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졸업생 “윤 대통령 자화자찬 하는데 아무 비판 없었다면, 더 속상했을 것”
신민기 졸업생 “졸업생의 의지로 한 것...정당 활동 경력을 이유로 낙인찍을 수 없어”
민즁의 소리 이승훈 기자 / 발행 2024-02-19 18:04:27
한국과학기술원(KAIST, 카이스트) 졸업생인 신민기 씨가 카이스트 졸업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부자감세’와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대해 항의한 배경을 직접 밝혔다.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실 과잉진압 관련, 녹색정의당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신 씨는 “대전에서 예산 삭감 피해자가 된 분들의 현실을 보고, ‘부자감세 중단하고 R&D 예산을 복원해야 한다’ 목소리를 낸 것이고, 그 뜻에서 함께하는 정당이 녹색정의당인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 활동 경력을 이유로 여권에서 ‘정당한 의사표시 방식이 아니고 정치적 의도를 가진 행사 방해’라고 폄훼하는 것 등에 대해, “한 가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갈 것은 제가 항의한 것은 저의 개인적 의사로, 졸업생으로서의 의지로 한 것이고, 녹색정의당을 포함한 다른 단체와 사전에 계획한 적도 없다”면서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으로 활동한 사실이 제 의견을 낙인찍을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 자신이 내건 이공계 지원 정책에 대해 자화자찬하고 어떤 비판도 없이 졸업식장을 유유히 빠져나갔다면, 오히려 졸업생으로 그 자리에 계셨던 수많은 분들의 속이 더 상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찬휘 공동대표 “지금이 1980년대 군사독재 시절인가”
양경규 의원 “이런 식이면 모든 국민 끌어내려야 할 것”
신민기 졸업생 “예산 복원 요구 목소리도 있다는 것 알리고 싶었다”
앞서 지난 16일 카이스트 졸업식 행사에서 신 씨는 멀리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R&D 예산 복원하십시오. 생색내지 말고 R&D 예산”이라고 항의하다가 근처에서 졸업생 옷으로 위장하고 있던 대통령실 경호처 경호원들에 의해 사지가 들린 채 행사장 밖으로 내쳐졌다. 신 씨에 따르면, 당시 신 씨는 부자감세와 R&D 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피켓을 들려고 했으나, 피켓은 들자마자 빼앗겼다. 발언도 끝까지 하지 못한 채, 경호원이 뻗은 손에 의해 입이 틀어 막혔다.
이에 대해, 기자회견에서 김찬휘 녹색정의당 공동대표는 ‘사법경찰이 대학교에 상주하던 시절’을 떠올렸다. 김 대표는 “당시 학내시위 주동자는 ‘학’ 하고 외쳤다고 한다. 당시 유행하던 대중가요의 가사가 아니다. ‘학우여’라고 외치면서 학생들을 모아야 하는데, 사복으로 위장하던 경찰이 워낙 많다보니, ‘학우여’라는 말의 ‘학’ 자도 다 못 외치고 끌려갔단 이야기”라며, 신 씨의 사례와 비교했다. 이어 “지금이 1980년대 군사독재 시절인가?”라며 “더 놀라운 것은 신민기 졸업생이 끌려 나간 뒤 윤 대통령이 한 발언”이라며 “도대체 온전한 정신이 있는 정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과학강국으로 퀀텀점프하기 위해 R&D 예산을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대 거의 모든 정권에서 국가 연구개발은 백년대계로 보고 항상 투자를 늘려왔는데, 윤 대통령과의 발언과는 상반되게 윤석열 정부는 33년 만에 R&D 예산을 삭감했다. 그것도 4조6천억원가량을 삭감하면서, 국가의 미래에 큰 악영향을 미쳤다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양경규 녹색정의당 의원(비례대표)은 국가의 미래에 가장 중요한 게 “과학기술”이라고 강조하며, 정부가 강행한 각종 부자감세 정책의 영향으로 이 과학기술에 관한 예산이 대규모 삭감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 의원은 “이렇게 대통령에게 곧은 소리를 하는 사람을 그때마다 끌어내린다면,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끌어내려야 할 것”이라며, 윤 대통령에게 경호실 책임자 경질과 사과를 요구했다.
신 씨는 “올해 예산이 시행되면서 연구과제에 예산이 적게는 20~30%, 많게는 전액 삭감되면서 중단되는 과제들이 생겼다”면서 “과제예산이 삭감되면 과제를 수행할 운영비, 재료비를 줄이던지 아니면 대학원생 인건비를 줄이던지 양자택일에 놓이게 된다. 많은 수의 연구실이 연구를 포기할 수 없기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인건비를 줄이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신 씨는 “다른 국민들은 어떻게 되든 좋으니 R&D 예산만 늘려 달라 목소리 낸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저는 녹색정의당 대전시당에서 짧은 시간 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 올해 예산이 줄었다는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 수많은 피해자들과 만났다. 저와 비슷한 나이의 사회초년생인 전세자금 피해자분들을 만났고, 시 지원을 받지 못해서 운영이 어렵게 된 장애인시설의 얘기를 들었다. 제 또래 학생들이 쓸쓸하게 죽어갔던 세월호 참사 기념사업 예산 전액 삭감 소식을 들었을 때 눈물이 나왔다. 이 모든 일의 원인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그 원인은 정부의 예산삭감이었고, 그 출발점은 정부·여당이 강행한 부자감세였다”라며, 카이스트 졸업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에게 항의의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생색내기식으로 이공계 지원책을 제안하더라도, 거기에 포기하지 않고 삭감됐던 예산의 복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신 씨는 졸업식 날 항의와 이날 기자회견에 나서기까지 큰 용기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신 씨는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부당하다고 생각한 것에 목소리를 낸 게 저에게 불이익으로 돌아올까 봐, 어린 시절부터 이공계인을 꿈꿨던 노력이 헛된 것이 될까 무서웠다”고 고백했다. 그런데도 기자회견에 나선 이유는 “저를 위해 목소리를 모아주시는 분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얼굴을 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같이 말하는 와중에 휴대전화를 잡은 그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한편,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는 이날 기자회견 개최 배경에 대해 “당 차원에서 기획된 게 아니고, (당초에는 신 씨) 본인 얼굴이 노출되는 언론 인터뷰도 안 하려고 했다”면서 “동문들의 지지와 응원 때문에 언론 앞에 서게 된 것이고, 저희가 플랫폼을 마련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적인 문제는 아직 충분히 본인의 결심이 서지 않은 상태”라며 “동문들의 의견을 모아 최종적으로 신 씨가 결정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그 조치가 부당하다, 불법성이 있는 것 아니냐, 합리적으로 의심하고 비판하는 것이고 법적 대응 문제는 당사자 결심이 서면 추후에 다시 입장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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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졸업생 "끌려나간 뒤 30분 감금…과잉진압 사과하라"
중앙일보 한지혜 기자 오욱진PD / 입력 2024.02.19 13:46 업데이트 2024.02.19 17:01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학위 수여식에서 축사를 맡았던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소리를 질러 퇴장당한 졸업생 신민기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이 19일 "과잉 진압에 사과하고 경호책임자를 경질하라"고 촉구했다.
신 대변인은 이날 오전 시당과 함께 전교조 대전지부에서 회견을 열고 "대통령을 향해 어떤 위해도 가할 의도가 없었지만 쓰고 있던 안경이 날아가고 마스크 줄이 끊어지는 등 과도하게 제압당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16일 신 대변인은 윤 대통령을 향해 "생색내지 말고 R&D 예산을 복원하라"는 취지로 외치다 사복 경호원들에게 행사장 밖으로 끌려나갔다.
신 대변인은 끌려나간 직후 "경호원들이 문밖을 지키고 있는 별실에서 30분 동안 감금당했고 '사람들을 선동할 수 있는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경찰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해 그대로 연행됐다"며 "대통령을 향해 피켓을 들어 올린 게 표현의 자유, 신체의 자유를 억압할 정도의 업무방해였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대전 유성경찰서는 대통령 경호실로부터 신씨 신병을 인계받은 뒤 업무방해 혐의로 조사했으며 현재 입건 여부를 검토 중이다.
신 대변인은 "경찰 조사의 부당함에 대응하고 강제적인 수단마저도 서슴지 않는 윤 정권을 심판하는 데 힘을 모으고 싶다"며 경찰 조사 배경으로 제기된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한국에서 취업을 이어 나갈 생각이었는데 이번에 경호원에게 제압당한 사건 때문에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신 대변인은 지난 2022년 3월 제20대 대선 이후 녹색정의당에 입당, 3개월 전부터 대전시당 대변인을 맡았다. 지난해 8월 카이스트 석사과정을 마치고 현재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신 대변인은 "경호원들에 제압당한 장면이 화제가 됐지만 정작 하고 싶었던 말인 '부자 감세 철폐'와 'R&D 예산 삭감' (관련) 메시지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느꼈다"며 "부자 감세는 물론, R&D 예산 (삭감) 때도 연구자들 모르게 밀실 합의를 진행했다. 정부·여당은 이에 대해 사과하고 그 과정에서 최대한 노력하지 못한 더불어민주당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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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축사 중 카이스트 졸업생, 입틀막 끌려나갔다
'R&D 예산 삭감' 항의에 경호원들 제지... 대통령실 "안전 확보 분리조치"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위 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국가 연구개발 예산 대폭 삭감에 항의하다가 경호처 직원들에게 들려서 나갔다. 대통령에게 직접적인 위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아닌 것으로 보여 과잉 경호 논란이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16일 오후 대전시 KAIST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열린 학위 수여식에서 축사를 했다. 졸업식 생중계 등 여러 유튜브 영상과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의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하십시오.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제가 여러분의 손을 굳게 잡겠습니다"라고 말할 때 좌중의 졸업생 중 1명이 피켓을 들고 윤 대통령을 향해 소리쳐 항의했다.
이 졸업생의 항의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정장을 입은 이들과 졸업 가운을 입은 이들 등 남녀 5~6명이 졸업생을 둘러싼 뒤 팔 다리를 들고 행사장 밖으로 나갔다. 경호처 직원들이 졸업 가운을 입고 좌중에 섞여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졸업생은 국가연구개발(R&D) 예산 대폭 삭감에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졸업생이 행사장 밖으로 끌려 나가는 순간, 윤 대통령은 "과학 강국으로의 퀀텀 점프를 위해 R&D 예산을 대폭 확대할 것입니다"라고 축사를 하고 있었다.
졸업 가운 입은 인원, 항의 졸업생 드러내... 대통령실 "불가피한 조치"
이 사건에 대해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공지를 통해 "대통령경호처는 경호구역 내에서의 경호 안전 확보 및 행사장 질서 확립을 위해 소란 행위자를 분리 조치했다"라면서 "이는 법과 규정, 경호원칙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2024년도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은 전년 대비 14.7%(4조 6000억 원) 삭감돼 이공계 연구 현장이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졸업생의 항의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항의한 졸업생과 대통령의 거리가 가깝지 않아 윤 대통령에 위해가 될 요인이 적었다는 점에서, 경호처의 대응이 지나쳤다는 지적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졸업식에선 여야 의원들도 축사에 나섰는데, 조승래 민주당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은 항의한 졸업생이 끌려나간 일을 언급하면서 다음과 같이 사과하기도 했다.
축하의 말씀을 드리기 전에 미안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려야겠다. 아까 잠깐의 해프닝도 있었습니다만 사실 해프닝이라고 보기도 어렵죠. 작년 7월부터 지금 현재까지 내내 진행되고 있는 R&D 예산과 관련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 어려움에 대해서 누구의 책임이라고 얘기할 수 없습니다만, 그러나 적어도 KAIST를 졸업해 석사 박사에 진학하거나 기업을 창업하거나 현장에 투입되거나 하는 모든 분에게 상당히 안 좋은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좋은 여건에서 사회 진출하게 해드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해서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후배님들이 연구하고 창업하고 하는 과정에서 선배들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은 다양한 변수들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여러 시스템을 만들어 드리고 그 속에서 여러분이 뛰어놀 수 있게 하는 것이 선배들이 해야 할 일인데, 변수를 줄여주는 게 저희 일인데 변수들을 키워줬으니 얼마나 미안한 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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