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회가 보이콧하는 8·15기념식 감당할 수 있나
한국일보 사설 / 입력 2024.08.12 00:10
광복회가 ‘뉴라이트’ 계열 인사라며 반대한 김형석 재단법인 대한민국역사와미래 이사장이 지난 8일 독립기념관장에 취임한 뒤, 독립운동단체 및 야권 시민사회 반발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8ㆍ15경축식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의 독립유공단체 초청 오찬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독립유공자와 후손이 모인 광복회가 보이콧하는 8ㆍ15행사가 무슨 정당성을 가질지, 대통령실은 상황을 심각하게 봐야 한다. 특히 국가 비전을 발표하는 8ㆍ15기념사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한 해 공식 연설 중 가장 중요한 의전에 해당한다. 국민통합의 자리여야 할 의미가 퇴색하고 잡음이 일어난다면 국격마저 훼손될 수 있다는 얘기다.
광복회가 대통령 초청 행사에 응하지 않는 건 전례 없는 일이다.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3ㆍ1독립유공자유족회 등 25개 단체로 구성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은 김 관장 임명이 취소될 때까지 모든 정부 기념행사에 불참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이 회장은 그제 정부의 “1948년 건국절을 추구하려는 태도”를 문제 삼고 “반역자들이 일본 우익과 내통해 전전(戰前) 일본과 같이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뉴라이트를 “밀정” “연탄가스”에 비유했다. 감정적 반응이라 해도 김 관장이 적절한 인사인지 의문은 취임 첫날 언행에서부터 드러났다. 그는 ‘친일인명사전(2009년·민족문제연구소)’과 관련해 “억울하게 친일파로 매도된 분들이 있어선 안 된다”며 안익태, 백선엽 을 언급했다. 독립기념관을 친일파 명예회복 도구로 쓰겠다는 건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 산하 역사 관련 기관에 왜 논란의 인사가 계속 기용되는지 의문이다. 이번 광복절에 맞춰 ’반일종족주의’의 공저자 한 명은 ‘테러리스트 김구’라는 책을 출간한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가 정부 인사 행태와 무관하다고 단언할 수 있겠나. 대통령실은 “분노에 찬 회원들이 너무 많다. 우발적 사건이 벌어지면 또 경호관이 입을 막고 끌어낼 거 아니냐”고 한 이 회장의 말을 깊이 새겨야 한다.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문제로 국민적 공분을 사고도 일방통행하는 건 ‘오기’로 보일 수 있다. 국민성금으로 건립한 독립기념관의 수장이 부적절한 인사라면 윤 대통령은 임명을 철회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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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김형석 임명 철회" 독립기념관 앞 탄핵 거론한 의원들
[현장] 시민단체·야당, 윤 대통령에 김형석 임명 철회 요구... "수용 않으면 전면적 저항운동"
오마이뉴스 소중한 / 24.08.10 13:35 l최종 업데이트 24.08.10 16:31l
"결국 문제는 대통령입니다. 노동부 장관으로 노동을 탄압하는 사람(김문수)을 보내고,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방송을 억압하는 사람(이진숙)을 보내고, 독립기념관장으로 친일파를 영웅으로 둔갑시키려는 이(김형석)를 보낸 게 대통령입니다."
친일 인사란 지적을 받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이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김 관장 임명 후 첫 주말 대거 독립기념관에 모여 "임명 철회가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전면적인 저항운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민족문제연구소, 전국비상시국회의 등 재야 단체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등 주요 야당 국회의원들까지도 "윤 대통령 탄핵"을 거론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윤 대통령의 김 관장 임명 이틀 후인 10일 오전 11시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 분수광장에서 집회를 열어 "개관 이래 37년 동안 국민들의 관심과 성원 속에 발전해 온 독립기념관에 식민지배를 미화하는 친일·친독재 성향의 뉴라이트 인사가 관장으로 임명되는 초유의 사태를 보면서 흑역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라며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뉴라이트가 집필한 교학사 교과서와 국정 교과서 파동을 주도했던 인사들은 윤석열 정권 아래 정부 산하 역사 관련 단체장을 독식하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또 다른 형태의 역사쿠데타를 두고만 보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날 뉴라이트의 책동을 저지했듯이 시민들과 함께 제2의 역사반란을 반드시 막아낼 것이다. 윤석열 정권이 지금이라도 김 관장 임명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준혁·황운하 등 "역사 부정 세력, 끌어내려야"
집회에서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이용길 천안역사문화연구회장(전국비상시국회의 공동대표)은 "윤석열 대통령, 당신은 친일파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후쿠시마 사태에서 보듯, 독도를 지워버린 태도에서 보듯 윤 대통령은 우리 민족의 이익이 아니라 일본을 위해 복무하고 있다"라며 "뉴라이트 대통령은 당장 용산에서 내려오라. 8월 15일 광복 70주년을 맞이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민족문제연구소, 광복회 등 역사 관련 단체의 회원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정의당의 국회의원 등 주요 정치인들도 참석했다. 이들의 입에서도 "탄핵"이 터져 나왔다.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독립운동가 후손 혹은 독립운동을 연구했던 분이 독립기념관장을 맡아 왔던 게 관례다. (이번에 김 관장과 같은) 뉴라이트 세력을 임명한 건 윤석열 정부가 역사 부정 세력이란 걸 시인한 것"이라며 "역사 부정 세력은 국민들의 탄핵을 받아 물러나야 한다. 이곳의 시민사회단체 여러분과 정당 대표자들과 함께 국회 안에서 친일 세력을 말살하는 법안을 만들고 반드시 윤석열 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겠다"라고 말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도 "김 관장은 일제 강점기에 나라가 없었기 때문에 (당시 국민이) 모두 일본의 신민이었다고 주장하는 자다. 일본 제국주의자들과 똑같은 뇌를 가진 자다"라며 "조국혁신당은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김 관장 임명 규탄 및 임명 철회 결의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결의안이 국회를 통과했는데도 윤 대통령이 계속 고집해 김 관장을 눌러 앉힌다면 이것은 100% 탄핵 사유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도 "독립기념관 앞에서 순국 선열들께 참담한 모습을 보이니 죄송할 따름이다. 일본은 여전히 식민 지배를 부정하고 독도를 호시탐탐 노리는데 우리는 친일매국 인사들이 역사까지 팔아넘기려고 한다"라며 "대통령 임기는 짧지만 역사는 계속 이어진다. 역사를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역사를 지키겠단 국민들의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는 충남 천안 지역의 이재관·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양승조 전 충남지사 등도 참석했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과 정반대 소신"
민족문제연구소는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윤석열 정권은 광복회 등의 반대 여론에도 끝내 뉴라이트 인사인 김 관장을 임명했다"라며 "지난 2월 기존 이사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독립기념관 이사에 뉴라이트 본산 격인 낙성대경제연구소의 박이택 소장과 오영섭 전 연세대 이승만연구소 연구교수가 임명되면서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국사편찬위원장, 한국학중앙연구원장에 이어 독립기념관장에도 뉴라이트 인사가 임명될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불길한 예감은 결국 현실이 됐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김 관장의 저서와 그간의 언행을 미뤄볼 때 그가 독립기념관장에 적합하지 않음은 물론 오히려 정반대의 소신을 가진 인물임을 쉽게 알 수 있다"라며 "친일청산 부정과 친일반민족행위자 비호, 자의적 역사해석, 4.3과 5.18에 대한 반역사적 주장을 거듭하며 나아가 국론분열을 자행하는 인물 네트워크를 보유한 김형석은 독립기념관법 제1조에 비춰봐도 관장으로 적합하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현장에 모인 100여 명은 지청천, 이범석 등 독립군 장군들의 가면을 쓴 채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윤석열 정권을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 말미엔 "친일 관장 임명 강행 윤석열을 탄핵하자", "뉴라이트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철회하라", "독립기념관장에 친일인사 임명 윤석열 정권 퇴진하라" 등의 현수막을 든 채 일대를 행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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