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5원 ‘맞춤형’ 대파 손에 쥐고…윤 대통령 “합리적”
하나로마트 양재점 2760원에 팔다 갑자기 인하
누리꾼·민주당 “물정 모르나” “한 뿌리 아니고?”
800원대로 폭락하면 농민은 수확 않고 밭 엎어
한겨레 윤선희 기자 / 수정 2024-03-20 16:59 등록 2024-03-19 16:13
“대파 한 단에 875원이라고? 한 뿌리 아니고?”
“우리 동네는 한 단에 4천원인데, 원정 가야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후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해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 같다”고 말한 사실이 보도되자 누리꾼들 사이에 논란이 벌어졌다. 대파가 한 단에 875원일 리가 있냐는 의문이다.
19일 한국농수산물유통센터 농산물유통정보를 보면, 18일 기준 대파 한 단(1kg) 평균 소매가격은 3018원이다. 일주일 전 4005원보단 내렸지만, 여전히 평년 2982원에 견줘 비싸다. 최고가는 7300원에 이른다.
875원은 실재하는 가격이다. 대형마트 등 소매점 통계를 보면 서울의 한 유통업체의 가격은 875원이다. 윤 대통령이 방문한 하나로마트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유통업체는 일주일 전까지는 대파 한 단에 2760원에 팔다가 대통령 방문 전에 1천원으로 가격을 내렸으며, 대통령 방문 당일엔 875원으로 가격을 더 낮췄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 지원금과 농협 자체할인에 정부의 농산물 할인쿠폰까지 더해지면 875원의 가격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라며 “다만, 거의 모든 지원금과 할인 여력 등을 대파에 ‘영끌’ 했을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대통령이 ‘세상 물정’을 모른다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유통업체에서 3500~4000원대에 팔리는 대파값을 모른 채 ‘하나로마트 양재점’ 가격만 보고 현실을 파악하려는 게 말이 되냐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100곳의 마트에서 4천원에 팔리는 대파가 한 곳에서만 875원이면 대파 물가가 안정됐다고 하는 게 말이 되냐”며 “대통령 방문에 맞춰 가격을 더욱더 인하한 하나로마트도 어이없고, 실제 물가를 파악할 수 없도록 제일 싼 곳으로 안내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린 대통령실은 문책 대상 아닌가 싶다”고 적었다.
민주당 역시 대파 가격 논란에 성명을 냈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은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인 것 같다’는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만 하고 있다”며 “대파 한 단에 9000원, 배추 한 포기에 5000원이 넘는다. 국민께서 느끼는 체감 경기를 안다면 다른 나라보다 물가상승률이 낮다는 소리를 못한다”고 비판했다.
더 큰 문제는 윤 대통령이 ‘대파 한 단에 875원’이라는 가격을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나도 시장을 많이 가 봐서 그래도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파 가격이 800원대로 곤두박질치면 대파 산지 농민들은 수확하지 않고 밭을 갈아엎는다.
지난 2020년 2월 대파 가격이 전년도 1170원에서 817원으로 떨어지자 전국 생산량의 97%를 차지하는 전남 지역 대파 농민들은 앞다퉈 밭을 갈아엎었다. 한 단에 1천원이 넘는 생산비조차 건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확에 필요한 인건비까지 감안하면 차라리 포기하고 밭을 갈아엎는 게 손해를 줄이는 길이라는 판단에서다.
대통령이 ‘합리적’이라고 말 한 875원은 농민이 1년간 들인 공을 모조리 포기하게 하는 ‘불합리한 가격’이라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경기도에서 농사를 짓는 50대 농민 허아무개씨는 “하나로마트 양재점의 대파 가격 875원이 가능한 가격이냐는 논란보다 대파 가격의 적정선조차 알지 못하는 대통령의 현실 인식 수준이 더 큰 문제”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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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파 한 단 875원 합리적인데요" 尹대통령 방문 날 할인 행사
중앙일보 임성빈 기자 / 입력 2024.03.19 18:08 업데이트 2024.03.19 21:43
나도 시장을 많이 가봐서 그래도 (대파가)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이 든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았을 때 말한 대파 가격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흔치 않은 할인 가격을 ‘합리적’이라고 말한 윤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물가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중이다. 해당 매장은 윤 대통령 방문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대파를 현재 가격의 3배 넘는 가격에 팔았는데, 윤 대통령이 방문하는 날 가격을 낮췄다.
“어느 마트가 5원 단위로 끊어 파냐”
19일 하나로마트 양재점에 따르면 이 매장은 지난 18일부터 오는 20일까지 하루 1000단 한정으로 대파 한 단을 875원에 판매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30% 할인 지원이 들어간 가격으로, 할인 전 가격은 1250원이다.
해당 매장은 일주일 전인 지난 11~13일 할인 행사에선 대파를 한 단에 2760원에 팔았다. 당시 매장은 이 가격이 농식품부 지원 20% 할인 가격이라고 광고했다. 이후 대통령 방문 전에 1000원으로 가격을 낮췄고, 대통령 방문 당일 875원으로 더 내렸다.
온라인에서는 “어느 마트에서 5원 단위로 끊어 파냐” “대통령이 간 마트는 어떻게 그렇게 싸냐”며 가격 책정이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줄을 이었다. 또 “그 가격은 농민을 무시한 것” “저 가격이면 농민 인건비만 겨우 건져 갈아엎어야 한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또 “100g당 가격을 875원으로 본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세상 물정을 모른다”고 비판했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대파 한 단에 9000원, 배추 한 포기에 5000원이 넘는다”며 “국민께서 느끼는 체감경기를 안다면 다른 나라보다 물가 상승률이 낮다는 소리는 못 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농협 하나로마트의 대파 가격은 18일에만 특별히 낮춘 가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발표된 정부 물가 안정 정책이 현장에서 순차적으로 반영된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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