책무를 저버리는 일이며 자유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불법 집단행동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
이어지는 의사단체들의 집단 사직...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대위'까지
출구전략은? 결과에 대한 책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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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울의대 비대위, 방송에서 공개사과…왜?
노컷뉴스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입력2024.03.18 09:39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방재승 (서울대의대 비대위 위원장)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낸 지 이제 한 달이 됐습니다. 강대강 대치 속에 어느 쪽도 굽히지 않고 그렇게 한 달이 흘러간 겁니다. 그동안 정부와 전공의들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고자 나섰던 그룹이 있죠. 바로 의대 교수들인데요. 이제 의대 교수들마저도 사직서를 내겠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서울대를 포함한 전국 20여 개 의과대학 교수들이 25일, 그러니까 다음 주 월요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한다 했는데 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건지 좀 들어보고요. 이어서 정부의 입장은 뭔지, 어떤 돌파구를 도대체 생각하고 있는 건지 들어보겠습니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대위의 방재승 위원장 그리고 대통령실의 장상윤 시민사회수석 차례로 만날 텐데요. 먼저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대위의 방재승 위원장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방재승>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대의대 비대위원장이기도 하고 전국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서울대 비대위원장 자격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 김현정> 어느 과 선생님이시죠?
◆ 방재승> 신경외과, 뇌혈관외과 의사입니다.
◇ 김현정> 신경외과, 신경외과. 거기 보니까 주로 비대위에 신경외과,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진짜 여러 어려운 과들, 기피과라고 흔히 하는 그분들도 많이 참여하셨더라고요.
◆ 방재승> 맞습니다.
◇ 김현정> 일단 그동안의 과정이 좀 궁금한데 제가 알기로는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에서는 지속적으로 중재를 위해 노력하셨던 걸로 알아요. '우리는 증원에 무조건 반대는 아니다. 의사 쪽, 정부 쪽, 환자 쪽, 여야 정치인들까지 다 모여서 토론회 해보자. 대화협의체도 만들어보자' 계속 주문하셨던 거 맞죠?
◆ 방재승>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그게 통 안 됐던 건가요? 어떻게 됐던 건가요?
◆ 방재승> 먼저 첫 번째 질문에 답하기 전에 제가 국민들에게 드리는 사과문을 짧게 말씀드리고 답변 드리겠습니다.
◇ 김현정> 사과문이요, 대국민 사과문?
◆ 방재승> 대국민 사과문입니다.
국민 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 먼저 의료 이용에 불편을 끼쳐 대단히 죄송합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혹은 아픈 가족을 동행하여 겨우 진료를 받으러 오셨는데 이번 사태로 인하여 진료에 차질이 빚어짐은 물론 불안한 마음으로 사태의 향방을 지켜보게 만든 것을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전공의 여러분께도 사과드립니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게 한 것 저 역시 그러한 환경에서 배웠기에 이러한 상황에 대해 문제의식을 제대로 가지지 못했고 인력이 부족하니 어쩔 수 없다라는 말로 넘어간 것, 특히 사직이라는 선택을 전공의들이 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음에도 제대로 소통을 해주지 못한 점에 대해 스승으로서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무엇보다 환자분들에게 사과드립니다. 그간 의사들은 왜곡된 의료 환경에도 세계 제일이라 평가받는 한국 의료를 위해 우리 의사들이 희생한 부분만을 생각했지 환자들이 이러한 왜곡된 의료 환경에서 겪는 고충에 대해 소통할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 김현정> 이렇게 사과문을 준비하신 이유는요.
◆ 방재승> 이렇게 사과를 드리게 된 까닭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실은 저는 환자만 보는 의사였는데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되고 나서 한 2주 동안 생각을 해보니 너무나 소통 없이 2000명이라는 인원 증가를 하는 데에 대해 저희가 설득을 하면 국민이 들어주시고 지지를 해주실 거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매일 신문, TV, 유튜브 보면 국민들이 큰 분노를 느꼈고 며칠 동안 곰곰이 생각해 보고 답을 얻었습니다. 기형적인 의료 환경의 작은 희생자이자 어쩌면 방관자인 저희의 자기 연민으로 가장 큰 희생자인 국민의 아픔을 저희가 돌아보지 못했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희가 정말 잘못했습니다. 특히 교수인 교수직을 유지하고 있는 저희 교수 집단도 정말 잘못했습니다. 국민 없이는 저희 의사도 없다는 걸 잊었습니다. 저는 이제 국민 여러분과 그간 미흡했던 소통을 하고자 합니다. 국민 여러분의 고충과 어떠한 부분을 개선해야 할지를 듣겠습니다.
◇ 김현정> 그거 외에도 긴 것들을 좀 적어오셨더라고요. 적어오셨는데 좀 일부분, 사과부터 하고 싶다 하셨어요. 제 첫 질문은 그러니까 왜 그 중재 노력이 영 안 됐습니까? 교수님.
◆ 방재승> 저희 서울대 비대위가 만든 중재안을 사실은 저희는 가장 합리적인 것으로 생각을 했습니다.
◇ 김현정> 그 안이 뭐였죠? 대화협의체 만들고 한 1년은 좀 유예해보자, 이거였던 건가요?
◆ 방재승> 핵심만 말씀드리면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숫자를 고집하고 있으니까 그걸 제발 좀 풀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고. 의사협회도 증원 절대 안 된다, 원점 재논의, 그걸 좀 풀고 대화협의체로 좀 나와라. 정부와 의협이 그것만 합의되면 전공의하고 의대생은 다시 돌아와라 그거였는데 저희가 간과한 게 있었습니다.
◇ 김현정> 뭔가요?
◆ 방재승> 전공의들이 저희 교수 집단이 중재해서 정부하고 의협이 대화협의체를 구성한다고 했을 때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다는 걸 몰랐습니다. 그만큼 전공의들이 가슴에 상처가 많이 있다는 거죠. 그러면 그냥 저희 같은 기성세대 입장에서는 '야, 너희 때보다 우리가 더 힘들었지 전공의가. 이 정도 힘든 거 전공의 (주당 근로시간) 80시간 뭐가 그리 힘들어' 이렇게 처음에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더 이렇게 저희 팀원들끼리 생각을 해봤더니 전공의들이 안 돌아오고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는 한국의료 미래의 필수 의료 인력의 비전이 안 보인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2020년에 그때 파업이라는 단어를 썼었죠. 그런데 의정협의체 해서 어쨌든 의사, 특히 전공의들의 의견을 좀 들어줄 줄 알았는데 실제로 4년 동안 전공의들이 생각하기에는 필수의료 나아진 게 거의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 2년 전에 터졌죠. 그런데 '그래도 나는 필수의료 해야지' 하고 있는데 갑자기 정부가 의사 수를 2000명을 늘린다고 그러니까 필수 의료 패키지 정책의 실효성도 믿을 수가 없고 '나는 그러면 못 믿겠다, 이런 데에서 나는 방 교수님처럼 따라 안 가겠습니다. 저는 그냥 우리의 갈 길 가겠습니다' 전공의들의 상심이 큰 거는 정부를 믿지 않는 겁니다.
◇ 김현정> 정리를 좀 하자면 결국 그렇게 대화협의체에 다 앉혀보고 싶었지만 각자가 다 서로를 믿지 못하고, 전혀 자신의 의견을 굽힐 생각이 정부도 없고 의사 쪽도 없고 이런 상황 속에서 결국 그게 불발이 됐는데. 그게 중재가 불발이 된 건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래서 우리 교수들도 사직서를 낼 수밖에 없겠습니다로 흘러가게 된 거는 어떻게 된 걸까요?
◆ 방재승> 그게 바로 이겁니다. 그러면 정부와 국민들께서는 '아니, 교수라는 집단이 그러면 전공의들을 가르치고 설득해서 다시 데리고 들어와야지 교수들 너네들까지 환자를 버리고 가면 어떻게 하냐'.
◇ 김현정> 그런 얘기들 하시죠.
◆ 방재승> 충분히 그런 생각하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희가 교수가 사직서를 낼 때는 교수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자기의 인생을 모든 걸 걸어서 온 교수직을 던지는 건데 오죽하면 그러겠습니까? 교수가 사직서 던지는 이유는 이 사태를 3월 안에, 3월 안에 해결하지 못하고 4월로 넘어가면 의대생 유급부터 해서 전공의 행정처분 명령 그리고 대형병원 줄도산 파산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의료는 완전히 무너지게 됩니다. 그러면 그거를 의료 현장에 있는 저 같은 필수 의료하는 의사들이 제일 잘 알고 있는데 여기서 그냥 나는 환자를 지키는 의사니까 나는 병원을 떠나지 않겠다 하는 거는 그거는 오히려 대한민국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교수가 자기 사직서를 던지고 나갈 만큼 용기를 더 내야 되는 그런 것보다는 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말하자면 3월 25일에, 그 안까지, 그러니까 일주일 안에 이 강대강 대치를 풀 해법을 마련해라. 해법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쪽에 더 방점이 찍혀 있는 거군요.
◆ 방재승> 맞습니다. 맞습니다.
◇ 김현정> 사표를 낸다 이 자체보다 제발 부디 그 지경이 되기 전에 해법 좀 찾아주십시오, 모여보자, 이런 의미로 해석하면 됩니까?
◆ 방재승> 맞습니다.
◇ 김현정> 잘 들여다보니까 숫자가 문제예요. 매년 의대 신입생을 2000명씩 더 뽑겠다. 즉 의대생을 매년 5000명씩 뽑는다. 정부는 이 2000명이라는 숫자에서 단 한 명도 줄일 수가 없다는 거고 의사들은 2000명이란 숫자를 박아놓고 대화를 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 여기서 지금 대화가 안 풀리고 있는 건데요. 선생님, 교수님이시고 또 동시에 병원에서 진료를 하시는 의사 선생님이시기도 하니까 제가 질문 드립니다. 솔직하게 말씀을 좀 해주세요. 한 해 들어오는 의대 신입생이 지금은 3000명이잖아요. 거기에 2000명을 더 뽑으면 정말로 교육이 좀 어렵습니까?
◆ 방재승> 절대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가 의대 공부는 보통 일반 대학하고 다릅니다. 실습이라는 게 있고 실습 기자재가 있고 그다음에 실제로 환자를 겪어보면서 가르쳐야 되는데 저희 때만 해도 시신, 사체부가 보통 33명이 시체 한 구를 가지고 했었는데.
◇ 김현정> 33명이.
◆ 방재승> 지금은 그때보다는 나아졌지만 2000명이 더 들어오면 사실은 강의실조차도 없습니다.
◇ 김현정> 정부에서는 강의실도 늘리고 교수들도 팍팍 뽑으면 되지 않겠느냐 이렇게 얘기하는데 어떤가요?
◆ 방재승> 그거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의료 현장에 있는 실무자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행정적인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의실, 서울의대 강의실만 해도 뒷좌석에 보면 자리가 별로 없습니다. 그러면 만약에 15명을 20명을 더 늘린다고 해도 건물 자체를 새로 지어야 될 환경인데 그게 어떻게 재원이 그렇게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고… 교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실력 있는 의대 교수가 되려면 제가 보기에는 최소 45세 이상은 돼야 되는데 갑자기 교수 요원이 어디서 1000명을 구하겠습니까? 의료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 김현정> 대충 어떻게 어떻게 구한다 쳐도 이것은 의료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다?
◆ 방재승> 맞습니다.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왜 전국의 대학에서는, 의과대학에서는 3401명을 더 늘려달라 요구했다는 거예요. 정부가 얘기한 게 2000명인데 오히려 의과 대학들에서는 3000명 넘게 요구했다. 이거는 그럼 어떻게 생각이 다른 거죠? 교수님들하고.
◆ 방재승> 그거는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국의 의과대학 학장님들이 써낸 숫자는 내년도 정원은 350명으로 써내셨습니다. 그런데 전국의 총장님들이 써낸 숫자는 그거에 10배 이상 3300명을 이렇게 써내신 거죠. 그거는 저 같은 현직에 있는 실무자 입장에서는 실무자 목소리를 듣지 않으셨던 겁니다. 총장님들이 의과대학 학장님의 목소리만 들으셨어도 그렇게 써내지 않으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의과대학 학장님들하고 10배 차이가 나요?
◆ 방재승> 맞습니다.
◇ 김현정> 대학 본부 쪽하고 의과대학 학장님하고.
◆ 방재승> 맞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결국은 2000명이라는 숫자를 일단은 여기서 한 발짝도 못 물러난다. 이걸 좀 접고 얘기를 다시 시작해 보자. 증원 자체는 반대가 아니다, 이 말씀이신데.
◆ 방재승> 맞습니다.
◇ 김현정> 지금 디데이를 3월 25일로 잡으셨어요?
◆ 방재승> 저희가 전국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지난주 금요일날 했고 그 디데이를 3월 25일로 잡은 이유는 저희 서울대는 지난주 총회 때 3월 18일까지 정부가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사직서를 제출하겠다. 그래서 사실은 3월 19일, 내일부터 사직서를 접수받을 생각이었는데 비상대책위원회 지난주 금요일날 해보니 아직 전국적으로 완전히 각 대학별로 통계 조사나 의향이 수집 안 된 곳에 있어서 하면 같이 행동을 하는 게 좋겠다. 그래서 3월 25일로 정했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 됐군요. 전국에 의대가 40개 있는데 지금까지 17개 대가 교수가 결의했고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거군요. 점점 더.
◆ 방재승>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이렇게 실제로 사직을 할 경우에 정부에서는 전공의들 때와 마찬가지로 복귀 명령 내릴 수 있고 그거 듣지 않으면 면허정지까지도 할 수 있다. 법적 처분을 할 수도 있다는 건데 거기에 대한 입장은 어떠십니까?
◆ 방재승> 맞습니다. 당연히 정부에서 교수들에 대해서도 사법적 조치와 행정명령을 하겠다, 이렇게 얘기를 하셨고 겁 안 나는 교수가 어디 있겠습니까? 저도 정말 겁납니다. 그리고 제가 평생을 바쳐서 뇌혈관 외과 의사를 진짜 면허 정지나 면허 취소 되면 제가 어디 가서 개원을 하더라도 뇌혈관 외과 의사 수술은 분당서울대병원 같이 이렇게 잘 갖춰진 병원에서 좋은 인프라와 장비가 지원이 없이는 도저히 할 수 없거든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직서를 진짜 진심으로 내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면 어쨌든 이번 사태는 4월이 넘어가기 전에 해결을 해야 이게 의료 파국을 막는데 아무도 양보를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러면 저희 교수들이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를 써서 진심을 좀 보여줘서 양보를 하고 제발 대화의 장을 좀 나오세요. 전공의 선생님들 돌아오세요. 그런 일종의 호소입니다. 호소.
◇ 김현정> 알겠습니다. 간절하게 지금 말씀하시는 게 느껴지네요. 중재 노력을 지금 계속하고 있지만 이게 안 된다면 사직이라는 것까지 내놓고 우리는 목숨 내놓고 하겠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입니다. 서울대 의대 교수 비대위의 방재승 위원장 오늘 만나봤습니다. 교수님 오늘 고맙습니다.
◆ 방재승> 감사합니다.
이하 <서울대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 사과문 전문>
오늘 저에게 15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질문지를 미리 주셨기 때문에 답을 제가 준비해서 왔는데요. 하지만 이것과 좀 다른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국민 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 먼저, 의료 이용에 불편 끼쳐 대단히 죄송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병원까지 가는 길이 참으로 멉니다. 저는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2021년 기준 하루 평균 칠천 명의 외래 환자 중 삼십 퍼센트가 지방에서 서울로 진료를 보러 오셨다고 합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혹은 아픈 가족을 동행하여 겨우 진료를 받으러 오셨는데, 이번 사태로 인하여 진료에 차질이 빚어짐은 물론 불안한 마음으로 사태의 향방을 지켜보게 만든 것을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전공의 여러분께도 사과를 드립니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게 한 것. 저 역시 그러한 환경에서 배웠기에, 이러한 상황에 대해 문제의식을 제대로 가지지 못했고, "(인력이 부족하니) 어쩔 수 없다."라는 말로 넘어간 것. 특히, 사직이라는 선택을 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음에도, 제대로 소통을 해주지 못한 점에 대해 스승으로서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무엇보다 환자분들에게 사과드립니다. 그간 의사들은 왜곡된 의료 환경에도 세계 제일이라 평가받는 한국 의료를 위해, 우리 의사들이 희생한 부분만을 생각했고, 환자분들이 이러한 왜곡된 의료 환경에서 겪는 고충에 대해 소통할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의사를 보기 위해 먼 길을 오셔서 고작 3분에 불과한 진료를 받으시는데도, 제 환자한테만 진심이면 되고, 시스템은 내 영역 밖이라는 태도로 일관했고, 책임이 있는 현 사태의 당사자임에도 치열한 반성 없이 중재자 역할을 하려 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이렇게 사과를 드리게 된 까닭은 다음과 같습니다. 최근 부족한 저를 서울의대 비상대책위원회의 장으로 뽑아 주셨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어떠한 소통 없이 통보 형태로 이천 명이라는 인원을 증원하겠다는 비합리적인 결정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서 당연히 저희의 목소리를 들어 주시고 지지를 해주실 거라고 말입니다.
아니었습니다. 매일 신문, TV, 유튜브 댓글 등에서 국민 여러분의 크나큰 분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당황했고 또 자괴감도 느꼈습니다. 하지만 요 며칠 새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고 답을 얻었습니다. 기형적인 의료 환경의 작은 희생자이자 어쩌면 방관자인 저희의 자기연민으로, 가장 큰 희생자인 국민의 아픔을 저희가 돌아보지 못했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희가 정말 잘못했습니다. 국민 없이는 저희 의사도 없다는 걸 잊었습니다. 저는 이제 국민 여러분과 그간 미흡했던 소통을 하고자 합니다. 국민 여러분의 고충과 어떠한 부분을 개선해야 할지를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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