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은 왜 ‘내란’에 끌려다니나 ( 한겨레 권태호기자 / 수정 2025-02-10 10:51 등록 2025-02-10 09:28)
# ‘탄핵 반대’ 나서는 국민의힘
- 지난 8일(토) 대구에서 대규모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고,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석했습니다.
- 최근 국민의힘 행보를 보면, ‘보수’를 넘어 ‘극우화’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 사람들의 궁금증은 ‘언제까지 이럴 것인지’, ‘어디까지 나아갈 것인지’ 등입니다.
- 무엇보다 ‘대통령 탄핵 결정’ 이후엔 어떻게 할지 등입니다.
1. 국민의힘의 ‘탄핵 반대’ 움직임
- 돌이켜보면, 국민의힘은 ‘12·3 내란’ 사태 직후에는 “계엄은 잘못”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동훈 대표가 계엄 직후,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습니다.
- 그런데 탄핵 표결에서는 ‘탄핵 반대’ 당론, 이어 탄핵 찬성한 한동훈 대표 축출로 이어졌습니다.
- 하지만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계엄은 잘못’이라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탄핵 심판이 본격화되면 서서히 윤 대통령을 ‘손절’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 그런데 ‘관저 농성’에 이어 ‘옥중 통치’로 이어지고, 이 과정에서 극우 성향이 결집하면서 영남을 중심으로 국민의힘 일부가 윤 대통령 쪽으로 기우는 듯한 모습이 점점 확연해지고 있습니다.
- 나라를 위해서도, 국민의힘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입니다.
1) 윤 대통령 접견 확산
-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 대통령을 접견하고, 이들이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 3일 권영세 비대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 접견이 처음이었습니다. ‘개인적 차원’이라고 말은 했지만, 당 대표-원내대표가 나란히 윤 대통령을 접견하고, 그 메시지를 그대로 전달했으니, 이는 다른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당의 방향이 어느 쪽인지 분명하게 제시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 이어 7일 가장 강력하게 윤 대통령 지지에 나서고 있는 윤상현, 김민전 의원이 접견에 나섰습니다.
- 그리고 오늘은 김기현 전 대표와 추경호 전 원내대표 등 전 지도부가 접견하러 간다고 합니다. 친윤계 이철규·정점식·박성민 의원 등도 함께 한다고 합니다.
- 이렇게 되면, 국민의힘 의원들이 흔들리게 됩니다. ‘나도 가야 하나’라고.
2) ‘내란’ 음모론
- 탄핵심판 과정에서 ‘요원-의원’에 이어 ‘인원’ 논란, 그리고 윤 대통령 쪽의 지엽말단적인 시비 등이 이어졌는데,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에 지원사격을 하고 있습니다.
- 일일이 소개하는 게 오히려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메신저 공격하기(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등), 증언의 미세한 차이 공격, 이를 통해 ‘내란 프레임은 허위’라는 주장 등입니다.
- 재판 진행 과정에서 사소해 보이더라도 확인해야 할 대목이 있긴 하겠습니다만, 그렇다고 그런 미세한 차이 때문에 ‘내란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전체 틀을 흔들려는 시도는 무모해 보입니다.
- ‘국회에 군인을 보낸 사람은 윤석열’이라는 건 흔들리지 않습니다. 이것만으로 ‘내란’입니다. 행정부가 무력으로 입법부를 뒤집으려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질서 유지’를 위해 국회에 군인을 보냈다는 건, 논리적으로 상식적으로 전혀 말이 되지 않습니다. 국회의 계엄해제를 막으려고 한 것입니다. 이것만으로 ‘내란’입니다. 그리고 국민의힘 논리대로라면, 윤 대통령이 임명한 국정원 1차장과 특수전사령관이 윤 대통령을 모함해 없는 사실을 꾸며내는 것입니다.
3) 탄핵반대 집회 참석
- 지난 토요일(8일) 보수 개신교 단체인 ‘세이브 코리아’가 대구에서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열었습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계몽령’이라고 주장하는 단체입니다.
- 이 집회에 이철우 경북도지사, 그리고 대구·경북 지역 의원(25명) 중 절반 가량인 1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 국민의힘 지도부는 의원들 “개별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했지만, 서지영 원내대변인은 “비바람과 한파 속에도 집회에 참여하는 국민이 늘어나는 것은 민주당의 ‘내란·극우 몰이’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라는 논평을 냈습니다.
- 앞서 전광훈 목사의 광화문 탄핵 반대 집회에도 일부 의원들이 참석했습니다.
- 국민의힘 누리집에 들어가면, 첫 화면에 대구 탄핵 반대 집회 사진과 함께 “보셨습니까. 국민 여러분의 힘입니다”라는 글이 떠있습니다.
2.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도 ‘흔들’
-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 가운데 현재 1위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입니다. 매우 비정상적인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대선 주자들도 흔들리는 모양새입니다.
1) ‘탄핵 반대’ 김문수·홍준표
-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홍준표 대구시장은 ‘탄핵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 일부 여론조사에서 여권 1위에 오른 김 장관은 “(조기 대선 출마를) 검토한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탄핵 반대’를 선언하면서, ‘대선 출마’를 시사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대통령 파면’ 결정이 내려지면, 가장 먼저 대선 출마를 선언할 명분이 되기도 합니다. 김 장관은 지난 3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 홍준표 시장은 지난해 12월23일 SNS에 “대구시장 졸업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했고, 송년 기자간담회에서는 “조기 대선 상황이 오면 나간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탄핵 반대’ 이야기를 더 많이 합니다. 동대구역 집회가 열린 지난 8일에는 페이스북에 “탄핵 반대 집회에 참가해서 실상을 알리는 연설을 하고 싶었다. 윤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한다”고 했습니다.
2) ‘탄핵 찬성’ 유승민·한동훈
- ‘계엄 반대’ 목소리와 함께 대선 출마를 가장 강하게 시사하는 주자는 유승민 전 의원입니다.
- 유 전 의원은 12·3 비상계엄에 대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고, 실패한 내란”이라고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 그는 지난달 22일 MBN 유튜브 인터뷰에서 출마 여부에 대해 “내게 출마 여부를 묻는 것은 필요 없는 질문이다. 다만 출마 선언은 탄핵 심판이 되는 것을 봐야 한다. 탄핵 심판 결론도 안 났는데 벌써 손들고 ‘나 출마한다’고 하는 것은 야당이면 모르겠지만 최소한 여당에서는 그러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 그러면서도 “내가 후보가 돼야 이재명 대표를 이길 수 있다. 전광훈 목사가 좋아하는 분들이 후보가 되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냐. 대통령이 저지른 중대한 잘못에 대해 우리가 진짜 반성하고 사과하고 여기에서부터 보수 재건의 새로운 길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 유승민 전 의원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된다면, 민주당으로서는 가장 위협적일 것입니다. 또 유승민 전 의원이 보수정당의 후보가 된다면, 대선의 프레임이 ‘내란이냐, 아니냐’는 식이 아니라, ‘앞으로 대한민국을 어떻게 재건할 거냐’는 쪽으로 논의가 바뀔 수 있을 것입니다. 긍정적인 상황이 펼쳐질 수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유 전 의원이 국민의힘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입니다. 더욱이 지금 국민의힘은 점점 정반대의 길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 한동훈 전 대표도 최근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1973년생 이하 친한계 모임인 ‘언더73’이 움직이고, 한동훈 전 대표도 최근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등 정치권 원로 및 외교안보와 경제 분야 전문가들과 잇달아 만나고 있습니다. 아마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론이 내려지면, 곧바로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다만 한 전 대표의 딜레마는 ‘윤석열과의 이중적 관계’입니다. 한 전 대표가 ‘12·3 계엄선언’ 당시, 가장 먼저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은 높이 평가할만 합니다. 그런데 지금 국민의힘의 방향이 정반대로 나아가고 있어, 한 전 대표 지지층이 흩어졌습니다. 한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62.8%의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됐습니다. 그런데 그 득표는 ‘한동훈 개인 팬덤’도 있겠지만, ‘1위 주자를 밀어주는 국민의힘 지지층’, ‘윤석열 대통령 지지층’(아직 윤-한 갈등이 본격화 되기 전 이전 관성에 의해), ‘윤석열 대통령 견제층’, 그리고 ‘이재명 대표를 이길 후보 밀어주기’ 등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진 결과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 지지가 다 사분오열 됐습니다. 그러면 남는 것은 ‘윤석열 반대, 이재명 반대’하는 국민의힘 지지층만 흡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국민의힘을 벗어난 중도층에서는 한 대표는 지금은 윤석열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긴 하지만, 윤석열의 검찰 직계 후배로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했고, 법무장관으로 검찰의 편파적 윤석열-김건희 관련 수사에 책임이 있을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또 검사 출신’이라는 점이 부딪힙니다. 흑백논리, 과거 들추기가 전문인 검사는 정치지도자에 맞지 않는다는 점이 ‘윤석열’을 통해 여실히 증명됐습니다. 한 대표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순간, 자신의 현주소를 제대로 인식하게 될 것입니다.
3) 갈팡질팡 오세훈
- 오세훈 서울시장은 ‘팬덤’은 약하나, ‘중도 확장성’은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목소리를 강하게 내진 않았지만 계엄을 반대하고, 윤 대통령 탄핵에도 찬성했습니다.
- 그러나 최근에는 윤 대통령 관련 언급은 삼가고, 대신 이재명 대표 때리기에 주력하는 듯한 모양새입니다.
- 또 미-일 정상회담 관련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한·미·일 외교, 윤석열 정부가 옳았다”고 썼습니다.
- 대선이 치러질 경우, 국민의힘 경선을 의식하는 것입니다.
- 그러나 자칫하면, 이도저도 아닌 게 될 수 있습니다.
3. 국민의힘, 왜 이러나?
1) 일단 지지층부터 잡아야
-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016년 박근혜 탄핵 때, 궤멸 상태를 경험한 바 있습니다. 그때의 경험이 잘못된 학습효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듯합니다.
- 이번에는 그 죄과가 그때보다 훨씬 더 분명하기에, 궤멸은 그때보다 더 심각할 수밖에 없었어야 합니다. 당의 존폐를 고민해야 하는 수준입니다.
- 그런 위기의식이 더 커지면서, 처음에는 ‘한 줌’ 밖에 안 된다 하더라도, 일단 지지층부터 잡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마저 놓치면, 그냥 바닥이 꺼져버린다는 위기감이 강해졌습니다.
- 지금은 지지층을 붙잡아 당을 지탱하게 만들고, 이후 상황을 봐가면서 외연을 넓히자는 전략입니다.
- 그런데 예상외로 ‘극우 결집’이 효과를 보이는 듯합니다. 그러자 고민이 더 깊어집니다. 이는 외연 확장의 시기를 점점 늦추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2) ‘확장은 나중에’
- 국민의힘 의원들 가운데 ‘계엄은 잘한 것’이라고 하는 이는 거의 없습니다. 또 ‘대통령 탄핵이 기각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의원도 거의 없습니다.
- 나아가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점점 ‘극우 세력’과 결집하는 모양새에 대해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 그러면서 기대하는 것은 ‘헌재의 탄핵 심판 결론’이 내려지면, 하루아침에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 그러면 60일 안에 조기대선을 치러야 해, 곧바로 대선 분위기로 옮아가고, ‘윤석열’은 뒷전으로 밀리게 되고, 대선 국면이 되면 자연스럽게 중도확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 그래서 일단은 당이 더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게 필요하고, 일단은 당을 지켜주는 게 이 탄핵반대 집회 참가자들이니, 이들에게 의지하는 형국입니다.
- 그러나 그게 무슨 스위치 온오프 하듯이 쉬울까요
- 윤 대통령은 그때되면, ‘그래 나는 죽고, 당은 살아야지’라면서 뒷전으로 조용히 물러나 줄까요.
3) ‘일단 나만 살자’
- 공개적으로 얘기는 잘 안합니다만, 국민의힘 의원들 중 상당수는 탄핵 이후 대선에 이길 것이라는 예상을 별로 하지 않습니다. ‘요행’을 바라는 것이지요.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결정적 계기가 되거나, 여론이 크게 흔들리거나 하는 점을 기대하는 것일 뿐입니다.
- 내란을 저질러 대통령이 탄핵된 정당에서 연이어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뒤,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상황입니다.
- 그래서 야당이 되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의원들 입장에서는 자기 살 궁리부터 하게 됩니다.
- 영남·강남 의원들 입장에서는 당의 미래, 보수의 바람직한 방향, 향후 국민의힘 재집권 가능성보다 2028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럴려면 전체 국민여론보다 당의 중심과 기준점이 어디로 움직이느냐를 캐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대개 상황은 원하는대로 보이기 마련입니다.
- 그리고 이는 보수로서의 ‘가치 지향’은 없고, ‘이권 추구’만 있기 때문입니다.
4. 사설 제목
1) 국민의힘, ‘내란 음모론’
한겨레 = '내란 음모론' 힘 싣는 국힘, 그러면 계엄이 없던 일 되나
경향 = 손바닥으로 해 가리는 윤석열, 그 인질이 된 국민의힘
한국 = '옥중 정치' 윤 대통령 대변인 자처하는 여당 의원들
2) 극우들의 협박
한겨레 = 이번엔 헌재 습격 모의, 끝까지 파헤쳐 뿌리 뽑아야
경향 = "탄핵 시 건국전쟁"이라니, 갈 데까지 간 극우들
동아 = "학살" "척살" 헌재 난동 모의 포착… 제2 서부지법 사태 막아야
중앙 = 격화하는 정치 갈등… 위험 수위 헌재 공격 멈춰야
한국 = 尹과 극우 도 넘는 '혐중 몰이'에 중국 "연계 말라" 첫 언급
- 보수언론으로 분류되는 동아 중앙일보도 극우 지지층의 헌재 공격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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