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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직접 탄핵을 언급한 것은 부적절하다.

SUNDISK 2023. 11. 4. 14:45


박권일('한국의 능력주의' 저자),   "대통령으로서 행복한 시간은 끝났다", "대통령으로서 대체 뭘 하고 싶은지 아무도, 심지어 본인조차 모른다는 게 제일 심각한 문제"

 

윤석열이 여론을 의식하고 있고 보수 언론이 위기 상황이라는 경고를 내고 있다. 하지만 변화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준석(전 국민의힘 대표),  "대통령의 변화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본다",  "지금의 통치 스타일 문제가 기술적 미숙에 의한 것이 아니라 두려움에 지배당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여론조사 결과, 탄핵 언급 등 대통령에게 보내는 모든 경고에  "해 볼테면 해 보라!"식으로 변화를 거부한다면 다음은 경고가 아닐 것이다.  

 

이준석의 처방전.  "두려움에 공산전체주의와 같은 허수아비와 싸우지 말고, 다시 공정과 상식이란 구호를 되새기며 시대적 과제와 싸워야 한다. 이준석 대신 경제적 불평등과, 홍준표 대신 저출산과, 유승민 대신 지방소멸과 싸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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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스스로 언급한 단어 ‘탄핵’ [김성탁의 시선]

중앙일보   김성탁 논설위원  /     입력 2023-11-03 00:44:04

 

 

 

코로나19 대유행이 한창이던 2021년 9월, 23년간 맥줏집을 운영해오던 서울 마포구의 한 상인이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굳게 닫힌 가게 문에 나붙었던 추모 포스트잇 중에 ‘곧 따라갈 거에요’라는 글귀가 있었다. 한계 상황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이 세상을 뜨는 경우가 전국에서 발생하던 시기다.

윤석열 대통령이 소상공인과 택시기사, 무주택자, 청년 등이 참가한 가운데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참가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마포구의 한 북카페에서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면서 당시 상황을 언급했다. 맥줏집과 고깃집 등이 들어찬 마포 일대를 “학창시절부터 친구들과 뻔질나게 다녔다”는 윤 대통령은 정치에 뛰어들며 밝힌 입장문의 첫 페이지가 마포 자영업자 얘기였다고 소개했다. 대선 승리 후 맨 먼저 영업규제로 손실을 본 자영업자들을 위해 50조원을 집행하는 일부터 했다고 설명했다.

 

 회사원과 주부, 소상공인 등 60여 명을 초대해 의견을 들은 간담회에서 윤 대통령은 정부의 역할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국민의 안전을 살펴야 되고 어려움을 해결하고 달래줘야 정부”라고 말했다. “미래를 위해 전략적인 투자나 외교 활동도 하고 공정한 시장과 교육 환경을 만들어 민간 중심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도 중요한데, 국민이 못 살겠다고 절규하면 듣고 답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더하고 뺄 것 없이 적절한 인식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언급에서 윤 대통령은 스스로 ‘탄핵’이라는 단어를 거론했다. “불요불급한 것을 좀 줄이고 정말 어려운 서민들의 절규하는 분야에 재배치시켜야 하는데, 받아오던 사람들은 죽기 살기로 저항한다”며 “받아오다가 못 받는 쪽은 그야말로 대통령 퇴진 운동을 한다”고 표현했다. “어려운 서민들을 지원하는 쪽으로 예산을 재배치시키면 아우성이다. 내년 선거 때 보자, 아주 탄핵시킨다 이런 얘기까지 막 나온다”고 목청을 높였다.

 

 윤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이어 간담회에서도 “재정을 더 늘리면 물가 때문에 서민들이 죽는다”며 긴축 재정 기조를 밝혔다. 그러니 재정 지출을 늘리지 않으면서 약자 보호를 두껍게 하려면 다른 예산을 줄일 수밖에 없는 불가피성과 자신의 진정성을 강조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통령이 직접 탄핵을 언급한 것은 부적절하다. 예산안 관련 감축 시비가 이는 항목은 연구·개발(R&D) 예산이 대표적이다. 과학자들 사이에선 외환위기 때도 R&D 예산이 안정적으로 유지됐고, 핵심 연구기관의 예산까지 삭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어제 기자회견에서 재정 지출 확대를 요구하면서 R&D 예산 삭감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 예산을 놓고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는 집단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내년 R&D 예산 축소 놓고 논란
“대통령 탄핵해야“ 움직임 없어
반대파와도 진솔하게 대화해야

 

 윤 대통령 퇴진을 공개 주장하는 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양대 노총이 오는 11일 30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연다. 서울 도심에서 20만 명이 모이겠다는 민주노총은 “정권 퇴진을 외칠 것”이라고 예고했다.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 같은 단체가 가세한다. 한국노총 조합원 10만 명은 여의도에서 정권 심판을 내걸고 모인다고 한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 일부 야권 인사들이 집회에서 탄핵을 주장한 적이 있지만, 야당에서 탄핵을 의제화하고 있지 않다.

 

 그만큼 대통령 탄핵은 쉽게 꺼낼 수 없고, 꺼내서도 안 되는 단어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다가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안이 인용돼 대통령직에서 파면됐었다. 우리 헌정사에 그런 갈등과 아픔이 반복돼선 안 된다. 정부 예산에서 어떤 항목을 늘리고 줄일지는 국회에서 여야가 논의해 조정하면 될 일이다. 정부와 야당이 생각이 다르다면 각자의 취지를 국민에게 설명해 평가를 받으면 될 일이다.

 

 대통령이 이런 사안에 ‘탄핵’을 말하면 자칫 예산 조정에 반대하는 측은 모두 정부 퇴진을 노리는 세력이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탄핵은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만 가능하다. 탄핵안 의결도 국회 재적의원 과반의 발의와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쉽게 가능하지 않은 사안을 대통령이 거론하면 총선에서 반대쪽을 표로 심판해 달라는 ‘정치적 수사’로 읽힐 소지가 있다.

 

 윤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누구의 탓을 돌리지 않겠다. 모든 것은 제 책임”이라고 말했다. “(탄핵을) 하려면 하십시오”라는 전투적인 표현 대신 예산 감축 대상이 된 이들과 만나 진솔하게 이해를 구하는 것이 지도자로서 책임을 다하는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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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의 '시론'] 두려움에 사로잡힌 대통령

경향신문   이준석의 '시론'   /  입력 : 2023.10.31 20:29 수정 : 2023.10.31 20:55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지금까지 막연히 잘될 거라고 윤석열 대통령을 추켜올려 벌거숭이 임금님으로 만들던 자들이 갑자기 손가락을 대통령에게 돌리며 문제를 진단하는 척하고 있다. 소통 강화나 민생을 언급하면서 대통령이 변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나는 윤 대통령의 변화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본다. 지금의 통치스타일 문제가 기술적 미숙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당대표의 관계로 지낸 기간을 반추해보면 대통령을 관통하는 맥이 있다. 대통령은 두려움에 지배당하고 있다. 과장된 어법, 끝없이 적을 만들어내는 모습은 자신감이나 자긍심의 발로일 수 없고, 그저 내재된 여러 두려움에 대해 반사작용을 하고 있는 과정이다.

윤 대통령은 스타검사 출신이고, 그 명성의 근원은 최고 권력층을 처벌하고 저인망식으로 수사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언론에 나오기 좋은 화려한 수사를 해왔다.

부패한 아들들이 있었지만 책임이 연좌되지 않았던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봉하대군과 영일대군이라는 형들이 있었음에도 그 일로 본인에겐 형사적 책임이 지어지지 않았던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과 달리 박근혜 전 대통령은 피 한 방울 안 섞인 최순실씨와 경제공동체로 엮여 엄중한 시련을 겪었다.

윤 대통령은 과거 자신이 화려한 수사를 위해 좁혀놓은 그물코가 스스로를 옥죄고 있다. 그것이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에 매우 방어적인 자세를 가져오게 하는 이유다. 만약 야당이 주장하는 특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처가와 대통령이 경제공동체가 아니라는 주장을 할 수 없어 두려운 것이다. 채모 상병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최고 윗선까지 책임을 물리려 했던 박정훈 대령을 탄압한 내용이 언론에 나오기 시작했을 때, 윤 대통령은 자신이 검사라면 이 사건을 매우 화려하게 수사할 수 있음을 직감했을 테다. 두렵지 않을까.

박근혜 정부 시절 “진실한 사람들”을 자처하던 사람들이 수사를 받으며 박 전 대통령에게 어떤 불리한 진술을 했는지 우리는 몰라도 윤석열 검사는 안다. 스스로 윤핵관이라 호칭하는 이들이 권력 끈이 떨어지면 어떻게 대통령에게 불리한 얘기를 할지 불안할 테다.

임기 초 이준석과 홍준표, 유승민과 나경원 모두 본인보다 보수 진영에서 활동해온 이력이 길고 깊은 상황에서 느낀 두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들을 제압하고자 몇 년 전 검찰총장 청문회장에서 자신을 맹비난했던 장제원 의원을 위시한 윤핵관을 앞세웠기 때문에 이제는 그들의 변심 이력이 또 다른 두려움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어떻게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국회를 채워야 하는데, 민심을 보니 방법이 없다. 그러니 얼마나 두렵겠나.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각각 영주와 경산에서 무소속으로도 충분히 지지를 받는 상황이라고 한다. 자신이 엄벌주의로 단죄한 사람들이 몇 년 지나지 않아 민심의 선택을 받아 정치에 복귀한다는 것도 두려울 것이다.

얼마 전 윤 대통령이 당에 입당하기도 전에 당을 완전히 뽀개고 대표는 3개월 내로 내쫓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담긴 녹취가 공개되었다. 뒤에 들리는 말로는 녹취한 사람이 이미 몇 달간 대통령실에 해당 녹취의 존재를 알렸다고 한다. 그 몇 달간 대통령실은 알게 모르게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녹취를 공개한 이들은 비슷한 녹취가 500여건 더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이라면 그 녹취 내용이 뭔지 통화 당사자인 대통령 측은 알 테니 얼마나 두렵겠는가.

지금까지 대통령이 느낄 법한 많은 두려움을 언급했지만 국가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해 역사에 오명이 남게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빠져 있다. 어쩌면 그것이 지금 정권의 위기가 지속하는 이유가 아닌가 생각한다.

역사의 많은 철권 통치자들은 불안증후군을 앓았다고 한다. 불안한 만큼 겉으로 철권을 휘두르면서 두려움을 드러내 보이지 않으려 했을 것이다. 그 증세는 많은 권력을 손에 쥐려는 사람일수록 심하게 느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자신의 작고 소중한 불안을 벗어던지고 시대의 과제를 짚어내길 기대한다.

돌팔이 이준석의 처방전은 다음과 같다. 두려움에 공산전체주의와 같은 허수아비와 싸우지 말고, 다시 공정과 상식이란 구호를 되새기며 시대적 과제와 싸워야 한다. 이준석 대신 경제적 불평등과, 홍준표 대신 저출산과, 유승민 대신 지방소멸과 싸우면 된다. 그러면 국민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바라기 때문에 두려움을 씻을 만큼의 지지로 화답할 것이다.

 

 

 

 

오마이뉴스 [만평] 대통령이 탄핵을 대하는 자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