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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연구하지 않은 자, 발언하지 말라

SUNDISK 2025. 2. 20. 01:17

 

조사 연구하지 않은 자, 발언하지 말라

시민언론 민들레  유시민 관찰   /   입력 2025.02.17 05:44   수정 2025.02.19 14:26

 

‘정치적 목적’의 글쓰기란 사람 불편하게도 하는 것
남의 글 옳고 그름 따지기 전 스스로 생각부터 해야
정치적 독극물 언론이 띄우는 김경수 등 정치인들
지난 총선 때 ‘반명’ 정치인들처럼 될 가능성 높아
실제 발언 핵심 비틀어 조롱하는 평론가·정치인들
‘발언 전 조사 연구’ 강조한 공산당 모택동보다 못해

 

작가 조지 오웰은 『나는 왜 쓰는가(Why I Write)』라는 산문에서 글을 쓰는 이유를 네 가지로 정리했는데, 그중 하나가 ‘정치적 목적’이다. 오웰의 ‘정치적 목적’은 ‘세상을 더 낫게 만드는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를 의미한다. ‘정치적 목적’ 없이 쓰면 자신의 글이 엉망이 되곤 한다고 그는 말했다. 첫 책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부터 세계적 명성을 안겨준 『동물농장』을 거쳐 마지막 작품 『1984』까지, 그가 쓴 모든 글은 분명한 ‘정치적 목적’을 띠고 있었다.

“자유는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을 말해 줄 권리”

나는 오웰처럼 치열하게 살지는 않았다. 인간 존재의 심연을 탐사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세상을 더 낫게 만드는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를 가지고 글을 쓴다는 것은 같다. 그가 언제나 옳은 견해를 말했던 건 아니다. 비평과 에세이와 소설 등 여러 장르의 글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을 뿐이다. 그게 다 옳았다는 증거는 없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오웰의 글을 읽으면서 세상을 더 낫게 만드는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토론했다. ‘글로벌 베스트셀러 작가’였으니 얼마나 많은 사람의 생각에 영향을 주었겠는가.

BBC 사옥 앞에 세워진 조지 오웰 동상.

 

오웰은 사람들을 즐겁게 하지 않았다. 인간과 세상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려고 했다. 긴 세월이 흘렀는데도 그의 글을 읽으면 마음이 불편하다. 당시 독자들은 더 그랬을 것이다. 뛰어난 작가였다는 증거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조지 오웰 동상 뒤의 사옥 외벽에 그가 냉소를 섞어서 했던 말을 새겨두었다. “자유는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을 말해 줄 권리를 의미한다.(If liberty means anything at all, it means the right to tell people, what they do not want to hear.)” 오웰은 그 말을 실천했다. 그가 철학적 정치적으로 옳았는지 아닌지는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걸 따지려면 자기 머리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 발언 맥락 제거하고 조롱하고 비난한 평론가와 정치인들

나는 지난 번 칼럼에 이렇게 썼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파면 결정이 임박한 시점에서 일제히 활동을 개시한 민주당의 자칭 타칭 대선주자들은 22대 총선의 ‘반명’ 정치인들과 비슷한 운명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언론이 많이, 크게, 좋게 보도해 준다고 해서 지지율이 올라간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재명과 민주당을 비방해온 언론이 띄우는 정치인을 민주당 지지자들은 오히려 배격한다. 그런 언론의 보도를 정치적 독극물로 여긴다.” 또 김경수·김부겸·임종석·김두관·김동연 등을 거명했다. 민주당이 아니라 그들이 몰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1987년 창당한 평화민주당을 계승한다. 지금처럼 안정되고 강력하고 훌륭한 민주당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지난 번 칼럼에 대해 누구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 줄이라도 보도한 언론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런데 <매불쇼>에서 같은 이야기를 조금 구체적으로 했더니 달라졌다. 신문 방송이 제법 보도했다. 하지만 내 말의 취지와 맥락을 제대로 다룬 보도는 거의 없었다. 다들 전후 맥락을 제거하고 ‘비명’ 정치인을 인신공격한 것처럼 보도했다. 여러 종편 시사 프로그램에 출몰하는 평론가들은 나를 비웃고 조롱하고 비난했다. 메시지가 아니라 메신저를 공격했다. 민주당의 일부 정치인과 당직자들도 야당 패널로 방송에 나와서 나를 이재명의 하수인으로 격하했다. 내 비평의 맥락을 고려하면서 말한 이도 없지는 않았지만 극히 드물었다. 김부겸·김경수 두 정치인이 나름의 의견을 밝혔지만 내가 제기한 문제의 핵심은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나는 글 쓰는 사람이다. 정치비평은 내가 쓰는 여러 장르의 글 중 하나다. <시민언론 민들레>에 칼럼을 쓰고 <뉴스공장>과 <매불쇼> 등에서 말로 비평한다. 가끔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가는 것 말고는 신문 인터뷰를 하지 않고 방송 출연도 삼간다. 말로 하든 글로 쓰든 비평은 똑같은 비평이다. 나는 최근 몇 년 동안 민주당에서 벌어진 정파 대립과 경쟁을 언론 현실과 연계해서 분석하고 해설했다.

왼쪽부터 김경수, 김동연, 김두관, 김부겸, 임종석.





비판하되 제대로 알고 비판하는 기본을 갖추라

비평도 비평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하다. 평론가는 자신이 한 비평에 대해 ‘지적 책임’을 져야 한다. 나는 평론가로서 다른 평론가들이 내 비평을 정확하고 매섭게 비평해 주기를 원한다. 그러나 내가 말하지 않은 것을 말한 것처럼, 실제로 한 것과 다른 말을 한 것처럼 왜곡 비평하는 것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들과 다투기 싫어서 못 본 척하지만 누가 어떻게 내 주장을 왜곡하는지 잘 안다. 내가 했던 민주당 비평의 요지를 다시 말하겠다. 내 비평을 비평하는 정치인과 평론가와 기자들은 읽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비평을 통해 내 견해를 알게 되는 독자들을 위해 분명하게 정리하겠다.

“조사 연구하지 않은 자는 발언하지 말라.” 마오쩌둥이 한 말이다. 공산당 말을 인용한다고 타박하지 말라. 공산당도 이 정도는 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인용했다. 누군가를 비판하려면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있는 그대로 알아보는 게 기본이다. 기본조차 하지 않는 기자를 저널리스트라 할 수는 없다. 그런 평론가를 평론가라 할 수도 없다. 그런 정치인을 정치인이라 하기는 싫다. 정신 차리기 바란다. 공산당만도 못해서야 되겠는가.

다가올 대선 앞두고 많은 인간관계와 ‘헤어질 결심’

요즘 나는 정치인을 만나지 않는다. 민주당이든 조국혁신당이든 정당이 관련되어 있는 행사 초대나 강연 요청은 모두 거절한다. 사람을 상대로 취재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실을 근거로 삼아 비평한다. 이른바 조국사태 때는 그렇지 않았다. 사람을 상대로 적극 취재했다. 그런데 전화로 사실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던 어떤 총장과 어떤 교수가 내가 하지 않은 말을 지어내 모함했다. 증거로 사실을 밝힐 수 없는 일이라 다투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일을 겪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취재를 그만두었다. 앞으로도 하지 않을 생각이다.

나는 소위 ‘친노’다. 노무현 정부의 장관이었고 노무현재단 이사장이었다. 참여정부 인사들을 대부분 안다. 인간적으로 친밀하다. 나는 또 ‘친문’이다. 정치를 그만두었기 때문에 정부에 몸담지는 않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을 존경했고 지금도 존경한다. 문재인 정부 인사들을 두루 안다. 나는 ‘친명’이다. 당원은 아니지만 민주당을 지지하며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국정을 잘 이끌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이는 아니다. 하지만 그가 확고한 민주주의자이고 유능한 행정가이며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가졌다고 본다. 누가 이재명의 측근인지는 모른다. 소위 ‘친명’ 정치인·비평가와 교류하지 않는다.

개인적 친분을 맺으면 객관적으로 비평하기 어렵다. 평론가로서 공사를 구분하려면 사적인 교류를 삼가는 게 바람직하다. ‘친노’든 ‘친문’이든 ‘친명’이든, 나는 정치를 하던 시기에 인연을 맺었던 정치인들과 ‘헤어질 결심’을 했다.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알게 되었고 함께 정치를 했던 사람들 가운데 이미 마음에서 떠나보낸 이가 적지 않다. 지난해 총선에서 떠나보낸 이도 많다. 다가올 대선에서 또 그래야 할 것 같다. 어쩔 수 없다. 그들과의 인간관계보다 글 쓰는 일이 내겐 더 중요하다. 그들 없이는 살 수 있지만 글을 쓰지 않고는 살지 못한다.

지금 민주당 지지자들 선택이 2002년이나 지난 총선 때와 다를까?

최근 민주당 상황을 보면 일종의 기시감을 느낀다. 2002년이 생각난다. 노무현을 적대하는 언론이 노무현을 공격하는 민주당 정치인을 띄웠다. 그러나 민주당 당원과 시민들은 언론의 공작에 넘어가지 않고 노무현을 선택했다. 2024년 총선도 떠오른다. 언론은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주문을 외면서 이재명을 공격했다. 표본이 오염된 여론조사 결과를 퍼뜨리면서 민주당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단정하는 방식으로 민주당을 흔들고 ‘반명’ 정치인들을 비호했다. 그러나 민주당원과 시민들은 그들을 남김없이 정치무대에서 끌어내렸다. 자신이 속한 정당의 대표를 윤석열 검찰독재의 손아귀에 넘겨준 배신행위를 용서하지 않은 것이다.

거듭 말한다. ‘이재명의 사법리스크’를 내놓고 입에 올리거나 은근히 부각시키는 민주당 정치인은 그들과 같은 운명을 맞을 것이다. 민주당 당원들은 윤석열의 검찰 사유화와 민주주의 파괴행위를 승인하는 정치인을 용납하지 않는다. 법에, 칼에, 계엄령에, 세 번이나 죽을 뻔했던 당의 대표에게 정권교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라고 요구하는 행위를 승인하지 않는다. 당의 주권자가 당원이라는 원칙을 공공연하게 부정하는 정치인을 지도자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내란세력과 민주세력 사이에서 중립을 취하는 방식으로 언론의 조명을 받으려는 정치인한테 국정 운영 권한을 맡기지 않는다.

민주당의 대표가 이재명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상황이 동일하다면 나는 같은 진단을 내릴 것이다. 내 주장이, 내 전망이, 내 판단이 옳다는 증거는 없다. 나는 그저 내 생각을 말할 따름이다. 나는 말과 글 말고는 가진 무기가 없다. 내 말과 글에 공감하는 사람이 적으면 조용히 사라질 것이다. 최소한 일리는 있는 견해를 말해야 평론가로서 존재할 자격을 얻는다. 나는 내가 아직은, 사람들이 세상을 더 낫게 만드는 일에 대해 생각하도록 북돋우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 믿음을 잃으면 ‘정치적 목적’의 글쓰기를 스스로 그만두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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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퍼뜨리는 정치적 독극물

시민언론 민들레  유시민 관찰   /   입력 2025.02.03 05:00   수정 2025.02.05 21:40

 

길었던 설 연휴 기간 소위 ‘레거시 언론’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윤석열 기소와 탄핵 심리가 아니었다. 기자들은 윤석열보다 김경수한테 더 큰 관심을 보였다. 그의 SNS 글과 김부겸‧임종석‧김동연‧김두관 등의 발언을 연계 보도했다. 그들의 이름을 키워드로 넣고 기사를 검색해 보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기사가 뜬다. 언제 어떤 공직을 지냈는지 잘 알려져 있으니 도지사니 총리니 비서실장이니 하는 호칭은 모두 생략한다. 그리고 편의상 기자들이 쓰는 ‘비명계’를 그들을 통칭하는 말로 사용한다.

‘이재명 대안’ 아닌 총선 때의 ‘반명’ 정치인 경로 밟을 가능성 높아

‘비명계’ 정치인들은 민주당의 ‘일극체제’를 비판하면서 당의 통합과 포용적 리더십을 강조한다. 최근 여론조사 데이터를 근거로 들어 민심이 민주당을 떠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소위 ‘사법 리스크’를 은근히 거론하면서 자신이 이재명보다 나은 대안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견해가 논리적으로 타당하며 사실에 부합하는지 여부는 살피지 않겠다. 그들이 민심을 모을 수 있을지, 정권교체를 원하는 시민들의 마음에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지 여부만 가늠해 보겠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럴 것 같지 않다. 헌재의 윤석열 파면 결정이 임박한 시점에서 일제히 활동을 개시한 민주당의 자칭 타칭 대선주자들은 22대 총선의 ‘반명’ 정치인들과 비슷한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논리적으로 틀린 주장을 해서가 아니다. 대선에 임하는 방식이 민심의 흐름과 맞지 않아서다. 언론의 보도량은 대중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는다. 언론이 좋게 보도한다고 해서 시민들이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지난 총선 때 민주당을 탈당해 국힘당으로 건너가거나 신당을 만들었던 정치인들은 큰 착각을 했다. 언론이 많이, 크게, 좋게 보도해주면 지지율이 올라간다고 믿었다. 최근 활동을 개시한 민주당의 ‘비명’ 대선주자들도 같은 착각을 하고 있다. 현실은 정반대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평소 이재명과 민주당을 비방해온 언론이 띄우는 정치인을 배격한다. 언론 보도를 정치적 독극물로 여긴다. 그런 혐의를 두지 않고 보는 신문과 방송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임종석 김경수 김부겸




‘비명계’가 영양제로 여기는 독극물 <조선일보> 주필 칼럼

정치인이 언론의 정치 보도에 현혹되면 대중의 요구를 듣지 못하게 된다. 민심의 흐름을 읽지 못할 위험이 커진다. 그런 보도의 전형을 하나 가져왔다. 독성이 매우 강력하기 때문에 윤석열 파면과 정권교체를 간절히 바라는 시민들은 이것이 정치적 독극물임을 본능적으로 알아챈다. 그러나 민주당의 ‘비명계’ 정치인들은 이런 것을 영양제로 여기는 듯하다. <조선일보> 주필 양상훈은 1월 16일 칼럼에 다음과 같이 썼다. 칼럼 제목은 ‘尹·李 둘 다 없어졌으면’이었다.

“생각이 많이 치우치지 않은 분들에게서 요즘 자주 듣는 말이 ‘윤석열‧이재명 둘 다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민주당에 오래 몸담았던 분들 중에서도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이런 생각을 가진 국민이 결코 적지 않다는 사실은 요즘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금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론은 60%를 넘는다. 현재 민주당에서 이 대표 외에 뚜렷한 대선 주자가 없는 만큼 이 정권 교체론의 대부분을 이 대표가 흡수해야 맞는다. 그런데 이 대표 지지율은 다른 주자들에 비해선 압도적이지만 35% 안팎에 갇혀 있다. 서울에선 20%대다. 전국적으로 40% 선이 뚫기 힘든 천장처럼 보인다. 정권이 바뀌어야 된다고 답하는 국민 중에서도 이 대표를 적극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 20% 이상으로 추정되는 것이다. 유권자 숫자를 대입하면 900만 명에 육박한다. 실제 대선에선 이들 중 상당수가 어쩔 수 없이 이 대표를 찍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더라도 최소한 현재로서는 이 많은 국민들이 ‘윤, 이 둘 다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조선일보 1월 16일자 양상훈 칼럼.




이미 사라진 윤석열과 싸잡아 이재명 없애고픈 검은 속내

실제 여론조사 결과가 정말 그런지, 데이터 해석이 논리적으로 타당한지는 따지지 않겠다. 여론조사에 따라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다. 이 칼럼을 가져온 것은 글의 내용이 아니라 글에 나타난 의도 때문이다. 양상훈은 너무 빤히 보여서 우스울 정도로 분명하게 속내를 노출했다. 독자를 바보로 아는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엔 그 자신이 바보다. 왜?

양상훈은 이 칼럼 원고를 1월 15일에 다듬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시점에서 윤석열은 이미 없어진 거나 다름없었다. 바로 그날 새벽 경찰과 합동작전을 시작한 공수처는 한낮에 윤석열을 체포해 조사실에 데려갔다.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 예상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공수처는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발부했다. 윤석열은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공수처는 사건을 검찰 송부했고 검찰은 윤석열을 내란수괴 혐의로 기소했다. 서부지법 폭동처럼 예측하지 못한 사건이 있었지만 윤석열의 운명은 달라지지 않았다. 다시 말하지만, 권력자 윤석열은 1월 15일에 없어졌다. 헌재의 대통령직 파면과 법원의 내란혐의 유죄선고는 불을 보듯 훤하다.

양상훈은 독자를 속이려고 했다. 칼럼의 제목이 정직하지 않았다. ‘이재명도 없어졌으면’이라고 해야 정직한 제목이다. 다시 말하지만 양상훈이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윤석열은 없어졌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기각해서 윤석열이 옥중에서 업무를 보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는다. ‘2말3초’쯤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윤석열을 파면할 것이다. 그러면 검찰은 직권남용과 정치자금법·선거법 위반 등 다른 죄목으로 그를 추가 기소한다. 내란수괴는 무기징역이 최소형량이다. 후임 대통령들 가운데 누가 사면하지 않는다면 윤석열은 죽은 뒤에야 교도소를 나올 것이다.

‘정치적 중립’이라며 민주당 ‘원 톱’ 죽이려드는 ‘레거시 미디어’

소위 ‘레거시 미디어’의 ‘저널리스트’들은 자기네가 ‘정치적 중립’이라는 저널리즘 윤리를 지킨다고 말한다. 착각 아니면 거짓말이다. 양상훈은 어느 쪽일까? 거짓말이라고 본다. 양상훈은 이재명을 없애버리고 싶다. 윤석열이 이재명을 정치 무대에서 제거하려고 검찰을 동원해서 벌였던 모든 공작을 정당하다고 인정한다. 그렇지 않고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할 수 없다.

“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징역형(집행유예)을 선고받은 이 대표가 조만간 2심에서도 유죄가 되면 ‘출마 반대’ 여론이 더 커질 수 있다. 이 대표는 앞으로 훨씬 심각한 재판을 앞두고 있다. 대북 불법 송금 사건은 공범인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가 이미 2심에서 징역 7년 8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재판이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면 공범으로 적시돼 있는 이 대표 역시 유죄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 외에 대장동‧백현동 사건은 규모 자체가 초대형이다. 이 대표가 방탄 없이 이 재판을 다 받는다면 그의 최종 형량은 어쩌면 민주당이 윤 대통령이 내란죄 등으로 받기를 바라는 형량과 비슷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승복할 수 없는 국민들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나라가 평안할 날이 있겠느냐’는 걱정은 합리적이다.”

양상훈이 말하려고 하는 바는 분명하다. 민주당과 대한민국을 위해서 이재명을 대통령 후보로 뽑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혼란해진다고 중도층을 협박한다. 중도층이 지지하지 않아서 이재명이 본선에서 질 것이라고 민주당 지지자를 겁준다. 이렇게 하는 것은 오래 전부터 모든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이재명이 ‘원 톱’이기 때문이다. 김진성은 칼로, 윤석열은 법으로, 언론은 펜으로 죽이려 했지만 이재명은 죽지 않고 ‘원 톱’ 자리를 지켰다. 하루가 멀다 하고 법정에 끌려 다니면서도 민주당의 총선 압승을 이끌었다. 미리 대비하고 신속하게 대처해 윤석열의 내란을 제압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5.1.13. 연합뉴스





민주당 지지자들은 독극물 중독자들 가차없이 내칠 것

김진성에게 중형을 선고한 법원은 윤석열도 중형에 처할 것이다. 그러나 ‘저널리즘’이라는 보호막을 쓰고 활동하는 양상훈은 이재명을 죽이는 데 실패해도 벌 받을 일이 없다. 그래서 오늘도 변함없이 이재명에 대한 혐오감을 조장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민주당 ‘비명계’의 궐기를 선동한다. 그렇게 해서 이재명을 쓰러뜨리면 최선이다. 하지만 실패해도 괜찮다. 2022년 3월 대선 때처럼 이재명에게 상처를 입히고 민주당을 분열시키는 효과만 내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 국힘당 후보가 당선할 확률이 조금이라도 높아진다. 지난번에도 그렇게 해서 윤석열을 당선시켰다.

총선에서 민주당 당원과 유권자들이 이낙연을 비롯한 '반명‘ 정치인들을 당내 경선과 본선에서 가차 없이 내친 것은 그들이 양상훈 같은 언론인들이 퍼뜨린 정치적 독극물에 중독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재명은 당원과 지지자들이 압도적으로 신뢰하는 민주당의 대표였다. 지금도 당원 대다수가 그의 리더십을 인정한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압도적으로 그를 대선후보로 밀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은 중도층에서도 국힘당의 모든 정치인을 압도한다.

이재명은 시장‧도지사‧당대표로서 능력을 입증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진보와 중도 성향 유권자의 압도적 지지 현상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 그는 민심의 흐름을 올라탔다.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부패를 끝내라는 대중의 요구, 내란을 완전히 진압하고 민주주의를 세우라는 시민의 바람을 수렴하는 정치적 아이콘이 되었다. 그러나 이재명은 성역이 아니다. 민주당 정치인 누구든 도전할 권리가 있다. 도전자가 나오는 것이 자연스럽고, 이재명과 민주당에게 나쁠 게 없다.

이재명에 도전하되 ‘사법 리스크’니 ‘일극체제’ 내세우면 실패할 것

그렇지만 이재명을 공격하는 방식으로는 이재명을 이기지 못한다. 이재명보다 더 치열하게 내란세력과 싸워야, 이재명보다 더 분명하고 설득력 있는 정책 비전을 제시해야 당내 경선에서 이길 수 있다. 지난 총선에서 목격하지 않았는가. 이낙연을 비롯한 민주당의 ‘비명’ ‘반명’ 정치인들은 윤석열과 싸우지 않고 이재명과 싸웠다. 당원과 지지자들은 그 책임을 물어 그들을 정치 무대에서 퇴출했다.

설 연휴 동안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민주당의 ‘비명계’ 정치인들은 이낙연과 똑같은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 내란세력의 언어인 ’사법 리스크‘라는 말로 이재명을 공격하고 극우언론의 무기인 ’일극체제‘라는 말로 민주당을 비방한다. 민주당 당원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시민들은 그런 행위를 언론이 제조한 정치적 독극물에 중독된 것으로 간주한다. 오해가 없기 바란다. 그들이 틀렸다는 게 아니다. 그렇게 하면 실패한다는 말이다. 논리적 윤리적으로 옳든 틀리든, 현실에서는 실패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비평은 때로 힘든 일이다. 개인적으로든 공적으로든, 인연으로 치면 이재명보다는 김부겸‧김두관‧김경수‧임종석이 더 오래되었다. 나는 인생의 어느 한 구비를 그들 중 누군가와 함께 헤쳐 나왔다. 이재명과는 그런 인연이 없다. 김부겸‧김두관‧김경수‧임종석의 도전이 실패로 끝날 것이라 단언하려니 마음이 편치 않다. 하지만 속에 없는 말을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내 예측을 분명하게 말한다.

독극물 중독 상태로는 조기대선에서 기회 못 얻는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을 파면한다. 벚꽃대선이든 장미대선이든 조기대선이 열린다. 민주당 후보는 이재명이 될 것이다. 그때까지 재판의 진도가 어떠하든, 대법원 확정판결로 피선거권을 박탈당하지 않은 한 이재명은 출마할 권리가 있다. 출마하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럴 리는 없지만, 만에 하나라도 피선거권을 빼앗기는 경우에는 이재명과 함께 윤석열의 내란을 제압하는 데 가장 크게 활약한 정치인이 민주당의 후보가 될 것이다. 양상훈 칼럼과 같은 정치 독극물에 중독되어 내란세력이 아니라 이재명과 민주당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도전하는 정치인은 기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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