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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의대 증원에 실패하면 벌어질 일들

SUNDISK 2024. 2. 14. 20:55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 진료 대란, 가파르게 치솟는 의사 연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비 절반을 조금 넘는 인구당 의사 수. 이 모든 지표가 우리나라에 의사가 부족하다고 말하는데도 대한의사협회는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고 우긴다."
2020년 이후 만 3년 동안 의료당국, 의협, 의과대학, 의료관련 학자 등은 무엇을 했는가? 같은 사안으로 '국민을 볼모로한 의료파업'이 재발한 이유는? 의료분야에 무지한 者의 단편적인 의문이다. 
이번에는 '민심'을 이길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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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의대 증원에 실패하면 벌어질 일들

서울경제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     /  입력2024-02-14 05:30:22 수정 2024.02.14 05:30:22

 

의사들이 또다시 파업을 무기로 의대 증원을 무산시키려 하고 있다.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 진료 대란, 가파르게 치솟는 의사 연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비 절반을 조금 넘는 인구당 의사 수. 이 모든 지표가 우리나라에 의사가 부족하다고 말하는데도 대한의사협회는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고 우긴다.

의사들이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것은 자신들이 대부분의 의료 행위를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 공급을 억제해야 몸값을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독점권을 이용해 자신들이 만들어 낸 경제적 가치에 비해 더 많은 몫을 차지하려는 전형적인 지대 추구(rent seeking)다. 이는 시장이 잘 작동하지 못하게 만들어 의료 체계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이 만들어 낸 가치를 약탈하기 때문에 의료인 간 불평등을 악화시킨다.

2020년처럼 정부가 의사 파업에 굴복해 의대 증원에 실패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먼저 의사 공급이 부족하니 국민은 더 높은 의사 연봉을 부담해야 한다. OECD 통계에 의하면 2021년 우리나라 의사 연봉은 OECD 평균 대비 1.7배 높았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우리 국민이 의사 연봉으로 매년 10조 원을 더 부담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2021년 평균 연봉 2억 원이었던 전문의 연봉이 최근 3억~4억 원 수준으로 높아졌으니 지금은 20조 원을 더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대학병원 교수와 종합병원 전문의가 비급여 진료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동네 병의원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연봉이 올라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실손보험과 비급여 제도를 크게 손보지 않는 한 동네 병의원 개원의 수입이 늘어나면서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전문의 연봉을 계속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의사들은 의대 증원 말고도 여러 규제를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한다. 대표적인 예가 의사가 의료 행위를 독점하는 것이다. 전 세계 40여 개 국가가 의사가 하던 의료 행위 중 일부를 진료보조(PA) 또는 전문간호사가 대신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었다. 미국 의과대학협회는 2030년 PA와 전문간호사가 의사 수요의 약 20%를 대체할 것으로 추정한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미국 수준으로 PA제도를 합법화하면 PA 연봉을 1억 원으로 쳐도 연간 5조 원의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미용 분야 등으로 확대하면 의료비 절감 효과는 더 커질 것이다.

의사들은 시장이 작동하는 데 필요한 규제도 자신들에게 불리하면 도입하지 못하도록 했다. 예를 들면 의사들은 정부가 병상 공급을 규제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 결과 인구당 병상 수는 OECD 대비 3배나 더 많아졌고 의학적으로 불필요한 입원과 수술로 매년 10조 원 이상의 의료비가 낭비되고 있다. 의료 전달 체계와 주치의 같은 제도를 의사들의 반대로 도입하지 못해 낭비되는 의료비도 전체 의료비의 약 3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의대 증원에 실패하면 단순히 의사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을 넘어 앞으로는 의사들의 극단적인 지대 추구 행위를 우리 사회가 제어하기 더 어려워진다. 의사들이 자기 이익을 위해 의료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의료 체계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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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압박에 전공의 파업은 일단 보류… 집단 사직, 수련 거부 '변수'

한국일보 김표향 기자   /    입력 2024.02.13 19:30 

 

온라인 총회서 파업 찬반 팽팽히 엇갈려
정부 강경책, 여론 악화에 부담 느낀 듯
비대위 전환에 "대정부 장기전 채비" 분석도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인턴ㆍ레지던트)들이 집단행동을 추진하다 한발 물러섰다. 투쟁 수위를 두고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은 탓이다. 정부의 강경 대응 기조가 압박이 됐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의료 대란을 우려했던 정부는 한숨 돌렸지만, 갈등의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니라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선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이나 수련병원 계약 거부 등 법 테두리 안에서 장기전을 모색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3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전날 밤 열린 온라인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박단 회장을 제외하고 부회장과 이사진 등 집행부도 전원 사퇴했다. 향후 집단행동 계획에 대한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날짜를 넘겨 밤샘 토론이 이어진 대의원 총회에선 파업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사 커뮤니티에는 “파업 안 하고 정상 근무한다”는 글도 올라왔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단체행동에 나서겠다는 입장 표명이 없는 점은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환자 곁을 지켜달라”고 재차 호소했다.

 

의료계 안팎에선 의사 파업에 부정적인 여론에 전공의들이 신중론으로 돌아선 것이라 해석한다. 투쟁 응집력이 2020년 파업 때보다 약하다는 평도 있다. 당시 대전협은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여러 의사단체들과 공조했으나 현재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다. 박단 회장은 최근 의대 증원에 관한 입장문에서 “의협은 개원의 중심이라 2020년 단체행동 당시에도 참여율이 한 자릿수였다”며 “단체행동은 전공의와 의대생 중심으로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기성 의사들과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인식을 내비친 셈이다. 한 대형병원 전문의는 “과거에는 선배 의사들이 ‘내가 잡혀갈 테니 끝까지 싸워 달라’며 등 떠미는 분위기라 투쟁심이 더 달아올랐지만, 지금은 그런 움직임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정부가 ‘의사면허 취소’ 카드까지 꺼내며 선제적 압박에 나선 것도 주효했다는 분석이 많다. 복지부는 의사단체들이 취할 여러 선택지에 대비해 의협 및 병ㆍ의원에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를, 수련병원에 ‘사직서 수리 금지’를 각각 명령했다. 파업 개시 즉시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겠다는 방침도 거듭 밝히면서 “병원 복귀를 거부해 금고 이상 형을 받게 되면 의사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료법 외에 형법상 업무방해죄, 공정거래법 등을 적용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여러 법적 대응책을 준비한 정부에 반해 전공의들에겐 집단행동을 강행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현실적 판단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사태가 진화된 건 아니다. 하루이틀 사이에 파업이 현실화하긴 물리적으로 어렵지만, 대전협이 비대위 체제를 공식화한 만큼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행동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른바 빅5 병원(서울아산ㆍ서울대ㆍ삼성서울ㆍ세브란스ㆍ서울성모) 전공의들이 이미 파업을 결의한 데다 13일에는 의대생들도 대의원 총회를 열어 의대 증원 저지 방안을 논의하는 등 대정부 투쟁에 힘을 모으고 있다.

 

의료계에선 전공의들이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파업 대신 집단 사직 등 법에 저촉되지 않는 다른 수단을 동원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달 말 수련교육 종료 시점에 맞춰 인턴들이 레지던트에 지원하지 않거나, 레지던트들이 수련병원과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력 이탈 규모가 파업보다는 제한적이더라도 일부 의료 공백은 불가피하다. 박 차관은 “병원마다 차이는 있지만 연간 계약이 아니라 전체 수련 기간에 대해 계약을 많이 하기 때문에 계약 연장 거부 등이 현장에서 실행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혹여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대화하고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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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박용석 만평]

 

경인일보 [미스터 달팽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