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키디데스 함정· 킨들버그 함정

세계적 공공재(public goods)와 북핵(北核) 그리고 미국과 중국

SUNDISK 2018. 10. 7. 19:04



세계적 공공재(public goods)와 북핵(北核) 그리고 미국과 중국


<< 세계적 공공재(public goods)와 북핵(北核) 그리고 미국과 중국 >>

 

사실 미국과 북조선 사이의 북핵(北核) 관련 위기 상황에서 21세기 들어 중국의 역할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가지게 만든다.

 

일단 말로 미국과 북조선이 서로를 공격하고 있지만, 소위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최악의 상황인 한반도 전쟁에 중국이 대비해야 한다.”고 떠들고 나섰다.

 

전쟁이 일어나 북조선이 망하면 중국은 어떻게 될까? 56개 민족 연합체인 중국의 동북(東北) 방어벽이 무너지고 만다. 그래서 소위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한국과 미국 등과 상의해서 비상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면 한국, 미국과 협력해서 짜야 하는 비상계획은 뭘까? 북핵(北核), 난민 유입, 사회질서 회복, 위기 이후의 한반도 정치질서, 중국의 동북아 3() 혼란 등이다.

 

비단길(Silk Road)뿐 아니라 인류 역사에서 각 국가 또는 각 지역 간에 여러 가지 교역을 하면서 정치·경제·문화를 이어 준 공통집합은 안정적인 공공재(public goods)였다.

 

바다와 땅 모두에서 인류문명의 교류가 진행된 통로는 신뢰의 공공재(public goods)가 있어야 연결되었다. 이 통로를 장악하는 집단은 거대 집단 또는 제국(諸國)으로 발전했다.

 

과거의 패권국 또는 강대국은 자신이 만든 공공재(public goods)로 이익을 보면서 관리자 또는 통치자 역할을 자임했다. 지구촌 공공재(public goods)는 평화, 거래 수단의 신뢰(금융), 분란이 없는 무역통로, 상호간 재화와 용역의 보호와 보존 등이다.

 

인류 역사에서 강력한 집단 또는 강대국이 출현하여 누구도 흔들 수 없는 공공재(public goods)를 제공할 경우 분쟁, 국지전, 전쟁 등은 사라진다. 가까운 예로 20세기 후반에 미국과 소련이라는 두 강대의 공공재로 인해 비록 냉정이라는 갈등 블랙홀이 있었지만, 분쟁, 국지전, 전쟁 등은 거의 사라졌다.

 

그러다가 소련이 무너지고 중국과 인도의 등장 등 지구촌이 다극체제로 변하자 안정적인 공공재(public goods) 공급에 빈틈이 생겼다. 그런 관계로 소말리아 해적, 엄청난 내전과 국지전, 이슬람국가(Islamic State) 분란이 일어났다.

 

지금 미국과 북조선의 완전파괴미치광이 나발분란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므로 스스로 강대국을 자처하면서도 안정적인 공공재(public goods) 제공에 인색하거나 무임승차의 중국과 러시아는 상당한 책임을 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완전파괴발언을 액면 그대로 보지 말고 복합적인 투키디데스의 함정킨들버거 함정관점에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신뢰의 공공재(public goods)를 무상으로 제공하던 기존 패권국가와 빠르게 부상하는 신흥 강대국의 두려움을 인식, 결국 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황을 투키디데스 함정이라 한다. 원래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전쟁에서 유래한 말이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는 용어는 아테네 출신의 역사가이자 장군이었던 투키디데스(Thukydides, B.C.460?~B.C.400?)가 편찬한 역사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나왔다. 당시 기원전 5세기 기존 맹주였던 스파르타는 급격히 성장한 아테네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게 되었고, 이에 양 국가는 지중해의 주도권을 놓고 전쟁을 벌이게 되었다.

 

투키디데스는 이와 같은 전쟁의 원인이 아테네의 부상과 이에 대한 스파르타의 두려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서 유래된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급부상한 신흥 강대국이 기존의 세력 판도를 흔들면 결국 양측의 무력충돌로 이어지게 된다는 뜻이다.

 

킨들버거 함정이란 새롭게 등장한 패권 국가가 기존 패권국이 생산하던 공공재(public goods)가 원만하게 제공되지 않을 때 재앙이 발생한다는 이론이다. 각국은 국위(國威) 차원에서 자신의 공공재(국방 등)를 생산하지만, 세계적 공공재는 주로 강대국이 공급한다. 만약 중국과 러시아가 안정적인 세계적 공공재를 제공하고 있다면 지금의 북핵(北核) 분란이 일어났을까?

 

전략가·경제사학자인 찰스 킨들버거(Charles P. Kindleberger, 1910~2003)2차 세계대전 중 미 중앙정보국(CIA)의 전신인 전략첩보국(OSS)에서 일했다. 전후에는 유럽재건을 위한 마셜플랜, 유럽復興計劃, European Recovery Program, ERP) 집행에 일조했다.

 

킨들버거 주장의 요지는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은 영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국이 된 미국이 자유 무역 질서의 공공재 공급을 제공하는 데 실패한 데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21세기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UN Security Council)의 상임이사국이다. 따라서 유엔 평화유지군, 세계 보건, 기후변화에 관련 유엔 프로그램에도 적극 참여한다. 한편,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세계은행(World Bank),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경제기구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은 수시로 신뢰의 세계적 공공재(public goods) 생산을 거부했다. 대표적인 것이 남중국해 문제다. 모든 해양 영유권 주장은 유엔해양법협약(UNCLOS)과 국제법에 따라 해결돼야 하지만, 강대국을 자처하는 중국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

 

중국은 1940년대 남중국해 해역과 해저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기 위해 남중국해 주변을 따라 이른바 ‘'남해 9단선(南海九段線)’을 그었다. 이는 남중국해 전체 면적의 90%를 차지한다. 필리핀은 중국의 주장이 유엔해양법협약(UNCLOS) 위반이라며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제소했다.

 

PCA20167월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지만, 중국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중국의 주장에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한 상설중재재판소의 판결을 거부한 것이다.

 

그러면 중국이 세계가 공유하는 안정적인 공공재(public goods) 생산을 거부하면 어떻게 될까? 중국은 현재 세계 질서를 뒤엎기보다는 기존 질서 안에서 영향력을 키워 나가고 있지만, 미국이 중국을 강하게 압박한다면 중국은 안정적인 공공재(public goods) 생산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질서에서 자국의 이익을 얻어 내는 데 혈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바로 세계가 우려하는 킨들버거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또한 가능성은 적지만, 미국이 중국을 필요 이상으로 위협적이라고 오판할 때 세계는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 논리의 모순도 있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패권국이 내놓는 일련의 잘못된 정책들이 전 세계를 재앙에 빠트릴 수도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지금 북조선 김정은의 심리상태를 이런 맥락에서 보자. 과연 김정은은 미국을 너무 얕잡아 보아서도 안 되고, 너무 두려워하는 것도 문데다. 그런데 지금 상황이 이런 상태다. 그래서 북핵(北核) 위기가 지구촌 전체의 걱정이 되는 것이다.

 

지구촌에 사는 인간 누구든지 인류 역사를 고통스럽게 할 수도 있는 권리는 없다. 조급성, 두려움, 불만, 오판, 오해가 인류의 집단살상과 집단상처를 몰고 왔다. 신중하지 못한 결정들이 안정적인 공공재(public goods) 생산을 붕괴시키고, 그 결과는 끔찍한 피의 계곡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