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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의원 이기주의"와 "유전자"

SUNDISK 2025. 1. 2. 13:39

국민의힘, "의원 이기주의"와 "유전자(복종을 중시하는 군사 문화와 영남 중심의 지역 패권주의, 분단 체제에 기생하는 색깔론) "

기자의 견해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일부 국민의힘에 대한 지적에 타당성있어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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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이 제대로 깨운, 국힘의 ‘민정당’ 유전자 [성한용 칼럼]

한겨레  성한용기자   /   수정 2025-01-02 01:06   등록 2025-01-01 18:04

 

자유당은 이승만 대통령이 1951년 창당했다. 1960년 4·19 혁명으로 이승만 대통령이 물러나며 무너졌다. 자유당은 이승만 독재의 상징으로 남았다.

민주공화당(공화당)은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가 1963년 창당했다. 1979년 10·26으로 무너졌다. 공화당은 박정희 독재의 상징으로 남았다.

민주정의당(민정당)은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이 1981년 창당했다. 1987년 6월항쟁으로 무너질 뻔했다. 대통령 직선제를 받아들이고 노태우 대통령이 당선돼 회생했다.

민심은 1988년 총선에서 여소야대를 만들어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명령했다. 1990년 1월 노태우의 민주정의당, 김영삼의 통일민주당,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이 합당했다. 민주자유당(민자당)이 탄생했다. 정치적 야합이었다. 대화와 타협을 명령한 민심을 정면으로 거역한 것이다.

그러나 전두환 독재의 상징이었던 민정당은 소멸하지 않았다. 3당 합당의 환골탈태 효과 때문이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특별법을 제정해 전두환·노태우를 내란죄로 처벌했다.

이후 이른바 보수 정당의 법통은 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미래통합당-자유한국당-국민의힘으로 이어지고 있다.

보수 정당은 1997년 외환위기로 정권을 내줬지만 2007년 이명박,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을 계속 당선시켰다. 이명박 대통령의 실용주의,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등 개혁적 보수, 합리적 보수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며 중도층 확장에 성공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당하고 감옥에 갔다. 이명박 대통령도 감옥에 갔다. 그래도 보수 정당은 무너지지 않았다. 당원들이 대통령과 정당을 분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보수 정당으로서 자생적 존립 기반을 확보한 것이다.

그랬던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이후 급속히 과거로 퇴행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에서 12월3일 밤 비상계엄 해제를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간 사람은 18명에 불과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사람은 겨우 12명이었다.

국민의힘은 비상계엄은 내란이 아니라고 우기고 있다.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실과 사법 체계를 깡그리 부정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을 구하겠다며 한덕수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에 반대했다. 국회의 한덕수 대행 탄핵소추 때 의원들은 본회의장 앞으로 몰려나가 “원천 무효”를 외쳤다.

한덕수 대행 탄핵소추가 무효라면 최상목 대행 체제를 인정하면 안 된다. 최상목 대행 퇴진 투쟁이라도 벌여야 한다. 그게 논리적이다. 하지만 권성동 원내대표는 최상목 대행에게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재판관 2명을 임명하자 이번에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국무회의를 거치지 않은 비상계엄은 옹호하면서 재판관 임명이 국무회의 심의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것이다.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하면서도 낯빛을 전혀 붉히지 않는다.

지금 국민의힘은 김영삼의 신한국당, 이명박의 한나라당, 박근혜의 새누리당이 취했던 중도 확장 노선에서 완전히 벗어난 행태를 보이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해도 받아들이지 않고 거리 투쟁에 나설 기세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대통령을 꽉 끌어안은 채 함께 침몰하려고 작정한 것 같다.

도대체 왜 이럴까?

첫째, 의원 이기주의다. 한나라당부터 국민의힘까지 보수 정당의 수도권 의석은 2008년 81석, 2012년 43석, 2016년 35석, 2020년 16석, 2024년 19석으로 쪼그라들었다. 영남 의석은 2008년 46석에서 2024년 59석으로 늘었다.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 의원들은 극우 세력에 의존해 어떻게든 버티다가 2028년 총선에서 나만 당선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 나름대로 합리적이다. 집권은 포기한 셈이다.

둘째, 유전자다. 국민의힘 몸속에는 아마도 민정당 유전자가 잠복해 있었을 것이다. 복종을 중시하는 군사문화, 영남 중심의 지역 패권주의, 분단 체제에 기생하는 색깔론 같은 것들이다. 12·3 비상계엄을 계기로 민정당 유전자가 한꺼번에 다 깨어난 것 같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수십년간 쌓아온 이른바 보수의 아성이 굉음을 내며 무너져 내리고 있다. 거인의 죽음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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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아래 ‘악의 빙산’을 보라 

한겨레  [신진욱의 시선]    /   수정 2025-01-01 09:16  등록 2025-01-01 07:00

 

 

 

12·3 쿠데타 이후 어느새 한달이 지났다. 그사이 국회 증언 및 수사로 드러난 사실들과 정부·여당의 태도를 보면서 우리는 12·3 내란의 실체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었고,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더 명확히 이해하게 되었다.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우리가 운명의 도움과 시민들의 용기로 가까스로 모면한 것이 단지 일시적 계엄이 아니라 잔혹한 테러였다는 것이다. 도끼로 문을 찍고 총을 쏴서라도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대통령의 명령, 군 체포조가 소지한 야구방망이, 송곳, 망치 등 고문 도구, 그리고 정치인, 판사, 언론인, 종교인, 노조 지도자들을 ‘수거’, ‘처리’, ‘사살’한다는 작전 계획은 한국 현대사를 피로 물들인 국가폭력의 귀환을 뜻했다.

 

내란 세력이 계획한 대로 국회 봉쇄, 주요 인사 체포, 선관위원 고문, 부정선거 선포, 국회 해산, 독재의 수립이 완료되었다면, 지금쯤 우리는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것과 같은 공포의 감옥 안에 살고 있을 것이다.

 

계엄 뒤 밝혀진 또 하나의 중대한 사실은, 위와 같은 대내적 독재 수립 계획이 대외적 전쟁 도발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윤석열 정권은 비상계엄의 명분을 만들고 독재를 정당화할 목적으로 북한에 수차례 군사적 도발을 했으며, 심지어 국내 공항과 미군 기지에 북한 소행으로 위장한 테러 계획까지 세웠다는 증언이 나왔다. 우리는 대한민국이 군사 도발을 자행하는 ‘깡패국가’로 전락하여 국제적 리스크가 되는 것을 진지하게 우려해야 한다.

 

그동안 극우 세력은 북한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거나 한국이 북한의 핵 조공국이 될 거라는 협박으로 윤 정권의 독재화를 정당화해왔다. 그러나 이제 국제사회는 북핵 위험 못지않게, 한국이 3차 대전의 도화선에 불을 붙일 위험 역시 크다고 인지하게 됐다.

 

이처럼 공포정치와 전쟁국가를 세우려 한 무시무시한 시도가 윤석열이라는 나쁜 대통령 한명 때문에 일어날 수는 없다. 윤석열이 해수면 위로 솟은 얼음송곳이라면, 그 아래에는 수많은 군 장성과 장교, 정부 각료, 정치인, 검경 및 국정원 수뇌부, 극우 유튜버와 목사, 광신적 추종자로 이뤄진 거대한 악의 빙산이 있다.

 

그것의 한 축은 국가기관과 정당의 부패한 엘리트 집단이다. 12·3 쿠데타와 그 이후 상황에서 놀라운 사실은 군과 검경, 국정원 지도부의 수많은 인물이 내란을 공모·실행했으며, 국무위원들과 국민의힘 의원들 대다수도 내란에 동조하여 엄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가는 거대한 폭력조직, 범죄조직이 되었고, 국민은 그 인질로 잡혀 있다. 그래서 국민은 법을 지키려면 그들의 파렴치함을 지켜볼 수밖에 없고, 그들을 징벌하려면 법의 한계를 넘어서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다른 한 축은 극우단체들과 거기에 연계된 사회 각계 엘리트 집단이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극우 개신교 세력과 반공 이념단체, 우익 엘리트 단체들이 포함된다. ‘극우’ 하면 사람들은 보통 집회에서 극언을 쏟아내는 전광훈 목사, ‘아멘’, ‘할렐루야’를 외치며 호응하는 신도, 선글라스와 군복 차림의 노인들을 떠올린다. 하지만 많은 극우단체의 임원, 발기인은 전현직 총리, 장차관, 군 장성, 판검사, 교수, 언론인이다. 이들은 국가조직과 정치권력에 깊숙이 들어가기도 하며, 후방 지원 역할을 하기도 한다.

 

12·3 쿠데타에서 나타난 테러독재 구상과 대북 전쟁 도발은 윤석열 개인의 망상이 아니라, 위와 같은 거대한 극우냉전독재 세력의 ‘사회적 하부구조’를 윤석열 정권의 당·정·군·검·경 지도부가 극한까지 응축시킨 결정체였다. 역으로 윤석열을 지키려 국민의힘과 극우단체, 대형 교회 목사들이 결집하는 이유 역시, 이 우둔하고 광폭한 술꾼을 추앙하기 때문이 아니라 ‘대통령 윤석열’이 그들의 이익과 욕망을 실현해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부, 정당, 사회에 포진한 극우 엘리트 세력이, 국민 대다수가 염원하는 윤석열 탄핵과 내란 세력의 사법 처리를 온몸으로 막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형국이다. 이 교착 상태가 어느 쪽의 승리로 끝날지 가늠할 수 없기에, 대한민국은 운명의 갈림길에서 불안하게 서성이고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이 파면되고 내란 세력이 완전히 처벌된다면 우리는 한국 민주주의의 복원력을 말할 수 있으며, 민주주의 재공고화와 국제사회의 재평가를 위한 노력을 개시할 수 있다. 하지만 탄핵이 기각되어 윤석열이 대통령에 복귀한다면 그는 거듭 독재화와 전쟁 도발을 꾀할 것이다.

 

이 절체절명의 기로에서 사태가 불행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으려면 야당과 수사당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단지 탄핵, 조기 대선, 정권 교체로 이어진 2016~17년의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 극우의 하부구조를 깰 수 있는 힘은 그들의 차별과 폭력에 의해 고통받고 지워진 존재들의 행동과 연대에서만 나올 수 있다.

 

여의도, 광화문, 남태령, 그리고 전국 방방곡곡의 투쟁에서 시민들은 행동에서 희망이 생겨나며, 연대에서 힘이 생겨난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이 싸움은 추상적 이념이 아니라, 시리도록 구체적인 생존과 존엄의 문제다.

 

우리는 그것을 오직 민주주의를 방어하는 것을 통해서만 지켜낼 수 있기에, 그리고 독재는 사회의 힘없는 이들을 가장 먼저, 가장 가혹하게 희생시킬 것이기에, 민주주의라는 공동의 지향은 노동자, 농민, 자영업자, 실업자,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자, 청년, 학생, 군사독재를 겪은 부모 세대를 이어주는 고리가 되어주고 있다.

 

계엄 이후의 국가적 위기를 겪으며 우리 사회는 많은 것을 얻기도 했다. 이 나라의 국가기관과 엘리트 집단이 얼마나 썩어 있는지를 각성하게 되었고, 한국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겸허히 성찰하게 되었으며, 그런 현실과 싸우며 연대하는 공동체가 생겨났고, 민주주의와 인권, 평등, 평화를 염원하는 세력이 압도적 다수임을 확인하고 있기도 하다.

 

이 고비를 잘 극복한다면, 지금의 국난은 더 나은 사회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낙관의 근거가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의 존엄을 지키려는 절박함 때문에 싸우고, 그 싸움이 희망의 틈새를 만들어낸다. 2024년은 어둑한 불안과 슬픔이 가득했던 한해였다. 2025년에는 우리가 악의 빙산을 깨뜨리는 수천개의 빛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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