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사주' 윗선 재수사, 공수처 미적이면 특검 간다
시민언론 민들레 김호경 에디터 / 입력 2024.02.08 15:15 수정 2024.02.08 18:43
윤석열‧한동훈 소환조사 한 번 없이 무혐의 처분
차기 공수처장에 강성 보수‧친윤 성향 김태규 유력
민주 "공수처 제대로 수사 안 하면 특검으로" 예고
손준성 수하 임홍석‧성상욱 검사도 고발, 탄핵 검토
휴대전화에 '안티포렌식' 앱 설치…PC 무더기 포맷
임홍석, 라임 김봉현 '검사 술접대' 당사자이기도
'고발 사주' 사건으로 손준성 검사장이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깃털'만 잡혔을 뿐 '몸통'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대다수 언론이 재판 결과에 대한 일회성 보도 이후에는 의도적 무관심으로 시선을 돌린 가운데 고발 사주의 배후로 의심받는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등에 대한 추가 수사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두 사람과 함께 손준성 검사장의 공범 노릇을 했던 수하 검사들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전격 고발했다.
앞서 공수처는 고발 사주 사건과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며 윤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을 무혐의 처분한 바 있는데 민주당은 공수처가 또 다시 이들 권력 핵심에 대한 수사에 미온적일 경우 특검을 도입해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방침이다. 차기 공수처장으로 강성 보수‧친윤 성향에 공수처 폐지론자이기도 한 김태규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이 유력한 상황이어서 고발 사주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서는 특검 도입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검사범죄대응TF는 7일 고발 사주 사건의 공범이라며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등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TF 소속인 김용민·전용기 의원 등은 이날 오후 경기도 과천 공수처를 찾아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및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수정관실) 소속이었던 임홍석 서울중앙지검 검사, 성상욱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혐의는 공직선거법 위반 및 공무상 비밀 누설, 증거인멸죄 등을 적용했다.
손준성 검사장은 지난 2020년 4월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서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및 채널A-한동훈 검언유착 의혹에 관해 문제 제기를 한 최강욱‧유시민‧황희석 등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 이미지와 실명 판결문을 텔레그램 메신저로 국민의힘 김웅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후보)과 주고받은 혐의로 지난달 31일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고발장 작성을 위해선 실명 판결문 등의 각종 자료 조회가 필요한데, 1심 재판부는 사건 당시 수정관실 소속의 성상욱 수사정보2담당관, 임홍석 검사 등이 이를 수행했다고 판단했다. 임홍석 검사는 손 검사장 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해 대검찰청 감찰이 진행될 무렵 본인 휴대전화에 삭제 데이터 복원 방지를 위한 '안티포렌식'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했다는 취지로 증언한 적도 있다. 당시 임 검사는 '(안티포렌식) 앱 설치가 일반적이냐'는 공수처 검사의 질문에 "입장 바꿔서 저렇게 (사건이) 터지면 저를 지키기 위해서 (설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공수처에 따르면 수정관실 검사들은 고발 사주 의혹이 보도된 날 불과 10일 전 교체했던 수정관실 PC 25대의 하드 디스크를 모조리 포맷하고, 뒤이어 텔레그램과 카카오톡 대화 내역도 모두 삭제했다고 한다. 고발 사주의 내막을 은폐하기 위해 조직적인 증거인멸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여러 정황으로 뒷받침되는 것이다.
임홍석 검사는 라임 사태 주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검사 술접대' 사건에서 접대부가 있는 술자리에 참석했으나 일찍 자리를 떴다며 접대 금액이 100만 원을 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소되지 않았던 검사들 중 한 명이다. 김봉현 전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최근 대법원에서 징역 30년형이 확정됐다.
TF는 고발장에서 사건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면서 검찰 사무를 총괄하며 검찰청 소속 공무원들을 지휘·감독했다고 적시했다. 고발 사주 실행 4일 전인 2020년 3월 30일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손준성 수사정보정책관과 오찬을 같이 한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로 확인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총장의 눈과 귀 역할인 수사정보정책관과 사건 발생 불과 4일 전 오찬을 한 특별한 상황을 감안하면 고발 사주 사건 초기부터 윤 대통령의 지시나 묵인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한동훈 위원장이 손준성 검사장과 당시 대검찰청 권순정 대변인 간 단체 대화방에서 사건 발생 하루 전 내용을 알 수 없는 사진 60장을 올렸다"며 "공모 또는 지시, 묵인하에 고발 사주가 개시됐을 가능성에 강한 의심이 드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대선 직후인 2022년 5월 4일 손준성 검사를 불구속 기소하면서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수사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환조사 한 번 없이 무혐의 처분했다. 이 같은 무기력한 조치에 그때도 비판이 많았는데, 민주당은 공수처가 '몸통' 수사에 또 다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경우 특별검사를 추진할 계획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공수처를 압박했다. TF는 "고발 사주 사건은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사건으로 배후를 철저히 밝혀 몸통이 누군지 밝혀야 한다"면서 "공수처가 수사하지 않을 경우 국회가 특검을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김용민 의원은 고발장 제출에 앞서 "손준성 검사 1심 판결문에 등장하는 후배 검사, 사실상 손준성의 지휘를 받은 임홍석·성상욱 검사에 대한 기소가 이뤄지지 않아 추가 고발한다"며 "손 검사와 수사정보정책관 검사들이 근무시간에 범죄를 저지른 이유에 대해 제대로 수사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당시 범행에 따라 이익을 본, 볼 수밖에 없는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과 한동훈 검사도 수사해달라고 고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고발장 접수에 동행한 김성진 변호사는 "수사정보정책관실은 검찰총장의 지시, 묵인 또는 승인 없이는 움직일 수 없다"면서 "고발 사주 의혹의 몸통은 윤석열 전 총장일 수밖에 없다. 공수처가 수사하지 않을 경우 특검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TF는 헌법재판소가 신속히 손준성 검사장에 대한 탄핵 결정을 해야 한다는 점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전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1일 국회에서 손준성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법원은 손준성의 고발 사주 범행이 검사가 지켜야 할 핵심 가치인 '정치적 중립'을 정면으로 위반해 '검찰권을 남용'한 유죄임을 확인했다"며 "이제 헌법재판소가 답할 차례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접수일로부터 180일 안에 최종 결정을 해야 하는데 그 전에 조속히 인용 결정을 내려 달라"고 했다.
아울러 고발 사주의 공범 검사들에 대한 추가 탄핵도 검토하겠다고 못박았다. TF는 성상욱‧임홍석 검사의 실명을 거론하며 "검찰은 스스로 자정 능력을 잃었다. 정치검사가 더 이상 발붙일 수 없게 탄핵을 검토하겠다"면서 "이들에 대한 탄핵은 일벌백계의 교훈이 되어 검찰이 정치검사를 떼어내고 자정 능력을 키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TF는 "법원 판결로 인해 고발 사주 범죄의 실상이 명백해졌다. 손준성만이 아니라 그 윗선인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위원장, 그 수하 정치검사들의 가담은 합리적 의심의 수준을 넘어섰다"면서 "이들의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 법치주의의 예외를 용납하지 않는 길이자, 민주주의를 삿된 수단으로 뒤집고도 오리발을 내미는 범죄자들을 단죄하는 민주주의 수호의 길"이라고 역설했다.
현재 공수처는 손준성 검사장에 대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공직선거법 무죄 판단 부분 등에 사실 오인, 법리 오해 등이 있고 따라서 징역 1년이라는 양형도 부당하다는 취지다. 손 검사장 역시 "사실관계, 법률관계 모두 수긍할 수 없다"며 재판부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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