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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일본 개황>에서 ‘역사 왜곡 발언’ 사례 통째로 삭제

SUNDISK 2024. 5. 31. 07:26

외교부, '역사 왜곡' 빠진 일본 개황에 "정부 입장 바뀐 건 아냐"

"약식 발간본…'역사 왜곡' 포함 개정본 발간 준비 중"

 

"역사 왜곡 자료 통째로 삭제"하고 약식 발간한 이유는?  변하지 않은 "정부입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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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일본 개황’의 역사 왜곡 자료 통째로 삭제했다니

경향신문   사설   /  입력 : 2024.05.30 06:00     수정 : 2024.05.30 06:03

 

외교부 ‘일본 개황(개략적 현황)’에 일본의 과거사·역사교과서 왜곡 사례가 삭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개정된 ‘2023 일본 개황’에는 기존 한·일관계 참고자료 부분에 기술된 일본의 ‘역사 왜곡 언급’ 사례가 통째로 빠졌다. 직전 판인 ‘2018 일본 개황’에는 1951~2018년 일본 정치인 등의 역사 왜곡 발언 177개가 표로 정리돼 있었다. 2007년 아베 신조 총리의 ‘위안부 강제성 부정’ 발언, 2014년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의 ‘독도 영유권’ 주장, 2014년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안중근 의사 범죄자·테러리스트’ 발언 등이 포함돼 있었다. 아울러 기존 개황에서 ‘한·일관계 최근 주요 현안’ 맨 앞에 있던 2001년 이래의 일본 우익 교과서 논란도 통째로 사라졌다. 2018년 이전 사례를 지워버린 것은 물론이고, 2018년 이후 사례는 아예 기록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우 부적절하다.

 

외교부의 국가별 개황은 일반인이 볼 수 있게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로, 특정 국가의 개요와 한국과의 관계가 정리돼 있다. 사실 위주로 정리돼 있지만, 어떤 내용을 넣고 빼느냐를 보면 정부가 해당국과의 관계에서 무엇을 중시하는지 알 수 있다.

 

문제의 일본 개황은 지난해 3월15일 게시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관계 개선에 초점을 맞춘 3·1절 기념사를 한 뒤 전격 성사된 일본 방문을 하루 앞둔 때였다. 당시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정부가 일제하 강제동원 배상 문제를 피해자 의사에 반해 제3자 변제 방식으로 우회해 일본에 면죄부를 줌으로써 가능했다. 가장 큰 문제는 윤 대통령의 대일 접근법이 국민적 공감대에 기반해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와 여당 내에서도 그런 접근법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묵살됐다. 정부는 그 후로도 일관되게, 일본에 대해 할 말을 자제하는 태도를 유지해왔다. 올 초 일본 군마현의 조선인 강제동원 추도비 철거, 최근 라인야후 지분 구조에 대한 일본 정부의 부적절한 개입 등에 대해 일본에 제대로 항의하지 않은 것이 잘 보여준다.

 

한·일관계가 중요하고 양국 협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역사를 통째로 지우면서까지 개선해야 하는 관계는 아니다. 그것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 과거에 벌어진 일들을 있는 그대로 기억하고,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되새길 때 비로소 건강한 한·일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023년 3월16일 도쿄의 한 식당에서 부부 동반 만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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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일본 개황>에서 ‘역사 왜곡 발언’ 사례 통째로 삭제

경향신문   정희완 기자   /    입력 : 2024.05.30 06:00 수정 : 2024.05.30 06:04

 

2023년 3월 발간한 일본 개황 자료

과거사 반성 발언·역사교과서 문제도 빠져

객관적 사실조차 삭제하는 건 부적절 비판

 

외교부가 2018년 발간한 ‘일본개황’에 일본의 역사 왜곡 관련 발언 사례가 담겨 있다. 2023년판에선 이같은 사례가 삭제됐다. 일본개황 갈무리

 

 

외교부가 윤석열 정부 들어 발간한 <2023 일본 개황>에서 일본의 ‘역사 왜곡 및 과거사 반성’ 발언 사례를 통째로 삭제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일본 교과서의 역사왜곡 사례 와 정부 대응을 기술한 부분도 들어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일본개황은 윤석열 대통령이 강제동원(징용) 배상 문제의 ‘선제적 양보’로 한·일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던 시기에 발간됐다. 한·일관계 개선을 앞세워 과거사 문제에 소극 대응하는 정부 기조가 투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외교부는 2023년 판은 ‘약식 발간’이라며 “(누락된 자료는) 향후 개정본 발간 시 참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외교부는 지난해 3월15일 2023년 일본 개황(총 223쪽)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일본개황은 일본의 정치·경제·사회·안보·대외관계 등 전반적인 상황에 관한 정보를 기술한 자료다. 일반에도 공개돼 학술연구 등에 참고 자료로 쓰인다. 정해진 발간 주기는 없으나, 정부가 바뀔 때마다 최소 한 번 이상 개정판을 냈다.

 

2023년 일본개황에는 기존에 담겼던 ‘일본의 과거사 반성·역사 왜곡 언급 사례’가 사라졌다. 국가기록원 홈페이지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이런 내용은 최소 1996년부터 발간한 7개 모든 개황 자료에 담겨 있었다. 후속판이 나올 때마다 내용이 추가됐다.

 

직전 판인 2018년 자료를 보면, ‘역사 왜곡 언급 사례’에는 1951년부터 2018년까지 약 67년 동안 일본 주요 인사들의 왜곡 발언이 표로 요약·정리돼 있다. 총 177개다. 일본 총리, 관방장관 등 구체적인 발언자와 시기도 나와 있다. 일본이 독도를 “자국 고유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과거 외무상으로 재직할 때 했던 독도 관련 발언 등 20건도 포함됐다. 일본군 ‘위안부’를 두고 “강제성이 없었다”, “안중근은 테러리스트”, “일·한 간은 부모와 자식 관계” 등 발언도 포함됐다. 발언의 평가보다는 내용 자체를 객관적으로 나열했다. 일부에는 한국 정부가 성명 발표나 주한일본대사 초치 등을 통해 일본에 항의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외교부가 2018년 발간한 ‘일본개황’에 일본의 과거사 반성 관련 언급 사례가 담겨 있다. 2023년판에선 이같은 사례가 삭제됐다. 일본개황 갈무리

 

 

역시 통째로 삭제된 ‘과거사 반성 언급 사례’에는 1965년부터 2018년까지 53년간 일본의 천황과 총리 등의 관련 발언 71건이 담겼다. ‘위안부’를 범죄로 인정하고 식민지배·침략을 사죄한 일본의 주요 선언 및 담화도 실렸다.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비롯해 고노(1993년)·무라야마(1995년)·고이즈미(2005년)·간(2010년) 담화 등이다. ‘반성’과 ‘사죄’라는 표현을 직접 쓰지 않은 아베 담화(2015년)도 포함했다.

 

2023년 일본개황에서는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도 삭제됐다. 일본 교과서 문제가 본격 불거진 2001년 이후 발간된 총 5차례의 일본개황에서는 교과서 문제를 한·일 관계의 ‘최근 주요 현안’으로 줄곧 기술했다. 특히 2011년을 제외하면 가장 첫번째 현안으로 다뤘다. 교과서 문제는 2018년 이후부터 최근까지도 매년 반복되고 있지만, 2023년 일본개황에서는 이를 따로 다루지 않았다.

 

외교부가 일본개황을 공개한 지난해 3월 15일은 윤 대통령이 한·일 관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시기와 겹친다. 윤 대통령은 그해 3·1절 기념사에서 양국 간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징용) 배상과 역사 왜곡 문제 등을 언급하지 않은 채, 일본과의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을 강조했다. 닷새 뒤인 3월 6일 정부는 강제동원 배상 판결과 관련해 ‘제3자 변제안’을 해결책으로 발표해 논란이 일었다. 윤 대통령은 그해 3월 16일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고 “한·일 협력 새 시대”를 선언했다. 기시다 총리가 과거사 문제에 명시적 사과도 하지 않으면서 일본에 면죄부만 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외교부가 일본과의 관계를 의식해 양국 간 민감한 문제를 걷어낸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측의 과거 발언 등 객관적 사실조차 삭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은주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사무국장은 “정부의 굴욕적인 대일 외교 기조가 일본개황 자료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에 잘 보이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2023년 개황자료는 기존 자료를 일부 수정해 약식으로 발간한 것으로 올해 종합적인 개정본 발간을 준비 중”이라며 “과거사 반성·왜곡 사례 등 자료는 업데이트 중으로 향후 개정본 발간 시 참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정부는 교과서 문제 관련, 일본의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 및 역사왜곡 기술에 대해 단호하고 일관되게 대응하고 있다”면서 “올해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 시에도 대변인 성명 발표, 주한일본대사 초치를 통해 항의한 바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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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김용민의 그림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