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전 장관, 외압 의혹부터 출국까지
경향신문 유새슬 기자 / 입력 : 2024.03.11 06:00 수정 : 2024.03.11 06:14
작년 7월 ‘8명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보고서 직접 결재
다음날 ‘혐의자 특정하지 말것’과 경찰 이첩 보류 지시
10일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한국을 떠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채모 해병대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윗선 외압 의혹 핵심 당사자다. 해병대 전 수사단장인 박정훈 대령 측은 대통령실과 이 전 장관이 국방부와 해병대사령부를 통해 해병대 수사단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은 장관 시절인 지난해 7월30일 오후 집무실에서 주요 참모들이 참석한 가운데 박 대령으로부터 사건에 대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보고받았다.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에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결론이 담긴 서류를 이 전 장관은 직접 결재했다.
같은 날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은 해병대에 이 수사 결과보고서를 공유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박 대령은 거절했다. 해병대 사령관이 언론 브리핑 자료라도 보내라고 하자 수사단은 안보실에 파견된 해병 대령에게 브리핑 자료를 전달했다.
그런데 이튿날인 7월31일 오전 이 전 장관은 돌연 해병대 사령관에게 언론 브리핑을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용산 국방부 청사 인근에서 대기하던 박 대령 등 해병대 수사단 관계자들은 브리핑을 두 시간여 앞두고 해병대사령부로 복귀했다. 박 대령은 브리핑 취소 지시가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 때문이라고 국방부 검찰단에 진술했다. 해병대 사령관이 ‘오늘(31일) 오전 VIP(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VIP가 격노하면서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되었다’고 했다는 것이다. 사령관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때부터 수사단의 경찰 이첩 서류에서 혐의자 관련 내용을 축소하고 장관이 해외 출장에서 돌아올 때까지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국방부의 전방위적인 압박이 시작됐다.
이 전 장관은 7월31일 오후 정종범 당시 해병대 부사령관을 집무실로 불렀다. 부사령관은 이 전 장관이 경찰 이첩 서류에 혐의자를 특정하지 말 것과 사건에 대한 언론 브리핑은 경찰이 수사를 모두 마친 뒤 해야 한다는 점 등을 지시했다고 이후 국방부 검찰단에서 진술했다.
이 전 장관은 7월31일부터 8월3일까지 해외 출장을 떠났는데 장관의 최측근 참모인 박진희 당시 군사보좌관은 이 기간 해외에서 해병대 사령관에게 연락했다. 그는 8월1일 “확실한 혐의자는 수사 의뢰, 지휘 책임 관련 인원은 징계로 하는 것도 검토해달라”고 했다.
박 대령은 국방부의 전방위적인 개입을 두고, 혐의자 목록에서 사단장 등 지휘 계통을 빼라는 윗선의 외압으로 느꼈다는 입장이다.
박 대령은 수사단 보고서를 수정하지도, 경찰 이첩을 늦추지도 않았다. 수사단은 계획대로 8월2일 이른 오전 경북경찰청으로 떠났다. 오전 11시 가까운 시각 사령관은 박 대령에게 다급하게 전화해 이첩을 중단하라고 했지만 이미 경찰청에 간 수사단원들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장관의 군사보좌관은 이후 사령관에게 ‘ㅈㄱ(장관)님이 통화 원하신다’ ‘경찰 이첩 여부가 확인됐나’ 등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박 대령은 같은 날 해병대 수사단장에서 보직 해임됐고 국방부 검찰단은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박 대령을 입건했다. 이후 혐의는 항명과 상관명예훼손으로 변경됐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8월2일 저녁 경북경찰청에서 사건을 회수, 같은 달 21일 경찰에 사건을 재이첩했다. 혐의자 목록에서 임성근 사단장 등은 빠지고 대대장 2명의 혐의만 적시된 서류가 경찰로 넘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9월 이 전 장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고 윤 대통령은 10월 국방부 장관을 교체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 이 전 장관에 출국금지 조치를 내려 최근까지 연장해왔지만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이 전 장관을 신임 주호주대사 로 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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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종섭 출국길 단독포착‥취재진 마주치자 "왜 이렇게까지‥"
MBC 뉴스데스크 정상빈 / 입력 2024-03-10 20:00 | 수정 2024-03-10 20:04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인물로 공수처의 수사를 받고 있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출국금지 상태에서 호주 대사로 임명돼 큰 논란이 일었죠.
법무부는 결국 출국금지 조치를 풀었고 이 전 장관은 대통령 신임장 수여 등 공식 절차도 생략한 채 오늘 저녁 호주로 출국했습니다.
취재진들은 공항에서 이 전 장관을 기다렸지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요.
MBC는 이 전 장관이 마지막으로 항공기에 탑승하는 출국길 장면을 단독으로 포착했습니다.
현장에 나가 있는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정상빈 기자, 이 전 장관과 만났다고요.
취재진에게 뭐라고 하던가요?
네, 이종섭 전 장관이 항공기 탑승구로 가는 길, 아주 잠깐 마주쳤기 때문에 긴 대화를 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 전 장관은 MBC 취재진이 나타나자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습니다.
그 상황 잠시 보시죠.
"<어떻게 취재진 다 있는데 오신 건가요?> 왜 이렇게까지 해야 돼…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정확하게 들리지는 않지만, 탑승구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에게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되물은 것으로 들립니다.
여러 언론사 취재진은 오늘 오후 내내 이 전 장관을 공항 출국장에서 기다렸지만, 이 전 장관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보통 출발시간 한두 시간 전쯤 탑승구가 있는 보안구역에 들어가는데, 이 전 장관은 훨씬 앞서 취재진이 도착하기 전, 이미 보안구역에 들어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자신을 둘러싼 논란, 호주대사로 부임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됐지만, 마지막까지 공개 입장표명을 피한 셈인데, MBC 취재진만 겨우 출국모습을 포착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이 전 장관의 마지막 출국길 공항에 나와 대사 임명을 즉시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호주 현지의 진보성향 교민단체도 항의 집회를 열고 "피의자인 이 전 장관이 대사로 온다니 재외동포로서 참담하다"며 "이제라도 대사 임명을 즉각 철회하고 이 전 장관도 자진사퇴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막판 논란이 거셌던 출국금지 조치가 결국 해제됐고 출국까지 이뤄졌습니다.
이 전 장관, 앞으로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바로 대사로 부임해 활동하게 되는 건가요?
네, 이 전 장관은 아직 호주대사가 아니라 대사 지명자 신분입니다.
정식 부임 뒤에 공식 대사가 되는 건데요.
보통 대사가 교체될 때면, 전임자가 먼저 우리나라로 귀국한 뒤, 후임자와 면담하고, 이후 후임자가 출발하는 게 통상 절차인데 이 전 장관의 경우 출국금지됐던 사실이 큰 논란이 되면서, 통상적인 절차를 제대로 따르진 못한 모양새입니다.
김완중 현 호주대사는 내일 귀국길에 오를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전 장관은 호주 브리즈번으로 향하는 항공기를 타고 있고, 항공기는 내일 새벽 브리즈번에 도착합니다.
이 전 장관은 호주 국내 항공편을 이용해 대사관이 있는 캔버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임자가 내일 귀국하는 만큼, 이 전 장관은 바로 대사로 정식 부임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인천공항에서 MBC뉴스 정상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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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어이 이종섭 해외 빼돌린 윤석열 정부, 제 발 저리나
한겨레 사설 / 수정 2024-03-11 06:00 등록 2024-03-11 06:00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결국 출국했다. 지난 4일 주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사 임명에서부터 7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반나절 조사’, 다음날 법무부의 출국금지 해제까지 그의 출국을 위한 조처가 복수의 국가기관에 의해 조직적으로, 일사천리로 착착 진행됐다. 특히 법무부의 출금 해제는 수사기관(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피의자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인 특혜였다. 이렇게 무리수를 계속 두니, 의혹을 스스로 점점 키우는 격이다.
이 전 장관은 해병대수사단의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이자, ‘윗선’인 대통령실 개입 의혹을 밝혀줄 핵심 증인이다. 공수처는 수사를 본격화한 지난 1월 그를 출국금지했다. 이런 사람을 호주 대사에 임명해 해외로 출국시키는 건 수사를 방해하는 행위다. 그 자체만으로 위법성 논란이 생길 수 있다. 대통령실은 “출금된 사실을 몰랐다”고 발뺌하는데, 그 말도 전혀 안 믿기지만, 알고 난 뒤에도 아무 변화가 없지 않았는가. 출국금지와 ‘1차 인사검증’ 업무를 동시에 관장하는 법무부는 또 뭘 하고 있었단 말인가. 게다가 법무부는 호주 대사 임명 이후 이 전 장관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그의 출금을 해제했는데, 이런 방식의 출금 해제는 전례가 없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이승현·김대근 연구위원이 2017년 펴낸 ‘현행 출국금지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연구자료를 보면, 2016년 출국금지 이의신청 건수는 236건이었는데 이 중 229건이 기각돼, 기각률이 97%에 이르렀다. 특히 피의자들의 이의신청은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아 대부분 행정심판·행정소송을 택했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엔 가족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 인도적 사유가 아니면 출금이 해제되지 않는다.
법무부가 공수처의 반대 의견을 무릅쓰고 출금을 해제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 공수처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등 ‘하급자’에 대한 조사를 다 끝낸 뒤 이 전 장관을 조사할 계획이었다. 그가 자진 출석해 고작 반나절 동안 조사받은 것만으로는 수사에 도움이 될 리 없었다. 공수처는 이런 이유로 출금 해제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법무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만약 검찰이 반대한 사안이었다면 이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실과 법무부는 채 상병 죽음의 원인과 책임 규명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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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정부가 피의자 도피시켜”…‘채 상병 사건’ 총선 이슈 부상
경향신문 박순봉·신주영 기자 / 입력 : 2024.03.10 21:06 수정 : 2024.03.10 22:29
민주당 의원들 인천공항 수색
이재명 “이럴 순 없어…4·10 심판의 날 국민들이 나서달라”
홍익표 “윤 대통령, 직권남용…외교·법무장관 탄핵도 검토”
조국혁신당 “조폭 영화 한 장면” 국민의힘 “공무수행” 두둔
야당이 10일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주호주대사(전 국방부 장관)가 출국하자 총력 공세에 돌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것이 정권이 강조하는 ‘법치와 공정’, 자유대한민국의 실체냐”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을 찾아 이 전 장관 출국 저지를 시도했다. 이 전 장관의 출국을 계기로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이 총선 정국의 새로운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이 전 장관 출국 직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은 탄핵 추진을 피해 국방장관을 전격 교체하더니 급기야 그를 호주대사로 임명해 해외로 빼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천안갑의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경북의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제2차장은 채 상병 사건의 책임자들”이라며 “국민을 주인이 아니라 지배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서야 이럴 수는 없다.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고 묻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4·10 심판의 날에 주권자인 국민 여러분이 나서달라”고 주장했다.
홍익표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 약 20명은 이날 오후 5시30분쯤 인천공항에 집결했다. 홍 원내대표는 “명백하게 수사방해고 주요 피의자를 국가기관이 공권력을 동원해서 해외로 도피시킨 사건”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이러한 행태는 명백한 직권남용”이라고 말했다. 의원들은 조를 나눠서 이 전 장관을 찾기 위해 인천공항 게이트를 뒤졌다.
홍 원내대표는 오후 7시10분쯤 “모든 출입국 절차를 마치고 기내 탑승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5시 이전에 들어간 건지 아니면 또 다른 편법을 이용해서 특혜적으로 들어갔는지는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 전 장관 출국에 관계된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외교부 관계자,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법무부 해외출국금지 담당 관계자 등을 직권남용 및 수사 방해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필요하다면 해당 장관들에 대해선 국회를 즉시 열어서 탄핵까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정부심판론의 양대 축으로 김건희 여사와 채 상병 사건을 설정하고 있다. 이 대표는 11일 채 상병 사건에 연루된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이 국민의힘 후보인 천안 지역을 찾는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김 여사 의혹은 상당 부분 국민에게 이미 각인이 돼 부정 평가의 상당 부분에 반영이 돼 있다”며 “채 상병 의혹은 아직 국민에게 많이 각인되지 않았다. 총선은 물론 총선이 끝난 이후에도 계속해서 이어질 문제”라고 말했다.
야당들도 한목소리로 이 전 장관 출국을 비판했다. 인천공항을 찾은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조폭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조용해질 때까지 잠시 바깥에 좀 나가 있어’라는 말을 조폭 두목이 하는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녹색정의당은 11일 범인도피죄, 직권남용죄를 적용해 박성재 법무부 장관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리 편이면 출국금지도 무력화시키는 행태에 공정은 어디 있으며 상식은 어디 있느냐”며 “자신의 부하인 박정훈 대령은 제복군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외로운 투쟁을 하고 있는데 상관이었던 국방장관이 수사를 회피해 출국한다면 대한민국 국군 장병 중 누가 상관을 신뢰하고 나라를 지키는 일에 매진하겠느냐”고 적었다.
국민의힘은 이 전 장관 출국을 옹호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국익을 위한 외교는 민주당의 지지율 반등을 위한 불쏘시개가 아니다”라며 “이종섭 주호주대사 내정자의 출국은 공직자로서 공무수행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앞서 경향신문이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해 12월29~30일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수해 복구 작업 중 사망한 해병대 채 상병 순직의 원인 규명과 당시 대통령실, 국방부가 수사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특검 도입이 필요하다고 보나’라고 물은 결과 ‘필요하다’는 응답이 73%,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20%였다. 이 조사는 100% 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5.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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