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키디데스 함정
Tuchididdes Trap
투키디데스 함정이란 기존 패권국가와 빠르게 부상하는 신흥 강대국이 결국 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 원래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전쟁에서 유래한 말이며 최근 미국과 중국의 상황을 설명하는 데 쓰여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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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美·中은 ‘투키디데스(신흥 강대국과 기존 강대국의 전쟁)의 함정’에 빠질까
북한 붕괴, 남중국해 분쟁, 대만 독립 시도 등 충돌 소지 많아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자 최강국인 미국과 혈맹이다. 바로 지척에 위치한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이자 세계 최대 무역국가다. 우리나라는 한·미 동맹을 통해서 국가안보를 보장받고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중국과의 교역에서 많은 혜택을 얻었다. 2001년부터 2016년까지 우리나라의 전체 무역흑자(5160억 달러) 중 대중 무역흑자(5035억 달러) 비중이 98%에 육박한다.
우리나라가 맞닥뜨린 가장 큰 난제 중 하나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발생하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다. 만약 미국 혹은 중국 한 나라를 선택해야 한다면 어느 나라를 선택해야 하는가? 사드배치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는 대미 동맹에서 안보를 보장받고 대중 관계에서 경제적 실익을 추구하는 관계의 공존이 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의문이다.
대미 동맹에서 안보, 대중 관계에서 경제적 실익 챙겨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는 용어가 있다. 아테네의 역사학자이자 장군인 투키디데스(BC 460∼BC 400)가 지은 저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비롯된 용어다.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신흥 강자 아테네의 부상과 이에 대한 패권국 스파르타의 두려움 때문에 일어났다고 결론지었다. 이 용어는 신흥 강대국이 급격히 부상하면 기존 강대국이 불안함을 느끼게 되고 결국 전쟁으로 귀결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용어를 유명하게 만든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가 최근 미·중 관계의 ‘투키디데스 함정’을 다룬 책을 출판했다. 바로 [전쟁을 향한 운명: 미국과 중국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피할 수 있을까?(Destined for War: Can America and China escape Thucydides’s Trap?)]라는 책이다.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는 미 국방부 고위직을 역임하면서 현실정치에도 깊이 관여했던 미국 안보외교의 권위자다.
이 책에서 앨리슨 교수는 지난 500년 간 16번 신흥강자가 기존 강대국을 대체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며, 이 중 12번이 전쟁으로 귀결됐다고 말한다. 전쟁을 피할 수 있었던 4번은 도전자와 도전을 받는 자 모두가 태도와 행동에서 중대하고 고통스런 적응을 행한 경우였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단정적인 제목을 사용했지만, 앨리슨 교수는 미국과 중국 간의 일전(一戰)이 불가피하다고 믿는 쪽은 아니다. 오히려 불가피한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이 책의 주제다.
앨리슨 교수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두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바로 ‘신흥 세력 신드롬(rising power syndrome)’과 ‘기존 세력 신드롬(ruling power syndrome)’이다. 전자는 신흥 세력의 자신에 대한 향상된 인식에서 비롯되는데, 신흥 세력은 인정과 존경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후자는 본질적으로 전자의 미러 이미지, 즉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기존 세력은 쇠퇴의 낌새를 깨닫고 공포감과 불안감이 커진다. 자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커짐과 동시에 신흥 세력은 외부 세계의 인정과 존경(listen to what I have to say)을 요구하게 된다. 좀 더 큰 영향력을 원하는 건 당연하다. 기존 세력은 신흥 세력을 졸부로 치부하며 이들의 주장을 무례하고 배은망덕할 뿐 아니라 도발적인 것으로 여긴다. ‘신흥 세력 신드롬’과 ‘기존 세력 신드롬’은 현재 중국과 미국의 지도층이 느낄 감정을 잘 나타내고 있다.
신흥 세력 신드롬 vs 기존 세력 신드롬
미국과 중국의 충돌 가능성이 커진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눈부신 경제성장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직후만 해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달했다. 중국의 GDP는 당시 제대로 집계도 되지 않을 만큼 미미한 규모였다. 중국이 본격적으로 개혁개방을 추진한 1980년 무렵에도 중국의 GDP는 세계 GDP의 2%에도 미치지 못했다. 당시 미국의 GDP는 세계 GDP의 30%에 달했다. 미·중 GDP 격차는 약 15배 정도였다.
중국의 GDP는 1981년 약 2000억 달러에서 2016년 11조2000억 달러로 50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그리고 2016년 미·중 양국의 GDP 격차는 0.7배 미만으로 좁혀졌다(미국 GDP의 세계 GDP 비중 24.6%, 중국 14.8%). 환율을 기준으로 한 명목 GDP 비교 결과가 이렇고 구매력평가(PPP) 기준 GDP는 이미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았다. 명목 GDP도 2030년 이전에는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은 중국의 외교정책에서 나타내는 특징이다. 앨리슨 교수에 따르면, 중국은 외교정책 추진에서 경제적 수단의 사용을 꺼리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경제적 수단을 사용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130여개국의 최대 교역상대국이며 특히 아시아 국가들과 교역규모가 크다. 2015년 아세안 국가들의 대외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5%인 반면, 미국의 비중은 9%에 불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한 후 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중국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 역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체결을 추진 중이다.
상대방이 현실을 잘 인식하지 못하거나 중국의 대외 정책에 저항하려고 하면 중국은 경제적 레버리지를 망설임 없이 사용한다. 중국으로부터 주요 원자재를 공급받거나 대중 수출의존도가 큰 나라들이 이 같은 수단에 특히 취약하다. 중국은 중국과의 불협화음이 커질 경우, 우선 지연시키고 그래도 안 되면 차단한다. 2010년 일본과의 조어도(센카쿠 열도) 분쟁 때 중국은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의 일본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일본이 억류중인 중국인 선장을 돌려받기 위해서였다. 2011년에는 중국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항의하기 위해서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2012년 필리핀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격화되자, 중국은 세관에 대기중인 필리핀산 바나나의 검역을 지연해서 썩게 하고 나중에는 수입 자체를 금지했다. 최근 우리나라 역시 중국으로부터 경제제재를 당했다. 지난해부터 한국산 드라마·예능·영화를 제한하는 ‘한한령’을 실시하더니, 올해는 한국 단체관광을 금지하는 조치까지 취했다. 우리는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제적 수단을 사용하는 중국의 민낯을 제대로 봤다.
신흥 세력의 힘이 세지고 기존 세력의 상대적 역량이 약화되면 달라진 힘의 균형(balance of power)을 반영하기 위해서 기존의 협의, 체제 및 관계에 수정을 가해야 필요성이 생긴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불협화음을 앨리슨 교수는 ‘전환마찰(transitional friction)’로 불렀다. 신흥 세력은 기존 제도가 변화를 너무 늦게 수용한다고 여기며 이런 지연을 기존 세력이 신흥 세력의 발전을 봉쇄하기 위한 시도로 간주한다. 이와 달리 기존 세력은 잘 설계되고 안전한 기존 제도에 대해 신흥 세력이 광범위하고 빠른 조정을 요구한다고 믿는다.
이 같은 상황을 잘 나타낸 실례가 중국이 추진하는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이다. 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이 구축한 달러 중심의 브레튼우즈 체제에서 중국은 낄 자리가 없었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중국의 투표권은 일본보다도 낮은 6.1%에 불과하다. 중국은 IMF와 세계은행에 중국의 국력을 반영할 수 있는 비중 조절을 요구했으나 미국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중국은 AIIB 추진으로 맞대응했다.
중국의 목표는 무엇일까? 앨리슨 교수는 시진핑 주석의 목표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똑같은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America)’만 ‘중국(China)’으로 바꾼다면 말이다. 바로 ‘중국을 다시 위대하게(Making China Great Again)’이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이 경제 성장을 지속하고 국민들의 애국심을 고취하고 대외관계에서 어떤 나라에게도 굴복하지 않는다면 중국인이 부유해지고 강해질 뿐 아니라 존경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하게 믿고 있다.
미·영, 미·소의 대규모 충돌은 없었지만…
‘중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문구가 구체적으로 뜻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첫째, 서방 열강이 침략하기 전에 그랬던 것처럼, 중국이 아시아에서 지배적인 위치로 복귀하는 것이다. 둘째, 대륙의 신장과 티베트뿐 아니라 홍콩과 타이완을 포함한 대중화(greater China) 영역에 지배력을 구축하는 것이다. 셋째, 인접한 국경과 영해지역에 역사적으로 누려왔던 영향력을 회복해서 다른 국가들이 중국을 존중하게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제무대에서 다른 강대국들의 존경을 얻는 것이다. 중국이 우리나라의 사드배치에서 드러내는 태도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하는 행동을 보면 정확히 이런 목표와 부합한다.
중국과 미국의 무력충돌은 불가피할까? 미국은 팍스 아메리카나를 유지하고 싶어하며 중국의 도전에 언제라도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 양국 모두 자신의 행동을 올바르고 합당하다고 생각하며 상대방은 의심스럽고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과연 미·중 양국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피할 수 있을까?
신흥 세력과 기존 세력이 가장 현명하게 무력충돌을 회피한 경우는 20세기 초의 미국과 영국이다. 영국은 공격적으로 국제 영향력을 확대하는 미국에게 양보를 거듭했다.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인식이 있었을 뿐 아니라, 영국과 미국의 인종적·언어적 전통이 동일했고 정치문화와 지배 구조가 같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중국과 미국은 정반대인 점이 많다. 미·중 간의 충돌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앨리슨 교수는 책에서 미·중 전쟁이 발발하는 몇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남중국해에서 미국 태평양함대와 중국 해군과의 예기치 않은 충돌, 대만의 독립 시도가 계기가 된 미·중 간의 무력충돌 그리고 북한의 붕괴다. 북한 붕괴로 인한 미·중 무력충돌 시나리오는 이렇다. 김정은이 후계자 없이 갑자기 사망하자, 군부파벌들의 권력 장악을 위한 내전이 발발한다. 휴전선 인근에 위치한 북한 방사정포 부대 사령관은 서울이 김정은 사망과 연관되어 있다며 방사정포 공격을 위협한다. 중국은 북한의 무모한 포격으로 인해 한·미 연합군이 북한을 공격하고 더 나아가 한국이 한반도를 통일하는 것을 우려한다. 결국 중국은 북한의 방사정포 공격을 제어하기 위해서 특수부대를 파견하는데, 한·미 연합군이 북한 방사정포 부대를 선제 공격하면서 중국 특수부대에서 사상자가 발생한다.
더 큰 충돌은 북한의 핵무기를 통제하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한다. 북한이 혼돈에 빠지자 미국은 핵무기가 군부 파벌 손에 들어가 해외로 유출되거나 심지어 테러리스트한테 팔리는 것을 막기 위해 특수부대를 파견한다. 하지만 북한 핵 시설은 중국 국경 인근 지역에 있기 때문에 한·미 연합 특수부대가 도착할 무렵이면 중국 특수부대 역시 핵시설에 도착해 있을 확률이 높다. 한·미 특수부대와 중국 특수부대는 서로의 존재도 인지하지 못한 채 우발적인 총격전을 벌이게 되고 서로는 상대방이 매복 공격을 했다고 믿는다.
김재현 -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상하이교통대에서 금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칼럼니스트로서 중국 경제·금융 연구와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김재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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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키디데스의 ‘이중함정> - 김태현
본 논문에서 저자는 사회과학으로서 국제정치학 이론들이 예측/예언의 정확성을 우위경쟁의 기준으로 삼는 점을 비판하면서 현 국제정치학자들이 투키디데스의 현실주의적 관점을 인용하는 점에 대해 부정확한 인용과 그에 따른 부정확하고 부정적인 예측을 하는 것을 비판하고 있다.
투키디데스의 관점의 해석적 측면
) -->l 대다수의 국제정치학자들이 투키디데스의 관점을 현실주의적 해석에 인용하며 국제관계학의 비관적 현실을 예측한다.
) -->n “강자는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약자는 해야 하는 일을 감수한다” (Athens, Mearsheimer)
) -->u 한국, 양안관계 – “Taiwan’s Dire Straits” (Mearsheimer)
) -->n 펠로폰네소스 전쟁 원인: 패권국 스파르타와 신흥강국 아테네 사이의 패권경쟁
) -->n 제 1차 세계대전 원인: 영국과 독일사이의 패권경쟁
) -->n 두 전쟁의 불가피함의 원인은 두려움이었고 이와 마찬가지로 패권국인 미국은 신흥강국인 중국의 권력증대를 두려워하여 세력전이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
) -->l 하지만 저자는 투키디데스가 당시의 문화적 분위기를 반영하여 전쟁의 역사를 하나의 비극으로 구상, 과장한 측면이 있다고 서술함
) -->n 투키디데스는 또한,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스파르타가 아테네의 권력증대를 두려워해서라고 서술하지 않음
) -->u 아테네의 힘은 스파르타의 두려움을 야기할 정도로 성장하지 ㅇ낳음
) -->u 스파르타는 전쟁을 예방적 목적으로 실현하지 않음
) -->u 아테네는 물질권력이 정치권력으로 전환되는데 조급함을 느끼고 집단적 자만 (Hubris)로 인해 확장적 전쟁을 위시한 공격적 국가정책을 내세움
) -->n 따라서 투키디데스는 “국가, 체제차원의 변수” (민주정 vs. 과두정), “개인차원의 변수”, 그리고 “외생적 변수도 중요하게 설명”
) -->u 개인차원 – 리더의 차이 (페리클레스 vs. 아르키다무스)
) -->u 외생적 변수 – 페리클레스의 죽음 (역병), 아테네의 항해술 발달 등
투키디데스의 관점을 오인함으로써 생긴 잘못된 비교분석: 5세기 그리스와 21세기 미-중 경쟁
) -->l 아직 양극체제가 완전히 성립되지 않았다.
) -->n 중국의 군사적 경제적 권력 미달
) -->l 동맹의 양극화도 완전하지 않다
) -->n 미국 – NATO, 미일 동맹, 한미 동맹 등
) -->n 중국 – 북한과의 동맹 (SCO는 헤징전략으로 쓰이지 동맹기구는 아님)
) -->l 이념대립이 약함
결론적으로, 저자는 국제정치 이론의 “예언”에 대한 비판을 한다
) -->l 불확정 미래에 대한 예측과 예언에 대해 학파와 유파가 나뉘어 경쟁적으로 법칙과 변수를 들어 반박하고 이 과정에서 한 국가의 미래에 대한 예측의 정확성으로 이론의 우위를 나누는 경쟁은 학문적으로, 실천적으로 결국 윤리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 -->n 학문과 현실의 재귀성 (Recursiveness)
) -->n 예측이 일반적으로 수용될 시,
) -->u 자기부정적
) -->u 자기실현적
) -->n 학술적 측면에서 예측이 틀릴 시 이론의 힘이 약화되고 맞을 시 이론의 정확성 때문인지, 자기실현성이 발휘된 것인지 구분이 어렵다.
) -->n 실천적 측면에서, 부정적 예측으로 부정적 결과가 나올 시, 이론의 정확성은 불분명해지며 부정적 결과가 초래되었기에 이는 윤리적 문제로 발전한다.
저자는 미중패권전쟁의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으나, 투키디데스의 관점을 더 정확히 해석했을 때, 두 국가는 국가 (중국과 아테네 비교), 개인차원의 자만(Hubris)에 의해서 비극적 전쟁으로 향할 수 있다. (권력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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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대 중국 정책을 준비할 때 역사가 자신에게 쳐놓은 두 개의 중요한 함정을 조심해야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언급한 ‘투키디데스 함정’은 고대 그리스 역사가가 했던 경고를 말하는데, (미국 같은) 기존 패권국가가 (중국 같은) 떠오르는 파워 국가를 지나치게 두려워할 때 격변의 전쟁이 터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이 너무 강하기보다는 너무 약해 보여서 생기는 ‘킨들버거 함정’에 대해서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마셜 플랜의 지적 설계자이자 후에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도 가르쳤던 찰스 킨들버거는 1930년대 재난적 시대의 원인을 이렇게 주장했다. 세계 최강의 글로벌 파워의 자리를 놓고 미국이 영국을 대체했으나 글로벌 공공재를 제공하는 역할에서는 영국의 역할을 떠맡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결과 글로벌 시스템이 붕괴되고 불황, 대학살, 그리고 세계전쟁으로 이어졌다. 오늘날, 중국이 힘이 커지는 것에 맞춰 글로벌 공공재를 제공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국내정치에서는 정부가 치안이나 깨끗한 환경 같은 공공재를 만들어낸다. 모든 시민이 그 혜택을 받고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안정적인 기후, 재정안정성, 해양의 자유 같은 공공재는 강력한 국가들의 연대에 의해 제공된다.
작은 나라들은 글로벌 공공재에 돈을 지불하고자 하는 의지가 거의 없다. 그들이 하는 보잘것없는 기부로는 자신들이 혜택을 받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무임승차가 더 합리적이다. 그러나 큰 나라들은 자신들이 하는 기부의 효과와 혜택을 보고 느끼기 때문에 큰 나라들이 리더십을 발휘하는 게 이성적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글로벌 공공재는 저생산된다. 영국이 1차대전 이후 그런 역할을 하기에 너무 약해졌을 때도 고립주의의 미국은 여전히 무임승차를 고집했고, 결과는 재앙적이었다.
중국의 힘이 커질수록 중국은 자신이 만들지 않은 국제질서에 공헌하기보다는 무임승차를 택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지금까지의 결과는 복합적이다. 중국은 유엔안보리의 거부권을 갖는 등 유엔 시스템에서 혜택을 받아왔다. 지금은 유엔 평화유지군에 대한 두 번째 큰 자금 공여국이자, 에볼라나 기후변화와 관련된 유엔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 중국은 또 세계무역기구(WTO),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다국적 경제시스템에서 큰 혜택을 받고 있다. 중국이 2015년 출범시킨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세계은행의 대체재라는 시각도 있었지만 지금은 국제질서를 유지하면서 세계은행과 협조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의 중국의 패소는 골치 아픈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중국의 행동은 자신이 혜택받은 자유세계 질서를 전복하려 하지 않고, 그 안에서 영향력을 키우려 한다. 만약 트럼프의 대중정책에 의해 제약을 받고 고립된다면 중국이 분열적인 무임승차국이 돼 세계를 킨들버거 함정에 몰아넣지나 않을까.
트럼프는 잘 알려진 투키디데스 함정을 조심해야 한다. 중국은 너무 약하기보다는 너무 강해 보인다. 이런 함정이 불가피한 것은 전혀 아니다. 과장된 것도 많다. 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은 1500년 이래 기존 패권국가가 신흥패권국과 대치했던 16개 사건 중 12개에서 대규모 전쟁이 발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부정확하다. ‘사건’을 형성하는 것이 무엇인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영국은 19세기 중반 지배적인 파워국가였지만, 유럽대륙 한 가운데에 프러시아를 주축으로 하는 강력한 신흥 독일제국이 형성되도록 했다. 영국은 반세기 후인 1914년 독일과 전쟁을 치렀지만, 이것도 그런 사건의 한 두 가지 예로 쳐야 할까.
1차대전은 단순히 떠오르는 독일에 기존 패권국인 영국이 맞서 싸운 전쟁이 아니다. 독일의 부상에 더해서, 고대 그리스에서 갈라진 수많은 다른 요인뿐 아니라 러시아의 점증하는 힘에 대한 독일의 공포, 쇠퇴하는 오스트리아-헝가리의 슬라브 민족주의의 발호 등이 원인이다.
현재에 유추해보면, 미국과 중국 사이의 힘의 격차는 1914년 독일과 영국 사이의 격차보다 훨씬 크다. 일반적으로 조심한다는 차원에서 은유적으로는 유용하나 냉혹한 역사적 의미를 전달하기에는 위험성이 크다.
고대 그리스의 사건은 투키디데스가 그럴듯하게 만든 것과는 달리 그렇게 명확하지 않다. 그는 아테네의 부상, 그리고 이것이 스파르타에 불러 일으킨 공포가 2차 펠레폰네소스 전쟁의 원인이라고 주장했지만, 예일대 역사가 도널드 케이건은 아테네의 힘은 실제로 증가하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줬다. BC 431년 전쟁이 터지기 전 힘의 균형은 안정적이었다. 전쟁은 해볼 만하다고 스파르타가 생각하게 만든 게 아테네의 정책적 실수다.
아테네의 성장은 한 세기 전 1차 펠레폰네소스 전쟁의 원인이 됐다. 이후 30년 간의 휴전으로 불씨는 잦아들었다. 두 번째 재난적인 전쟁이 일어나려면 나쁜 정책적 선택에 의해 끊임없이 야기되는 불씨가 필요하다고 케이건은 주장했다. 다시 말해 전쟁은 비인간적 요소가 아니라 어려운 상황에서의 나쁜 결정에 의해 발발한다.
트럼프가 중국을 맞닥뜨릴 때의 위험은 바로 이것이다. 그는 중국이 너무 약한 것과 너무 강한 것 모두를 동시에 걱정해야 한다. 트럼프가 목적을 달성하려면 투키디데스 함정뿐 아니라 킨들버거 함정을 모두 피해야 한다. 무엇보다 그는 인류 역사를 참혹하게 만든 계산착오, 오해, 성급한 판단을 하지 않아야 한다.
조지프 나이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ㆍ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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