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실장까지 등장한 尹 민생토론회... 총선 표심 잡기 올인
한국일보 김현빈 기자 / 입력2024.03.06 04:30
대통령실 "선거와는 전혀 무관"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경기 광명을 찾아 민생토론회를 주재했다. 벌써 17번째다. 선거 개입 논란에 아랑곳없이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잡기 위해 전국을 돌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급기야 안보의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실 안보실장까지 참석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현장 행보로 직접 민생을 챙기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관권 선거'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날 주제는 '청년'이었다. 윤 대통령은 “저는 누구보다 중요한 국정동반자가 바로 청년들이라고 생각한다”며 국가장학금 확대를 비롯한 청년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참석한 청년들은 일상에서 겪고 있는 애로사항을 쏟아내며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정부는 △국가장학금 수혜 대상 확대 △주거 장학금 신설 △청년도약계좌 강화 △양육비 선지급제 도입 △기업 출산지원금 전액 비과세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작 시선은 토론이나 발표내용보다 참석자 면면에 더 쏠렸다. 대통령실에서 전례 없이 '3실장'(이관섭 비서실장, 장호진 안보실장, 성태윤 정책실장)이 모두 참석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핵심 멤버인 김태효 안보실 1차장도 모습을 드러냈다. 정치와 정책의 정무·실무를 담당하는 비서실장과 정책실장 외에 안보실장까지 배석한 건 처음이라 뒷말이 나왔다. 이외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한화진 환경부 장관, 이정식 고용부 장관,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등 장관급 국무위원들이 대거 자리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청년들의 해외 진출을 장려하고 안전을 챙기겠다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해외 취업을 위한 ‘케이-무브(K-Move)스쿨’을 청년 3,100명에게 지원하고 코이카(KOICA) 해외봉사단을 포함한 청년 이니셔티브와 워킹홀리데이 등 해외 교류를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청년을 국정의 동반자로 강조하고 있는 부분과도 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안보실장과 김 1차장은 토론회에서 별반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
이처럼 청년층을 겨냥해 윤 대통령이 행정력을 총동원한 것은 총선을 앞둔 승부수로도 읽힌다. 윤 대통령은 “(청년들이야말로) 기득권과 이권 카르텔에 매몰되지 않은 자유로운 존재"라며 "따라서 일상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바로 이러한 청년들의 시각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20대는 이날 발표한 정부 정책의 최대 수혜자다. 동시에 보수 진영 입장에서는 총선에서 반드시 잡아야 하는 '캐스팅 보터'로 꼽힌다. 한국갤럽의 2월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윤 대통령 지지율은 20대 응답자에서 18~27%를 오르내렸다. 다른 세대에 비해 높지 않은 수치다.
다만 정권이나 지지정당에 대한 호불호가 아직 형성되지 않아 공략 가능한 대상으로 꼽힌다. 다른 연령층과 비교해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를 보류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모름’ 응답이 14~19%로 나타나 다른 세대와 달리 10%를 넘어섰다. 여권 관계자는 “20대의 경우 정부의 정책 지원에 대한 갈망이 강한 세대인 반면, 정부 차원에서는 홍보가 미진했다"고 풀이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민생토론회가 총선용이고 대통령의 정치 중립의무 위반'이라는 지적에 대해 "선거와는 전혀 무관하다"며 "특정 지역을 방문하는 것은 해당 지역의 이슈와 연관된 경우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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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부터 공무원까지 관권선거”… 한동훈 “2020년 총선때 돈살포가 정치개입”
동아일보 윤다빈 기자 외2명 / 입력 2024-03-06 03:00업데이트 2024-03-06 03:27
李 “간담회 명목으로 공약 발표”
대통령실 “민생토론, 선거와 무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대통령부터 집권 여당, 중립을 지켜야 할 공무원까지 협조해서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등 국가권력을 이용해 관권 선거운동을 자행하고 있다”며 “3·15부정선거와 다를 게 뭐냐”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이 온갖 간담회 명목으로 여기저기 다니면서 사실상 공약이나 다름없는 정책 발표를 하고 있다”며 “이렇게 해서 공정한 선거가 되겠느냐”고도 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민생토론회는 선거와 전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대응을 한다며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돈을 살포한 것이 정치 개입”이라고 맞받았다. 총선을 36일 앞두고 제1야당 대표가 ‘관권 부정 선거’ 주장을 제기하면서 정치권이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지원 유세 중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약 30분에 걸쳐 정부 여당을 향한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정치 중립 의무를 위반하고 선거에 부당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는 공직선거법을 위반하는 관권선거 행위”라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 캠프 배우자실 부실장을 맡았던 권향엽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이 공천을 받아 ‘사천 논란’이 제기된 데 대해서도 “가짜뉴스를 퍼뜨리거나 가짜뉴스에 의존해 선거 질서를 어지럽히는 여당과 정부, 대통령까지 모두 법적 조치를 해서 반드시 책임지게 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한 위원장을 우선 고발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위원장은 이 대표의 법적 조치 언급에 대해 “무엇이 사실이 아니라는 건가”라며 “‘우리도 방어하기 창피하니 쓰지 말라, 쓰면 법적으로 귀찮게 하겠다’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한 위원장을 형사 고발하면 즉시 무고죄의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尹, 총선앞 17차례 민생토론… “정치중립 위반” vs “민생 챙길 의무”
‘관권 선거 공방’
李 “800조~900조 예산투입 허무맹랑”
與 “내분에 외부로 화살 돌린 것”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초부터 17차례 진행 중인 민생토론회를 “관권 선거”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평소 하던 일도 자중해야 하는데, 윤 대통령은 평소엔 하지도 않던 행보를 하고 있다”면서 “800조∼900조 원대 예산을 투입하는 허무맹랑한 약속을 하는데, 민주당은 이게 정치 중립을 위반한 관권 선거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역을 방문하면 (토론 주제는) 해당 지역 이슈들과 연관된다”며 “(지역 문제를) 구체적으로 해결하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선거와 전혀 무관하다. 이 대표가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년 내내 민생을 챙기는 게 대통령의 책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진행한 민생토론회는 1월 4일 민생 경제를 주제로 처음 열린 뒤 경기 8회, 서울 3회 등 총선 격전지인 수도권에서 11차례 열렸다. 비수도권 지역에서 열린 총 6차례의 민생토론회 가운데 3번이 부산·경남(PK) 지역에서, 2번은 충청 지역에서 열렸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충북 청주에서 육아하는 어머니들과의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코로나19 관련 돈을 살포한 게 정치 개입”이라고 맞받았다. 4년 전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대응 차원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것을 겨냥한 것. 한 위원장은 “민생을 챙기는 게 정치고, 민생을 책임지고 이롭게 하는 게 대통령의 책무”라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사천 논란’이나 사당화 문제로 인한 내분을 희석시키려고 외부로 화살을 돌린 것”이라며 “민심으로부터 멀어지는 이유를 정상적으로 직무를 수행하는 대통령에게서 찾지 말고 자신에게서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가 이날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약 30분간 작심 비판에 나선 것을 두고 공천 내홍이 격화되면서 당 안팎에서 총선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자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다시 부각하고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총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전국적인 위기감이 큰 상태”라며 “그간 공천 내홍 때문에 ‘윤석열 정권 심판’ 메시지가 가려졌던 측면이 있는 만큼 더욱 강한 어조로 비판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허위정보를 살포한 공무원이 누구인지는 지목하지 않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특정 공무원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라기보다는 정부 여당의 전체적인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라며 “당 법률위원회에서 대상자를 특정하는 중”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친명(친이재명)계 위주 공천 논란에 대해서는 “제 측근 중에 공천받은 사람이 누가 있나. 누가 단수추천을 받았는가”라며 “경쟁자가 없었거나, 워낙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차이가 나 어쩔 수 없이 단수를 받은 경우는 있어도 오히려 이재명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가깝다는 이유로 불이익받고 컷오프된 사람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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